[사이언스 카페(91)] 시력회복을 위한 신기술들

- 바이오닉 눈동자, 유전자 치료 -

모든 것이 깜깜한 세상,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성을 단 몇 퍼센트도 누릴 수 없는 세상. 색깔이 무엇인지, 빛이 어떻게 현란한지, 그래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고 살아야 하는 슬픔.

최근, 이런 시각장애인을 위한 첨단과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주공간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눈에 이식해서 시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는 바이오닉 눈동자를 개발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유전자 치료술을 이용해서 시력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인공 눈동자는, 빛에 아주 민감한 극히 얇은 세라믹 필름으로 만들고, 여기에 약 10만개의 감지기가 박혀 있어서 마치 디지털 카메라의 액정화면(LED)과 같은 상을 만든다.

건강한 사람의 눈은 빛은 전기적 신호로 바꿔주는 수백 만개의 세포(간상세포와 원추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전기신호가 시각신경을 타고 뇌로 가면, 뇌가 그 신호를 다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점차적으로 시력을 잃는 사람은 바로 이 세포들의 기능 부전이나 파괴로 인한 것이다.

세라믹 필름의 감지기가 바로 이러한 눈 세포의 기능을 대신한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 안에서 개발된 기술로, 원자와 원자 그리고 층과 층을 성장시켜서 필름을 만드는 아주 복잡한 기술이다.

특히, 이 기술은 기존의 실리콘으로 만든 감지기가 가진 2가지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먼저, 실리콘은 사람의 몸에 독성이 있는데 반해 세라믹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크기가 큰 실리콘 블록은 눈에서 영양의 흐름을 방해하지만, 세라믹 감각에는 필름 층 사이에 5마이크로미터 넓이의 공간이 있어 영양의 흐름을 가능케 한다.

미 항공우주국의 과학자들은 올해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세라믹 배열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형태의 전기신호를 뇌가 과연 해석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노인성 시각장애(AMD)에서 만약 눈 안(뒤)쪽에 있는 이들 감각 세포가 퇴화되었더라도 뇌와의 연결만 건제할 경우, 인공 감각(눈)을 이식해서 시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4월에는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유전자 치료기술을 이용해서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진 개의 시력을 회복시키기도 했다. 유전자치료가 큰 동물에게 성공을 거둔 것은 첫 번째로,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선천성 시각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버 선천성 흑내장"은 아이가 아주 약한 시력이나 거의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는 병인데, RPE65라는 유전자의 결함으로 발생한다.

이 유전자는 빛을 전기신호를 전환하는 눈에서의 광수용체를 만드는데 관여하는데, 이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광수용체가 기능을 못해서 눈(망막)의 기능이 점차적으로 퇴화된다.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개의 망막세포를 추출해서 여기에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정상적인 RPE65유전자를 망막세포에 들어가게 했다.

이 세포를 다시 개의 눈 뒤쪽에 주입함으로써 유전자 치료를 성공시킨 것이다. 이 치료 후 개는 빛과 어두움에 대해 건강한 개처럼 반응했고, 약한 조명아래에서도 장애물을 피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사람의 시각장애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전자 치료 자체에 대한 안정성에 의문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위해서는 안정성 검증을 위한 긴 임상실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들 기술이 아직 실용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외에도 안경처럼 착용하는 인공눈 장치와 그 신호를 뇌에 이식한 실리콘 칩을 통해서 전달하는 기술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희소식이 들릴 줄 믿어본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1/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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