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뭘 먹고 살라고" 못마땅한 금연운동

담배인삼공사·지자체, 매출·세입 감소 우려로 울상

회사원 A씨(42)는 최근 머리를 짧게 깍았다. 동료들이 의아하자 당당하게 말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담배를 끊는다.”

20년이상 담배를 피워온 그는 그동안 종종 금연을 시도했다가 그야말로 ‘작심3일’에 망신을 당한 씁쓸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기필코 성공하고 말 것이라는 각오를 만천하에 알리는 표시로 머리를 잘랐다. 부인과 아이들도 새해초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는 그를 보고 ‘얼마나가는지 두고보자’는 눈치였으나 며칠뒤 머리까지 자르자 응원이 대단하다. 부인은 그런 남편을 보며 군것질 거리를 챙겨주고 금연보조상품도 사주었다.

담뱃값 인상 등에 따른 금연 분위기 확산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먼저 금연보조상품의 폭발적인 매출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LG홈쇼핑은 7일 방송에서 금연보조상품인 '금연초프리미엄 골드' 1,200여개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12월에 비해 판매량이 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인터넷쇼핑몰 LG이숍도 6일까지 270여개의 금연보조 상품을 판매, 이전에 기껏해야 한 달에 20개 판매하던 것과 비교할 때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수산TV도 지난 2일과 5일 방송에서 '금연초 프리미엄 골드’를 평소의 3배나 되는 650여개를 판매했다.

또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편의점 등에서는 껌이나 사탕, 초콜릿의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30% 안팎 늘어나 담배를 끊기 위한 간식거리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직장 차원 금연운동으로 회사간 갈등

직장 차원의 금연운동도 올들어 급속 확산하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 형사과 직원들은 사무실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선포하고 흡연하는 사람에게 적발 때마다 1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한국담배인삼공사와 KT(한국통신)의 ‘갈등’도 금연확산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담배인삼공사는 전사적인 금연운동을 벌이고 있는 KT에 금연운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물의를 빚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3일 한국담배인삼공사 노조 관계자들이 회사를 방문, 사장을 면담하고 KT의 '금연펀드' 등 전사적 금연운동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KT제품 불매운동 불사도 시사했다는 것이다.

KT는 올해부터 금연 희망자 1인당 30만원(자비 10만원, 회사지원 20만원)씩을 출연해 6개월 뒤 금연에 성공한 직원들에게 출연금을 나눠주는 '금연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KT 전남본부내 1,000여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흡연 임직원의 60-70%인 1만여명이 이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매 압력설에 대해 담배인삼공사 노조 관계자는 "양사간의 우호관계 지속을 위해 금연운동을 회사 주도가 아닌 당사자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을 뿐 어떤 형태의 압력도 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연 분위기 확산에 울상인 곳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제주시는 지난해 담배소비세로 일반회계의 6.5%인 모두 180억원이 확보되자 올해에는 3억원 증가한 183억원의 담배소비세 부분의 세입 예산을 편성했으나 금연 돌풍에 따라 예산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로 담배가게들의 매출액이 급격히 줄고 있다. 경남도청 도민홀 매점의 경우도 평소 하루 평균 80-100갑 가량 팔리던 담배 판매량이 신년들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번 담뱃값 인상의 주역인 보건복지부도 판매량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담배인삼공사 한 관계자는 "올해는 담뱃값 인상 등의 여파로 소비량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부가 시장여건과는 상관없이 세금을 부과, 담뱃값이 일률적으로 인상될 경우 수요 감소와 함께 외산담배와의 가격 차별성도 잃어 시장방어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담뱃값의 70%가 세금

실제로 이번 담뱃값 인상 조치를 두고 담배가 세금 걷어다주는 `봉'이냐는 애연가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에 따르면 1994년 이후 2년에 한번꼴로 담배에 각종세금과 부담금이 신설ㆍ부과되면서 담배 한갑당 60%가량이 세금으로 떼어지고 있다.

89년 담배판매세가 담배소비세로 전환된 이후 94년 담배소비세인상(27%)과 함께 처음으로 `공익사업부담금'을 갑당 20원(200원이상 담배)씩 부과했다. 2년 뒤인 96년 7월에는 `교육세'를 신설, 200원이상 담배의 경우 184원씩 붙이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도 `폐기물부담금'을 만들어 갑당 4원씩 걷어들였다.

또 97년 5월부터는 `국민건강증진기금(갑당 2원)'을 다시 신설한 데이어 99년1월에는 판매가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다시 추가했다.

이후 지난해 1월 담배소비세를 460원에서 510원으로, 교육세를 184원에서 255원으로 각각 올리면서 담뱃값이 적게는 갑당 100원에서 많게는 200원가량 인상됐다.

이에 따라 1갑에 1,300원인 `디스' 담배의 경우 현재 갑당 소비세 510원, 교육세 255원, 부가가치세 130원, 폐기물부담금 4원, 건강증진기금 2원 등 모두 901원이 붙어 담뱃값의 69.3%가 세금으로 나가고 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차장

입력시간 2002/01/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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