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이 보물되는 세상] 한국 근ㆍ현대 골동품의 산 역사 황학동

흔히 청계천 하면 사람들은 흉물스런 고가도로와 지저분한 건물, 그리고 고서점, 고물상, 공구점, 도매 옷가게 등을 연상한다.

구한말 때만 해도 이 곳은 서울 시민들의 놀이터이자 빨래터, 거지들의 생활 터전, 하수도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됐던 쉼터였다. 1961년 도성내 구간에 이어 1967년 하류 구간까지 모두 복개됨으로써 예전 청계천의 정취는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청계천 변에는 옛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황학동이다.

황학동은 일제 시절만 해도 미나리밭이 즐비했던 과일ㆍ채소 도매시장이었다. 6ㆍ25전쟁 이후 고물상들이 자리 잡으면서 이 곳에 골동품 수집가들이 찾아 들기 시작했다.

고 미술품수집이 전성기를 이룬 1970년대 이 곳에는 무려 100여개의 골동품 점이 있었다. 1983년 장안평 고미술상가가 형성되면서 이 상점들은 장안평과 인사동으로 빠져 나갔고, 88서울올림픽 전후 관광거리가 잇달아 생기면서 황학동은 중고품을 다루는 만물상가 겸 벼룩시장으로 탈바꿈 했다. 현재 이곳에는 20개의 골동품 점이 영업중이다.


복고열풍, 주부 등 일반인들 많아

최근 근ㆍ현대 문화 예술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황학동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황학동에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일상 생활 용품에서 문화ㆍ예술품, 학술 자료, 역사 서적, 미술 작품 등 전분야에 걸친 중고 물품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불어 닥친 우리 사회의 복고 열풍으로 황학동은 1960~70년대의 향수 어린골동품을 사려는 일반인들로 성황을 이룬다.

황학동의 특징은 골동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값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인사동이나 강남 고미술품 상점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싸다. 인사동이나 장안평 고미술상가에서도 물건을 찾으러 오는 것으로 미루어 골동품 도매상가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수년 전부터 황학동은 인테리어 장식용 골동품을 사려는 주부와 전문 디자이너들로 붐빈다. 벽걸이 장식에 쓰이는 한옥 집의 문짝이나 달구지 바퀴, 거실 테이블로 쓰이는 나무 함지박 등이인기 품목이다.

이런 것들은 상태에 따라 5만원에서 30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이밖에 1950~60년대 호롱(3만원), 나무 쪽박(5만원), 제니스 진공관 라디오(50만원), 엿장수 가위(2만원), 무쇠 다리미(3만원), 징과 꽹과리(각 5만원) 등도 인기 품목이다.

고서나 LP 레코드판, 60년대잡지, 엽서, 국산 비디오, 영화 포스터 같은 보다 전문적인 골동품을 구입하려면 매주 두 차례 열리는 골동품 경매에 참가하면 된다.

경매는 황학동바로 길 건너편의 동묘 인근 골동품 상점에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8시에 열린다. 입장료는 5,000원으로 저녁 식사와 다과가 제공된다. 입장 제한이 없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나 대부분 골동품점 주인이나 전문 수집가들이고 일반인은 거의 없다.


다양한 경매물품, 인터넷 경매도

16일 숭인동 영진사에서 수요 경매가 있었는데 만리양조 5점에 5,000원, 코카콜라와 진로 소주병 남양분유 깡통 등 6점에 1만1,000원, 이미자 가요와 민요, 피아노콘서트 등 릴테이프 8점에 2,000원, 이대학보와 김창숙 표지의 월간방송 등 5점에 1,000원, 작가 소향의 산수화와 부채 대형톱이 1만원, 군사 우표 4개에 2,000원, 이발소 그림 1점에 5,000원 등 각종 중고품들이 거래 됐다.

1950년대 이전의 중고 물품들은 상태가 나쁜 데도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팔렸다. 1955년, 1957년 달력 8장이 10만원에 거래됐고 ‘월간 實話’라는 잡지가 한 권에 2만원, 후생 복권 2장이 2만원, 가짜 겸재 도장이 3만원에 낙찰됐다.

이날나온 골동품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일제시대인 1916년 만들어진 박가분(朴家粉). 가로 세로 4.6㎝ 크기의 종이 상자에 들어있는 이 물건은 현 두산 그룹 창업주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만든 희귀품이다. 박가분은 300만원에 출품 됐는데 나선 사람이 없어 유찰 됐다.

경매에 참가한 한 전문 수집가는 “순수하게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졌거나 적어도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중에서 오래 되고, 구하기 힘들며, 상태가 온존히 보존된 것이 값이 나간다”고 말했다.

이런 경매에 직접 참가하기 힘들다면 인터넷 경매를 이용하는 것도 편리하다. 옥이오닷컴(www.auc25.com), 코베이 경매(www.kobay.co.kr), 청화당(www.antiqkorea.com), 미맥(www.auctionmimaek.co.kr) 등 골동품전문 사이트나 옥션(www.auction.co.kr), 야후(kr.yahoo.com), 다음(www.daum.net), 심마니(www.simmani.com) 같은 포털사이트 경매 코너를 이용해도 된다.

이밖에 고 미술품과 우표ㆍ화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사이트가 30여개나 운영되고 있다. 이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골동품을 싼 값에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장하고 있는 골동품을 적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23 10:34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