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이 보물되는 세상] "주먹구구식 감정풍토 바로잡겠다'

인터뷰/ 윤범모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회장

“사익과 비리가 개입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국내 미술품 감정계의 풍토를 바로 잡고자 합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설립된 한국미술품감정가 협회초대 회장에 오른 윤범모(52) 경원대 교수는 “취약한 국내 미술 작품에 관한 통합 자료를 구축해 그간 논란이 많았던 한국 감정업의 체계를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에는 국내에 몇 명 안 되는 미술품 감정 전문가 대부분이 회원으로 참가했다.

윤 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국내 미술품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DB) 구축.

연구소 부설기관에서 전담할 이 사업은 미술 작품의 이미지 자료에서부터 그 작품에 들어간 물감, 종이, 캔버스 등 각 시료 샘플을 분석한 자료를 DB화 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이렇게 분석된 샘플 자료는 차후 작품의 진위를 판정하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올해 명지대 대학원에 예술품 감정학과가 신설됐는데 강사 대부분이 중국미술전공자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감정학을 가르칠 만한 사람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협회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바로 이런 감정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

윤 회장은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에서는 절대 개인 감정 의뢰를 받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미술관이나 경매회사 같은 기관들의 감정만 선별적으로 할 예정이다.

여기서 마련된 재원으로 DB 구축, 학술대회, 월례발표회, 서적출간, 교양 강좌 등의 일을 해 나갈 계획이다.

윤 회장은 “감정학 정립은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할 일 입니다. 그런데 논란의 소지가 있을까 봐 아예 손을 놓고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외국처럼 프로 근성을 갖춘 민간 감정회사가 생기는 것도 바람직 합니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권위 있는 경매 회사에서 감정을 주도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2002/01/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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