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젊은 바람' 담 넘을까?

각종 경선에 40~50대 대거 출사표, 세대교체 '역풍' 우려

민주당 내부의 갖가지 선거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는 상당수 대선주자가 40~50대인데다 시ㆍ도지사 후보 경선, 최고위원ㆍ원내총무 경선에도 40~50대 인사 및 초ㆍ재선 소장파 의원들이 대거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젊은 후보들이 많이 나서는 것은 '3김 시대의 마무리'란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 상향식 공천제도의 확대와도 관련이 있다.

또 이런 현상을 빗대 '이인제ㆍ정동영 학습 효과'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인제 상임고문이 47세에 경기지사에 당선돼 불과 2년만인 1997년 대선후보로 성장했고, 정동영 고문도 46세에 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소장 개혁파 리더가 됐다.

민주당 내에서 최근 1~2년간 꾸준히 정풍운동이 이어진 것도 세대교체 바람을 부채질 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 미국의 클린턴 전대통령,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 등에서 보듯이 최근 몇 년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세대교체 현상이 나타난 것도 간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김민석·김영환 등 30~40대 출마 움직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는 우선 재선 의원으로 30대 후반인 김민석(38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시대교체' '젊은 한국' 등의 말을 즐겨 써온 김 의원은 '젊은 서울' 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김 의원측은 "서울시장 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근 '당 쇄신 및 발전을 위한 특별대책위' 간사를 맡아 민주당 개혁 방안을 주도했다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김 의원측은 "민주당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사람도 68세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비해 상당히 젊을 것이기 때문에 김민석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세대교체 바람이 더 거세게 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환(46세) 과학기술부 장관도 경기지사 후보 경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재야 민주화운동 출신으로 재선 의원인 김 장관은 "지금 출마 결심을 한 상태는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의 권유가 있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문제를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장관측은 "노동장관을 지낸 이인제 상임고문도 1995년 지방선거 때 김 장관과 비슷한 나이에 경기지사 선거에 당선돼 좋은 업적을 남겼다"며 이 고문과 김 장관의 '세트 플레이'를 희망했다.

초선 의원으로 당 대변인을 지낸 전용학(49세) 의원도 충남지사선거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전 의원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마땅한 충남지사 후보를 구하지 못한다면 내가 당을 위해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산 출신으로 천안에서 당선된 전 의원은 "나의 연고지인 충남 북부에서 높은 지지를 끌어내고 충남 남부인 논산ㆍ금산에서 당선된 이인제 고문이 적극 지원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전북지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정세균(52세) 의원도 재선으로 젊은 후보 군에 들어간다. 정 의원은 "당내에서 기조위원장, 정책조정위원장 등을 지내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것을 바탕으로 전북 발전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젊고 개헉적인 인물' 구호로 바람몰이

대선후보 경선에는 50대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인제(54세) 노무현(56세) 김근태(55세) 상임고문 등이 나선다.

또 2000년 8월 최고위원 경선 때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던 정동영(48세) 상임고문도 최근 "세대교체는 세계사의 흐름"이라며 "한국의 케네디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인제 고문은 1월 20일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젊은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며 "군림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노트북을 들과 지구촌 현장을 누비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최고경영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지난 97년 대통령선거 때 급조한 국민신당 후보로 나와 500만표를 얻어 세대교체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노무현 고문측도 "젊고 개혁적인 후보가 나타나 임기 초반에 70세가 되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이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근태 고문측도 '깨끗하고 개혁적인 후보' '젊은 리더십' 등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40~50대 주자들은 "현장을 역동적으로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젊은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며 "70대의 노인 대통령이 잇달아 나온 만큼 이번에는 50대 대통령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젊은 후보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재선의 신계륜 의원과 초선의 박병석 의원이 최고위원 출마 의지를 굳혔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신계륜(47세) 의원은 "원내ㆍ외 지구당 위원장 30여명이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젊은층의 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최고위원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권 출신 민주당 원내ㆍ외 지구당위원장 중심으로 구성된 '대안과 실천' 회장을 맡고 있는 신 의원은 이인제ㆍ 김근태 상임고문 등과도 만나 최고위원 출마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변인을 지낸 박병석(49세)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대전지부장인 박 의원은 "이인제 상임고문이 대선후보 경선에만 나서고 최고위원에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고문을 대신해 충청권에서 누군가 최고위원에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최고위원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추미애(43세) 의원도 재도전 결심을 거의 굳혔다. 추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도 저울질해 왔으나 최고위원 도전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선출직 8명중 최소 1석은 여성에 할애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추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선 개혁 그룹인 '바른정치모임'과 초선 개혁 그룹인 '새벽 21'도 각각 별도의 후보를 최고위원 경선에 내세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바른정치모임' 대표인 신기남 의원은 "재선 그룹을 대표해 한 사람을 당 지도부 경선에 출마시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누가 나설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른정치모임이 후보를 낼 경우에는 신기남(49세)ㆍ천정배(47세) 의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원내총무 경선에서 이상수 총무에게 석패했던 천정배 의원은 이번에 총무 경선에 다시 도전할지, 최고위원에 나설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인 김성호 의원은 "새벽 21은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 단체 차원에서 중립을 지키고 최고위원 경선에는 한 명의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라며 "당락을 떠나 당내 개혁을 주장해온 초선 그룹의 대표자가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새벽 21'은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박인상(62세) 의원 또는 김성호(39세) 정범구(47세) 의원 중에서 한 사람을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세대교채 '시너지 효과' 예단 일러

이처럼 젊은 기수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지만 뜻을 이뤄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젊은 후보들이 많이 출마하는 것이 세대교체 시너지(상승) 효과를 낳을지 아니면 "지나치게 젊게 나가면 안 된다"는 세대교체 역풍을 가져올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2/01/23 11:17


김광덕 정치부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