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 대전으로 통한다

전국 광역교통망의 중심으로 부상

“이별의 눈물을 뿌리는 대전블루스는 이젠 지울래요.”

제2행정수도이자 대덕밸리의 후광을 안은 과학도시 대전이 2002년 개막과 함께 또 하나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름아닌 국내 물류 유통의 제1거점이다.

과거 제조업의 보조 수단으로 평가절하한 물류유통산업의 잠재력이 교통요충지 대전을 중심무대로 비상을 시작했다.


잇단 고속도로 개통으로 시너지 효과

대전의 빼어난 매력은 수도권과 영ㆍ호남을 잇는 내륙 삼각 교통의 핵심지대라는 점이다.

경부 호남 중부고속도로에 이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열리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비롯 청주국제공항및 군산항과도 연계해 최적 물류산업기반을 구축했다.

지난해 11월 개통한 대진고속도로는 4시간 거리를 절반으로 단축시키면서 사각지대인 남부내륙을 중부권과 직접 잇는 동맥으로 떠올랐다. 서해안고속도로 역시 지난해 12월 개통과 함께 대전에 물류유통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2004년 개통 예정인 경부고속철도와 2006년부터 공사에 착수하는 호남고속전철도 중심축 대전에 힘을 줄 전망이다.

이밖에 대전~당진간 고속도로가 지난해 착공했고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대전이 머지않아 전국 각지를 3시간대에 모두 연결하는 전국 광역교통체계의 한복판에 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유통의 새로운 중심지도 도약

이런 변화를 타고 대전시가 일찌감치 눈을 떴다.

지난해 유성 IC인근에 중부권 최대규모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을 완공했다. 대진고속도로와 인접한 안영지구에는 농협과 함께 공동투자로 18일 대규모 농산물유통센터를 개장했다. 호남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유성구 대정동에는 물류유통 복합시설인 종합유통단지 건립에 나서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시설은 도소매 기능은 물론 수집 보관 하역집배송 등 물류체계를 첨단시설로 집적화, 수도권을 위협하는 경쟁력을 기대하고 있다.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이미 중부권의 거점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월평균 거래량 9,000여톤 가운데 42%가 인접 충청도를 비롯 영호남 등 대전 밖으로 반출되고 있다.

대전시 이진옥 경제과학국장은 “연내 3대 물류기지를 완전히 갖추면 대전은 명실상부한 국내 유통의 신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라며“국가 균형발전 및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비판 받아온 수도권 중심 물류유통구조를 혁신하는 대변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최첨단 인프라를 지원하는 물류기지 육성이 21세기의 경쟁력”이라며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벨기에의 물류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등 첨단화 전략 추진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권 광역화, 대형할인점 속속 개점

유통 중심지 대전의 잠재력은 이미 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형할인점의 대전 시장 선점 대결은 업계내부에서 조차 걱정할 정도다.

2000년초 무렵만 해도 3개에 그쳤던 대형할인점이 연내 최소 10개로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정부대전청사 등 관공서 및 아파트 밀집지역인 둔산지구는 내년이면 국내 영업중인 매출 5위권 이내 할인점 모두가 총출동하는 ‘전쟁터’로 변모하게 됐다.

프랑스계 까르푸를 비롯 미국계 월마트와 ㈜롯데쇼핑의 마그넷 등 3개점이 오픈게임을 이미 시작한 가운데 5월에 이마트가 입점하고 내년엔 영국계 홈플러스가 진출한다.

둔산지구는 갤러리아와 롯데백화점이 양자대결을 벌이고 있고 패션 및 전자 전문종합유통매장도 잇따라 문을 열어 상권 다툼의 끝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장형진 점장은 “유통격전지에서 경쟁보다는 권역화한 마케팅으로 동반 성장에 주력하는 게 업계의 할 일”이라는 논리를 공언하며 벌써부터 위기감을 드러내고있다.

대전의 유통 시장 규모는 업계의 눈독에 비례해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백화점과 할인점 등 12개 대형유통업체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대진고속도로가 개통한 시기를 축으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까지 매출액이 월평균 186억2,500만원에 그쳤으나 11월과12월에는 평균 238억1,600만원으로 27%나 급증했다.

마그넷 서대전점은 지난해 개점일 매출액이 전국 마그넷 점포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낳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 분석에 따르면 대전 유통시장 규모는 1999년 1조원을 넘어선데이어 이듬해 1조3,000억원, 지난해는 1조5,000억원대에 이르는 등 매년 2,000억원대 이상 불어나고 있다.

호남고속도로와 대진고속도로를 통한 영호남 소비자의 대전 유입세는 대전을 축으로한 상권 광역화 추세를 설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일재 과장은 “충남북 고객의 유입에 이어 영호남을 잇는 신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영호남의 구매력도 대전으로 향하는 변화가 일고 있다”며 “올해는 대전이 물류단지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상권도 더욱 확대하는 시기”라고 내다봤다.


택배업체 진출 러시

대전에 대한 눈독은 쇼핑센터 뿐이 아니다.

농심과 대한통운 등 국내 유통업체가 기존 시설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택배업체들도 앞다퉈 대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시는 물류유통중심 기능을 활용해 이제는 스치는 도시의 오명을 벗겠다는 전략이다. 레저와 회의산업을 연계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구체화하는데 착수했다.

거미줄 같은 교통망의 중심에선 위치를 지렛대 삼아 진주 함양 무주 금산 등 영호남및 충청도 각 자치단체와 교류 확대에 나섰다.

충남북과 공동으로 대전에 국제회의장을 세우고 청주~대전간 경전철을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홍선기 대전시장은 “대전이 수도권 이남의 유통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무주에선 대전의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할 정도”라며 “물류중심지로서의 기반을 어느정도 갖춘 만큼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블루스가 새벽열차의 이별 대신 산업의 동맥을 주도하는 한밭을 노래할 때가 다가왔다.


여객·소화물 감소… 철도청 노심초사

새로운 고속도로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운수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속도로의 맞상대인 철도는 자칫 경쟁력에서 뒤처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개통한 중앙고속도로는 안동~서울 운행시간을 종전 5시간에서 3시간으로 크게 단축시켰다. 이 구간 새마을호 보다도 1시간 가량 덜 걸린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개통 역시 시간과 경비 절약 잇점 때문에 기차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고속버스 승객이 30%가량 증가한 반면 열차 승객은 반대로 줄고 있는 추세다.

철도청은 올해 수송량 목표를 지난해 보다 다소 낮춰 잡고 있다. 화물만 전년의 102.9%로 정했을 뿐 여객은 99.2%, 소화물은89.9%로 줄였다.

실제로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제천 태백지구의 벌크양회 석회석 등 운반 물량을 자동차에 빼앗길 위기를 맞자 요금할인으로 대응하는 고육책을 짜냈다.

철도청은 도담~평은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2월부터 연간20%까지 할인해주는 탄력운임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전주의 생산 종이류 운반도 타격이 불가피하자 운임을 9% 할인했다. 경쟁력 확보의 큰 축인 속도 경쟁도 불이 붙었다.

철도청은 열차가 곡선 선로에서도 속도를 30%가량 높일 수 있는 틸팅(Tilting)열차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르면 2004년부터 시운전에 나선 이듬해부터 운행에 나설 계획이다.

노선이 갈라지는 철도분기기의 개량 및 노반이 없어 승차감이 떨어지는 판형교의 진동 감소 연구도 병행, 속도를 2004년까지 20㎞/h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철도청은 물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색역 북부 유휴지에 종합물류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광양제철소 냉연코일을 유치하기 위해 부곡역 차량기지에 6월까지 물류창고도 건립한다.

철도청 이영기 영업본부장은 “철도는 기업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는 입장인데다 선로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수요 창출이 매우 어렵다”며 “빠르고 정확한 철도의 장점과 다양한 첨단서비스를 계속 확대해 경쟁력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복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1/23 15:29


최정복 사회부 cj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