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첨단 금융상품인가? 도박인가?

개별주식옵션 개설을 계기로 알아보는 옵션의 개념

지난해 9월 11일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월가가 비행기 자살테러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세계 각국의 증권 시장도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상 최대의 하락폭, 최대의 하한가 종목수 등 다음날(12일) 국내 증시가 양산한 숱한 기록들 사이로 망연자실한 모습의 투자자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일반투자자들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이 발생했다. 주식 파생상품의 하나인 주가지수 옵션에서 최대 545배의 대박이 터졌다는 소식이었다.

KOSPI200지수 옵션 상품 중 행사가격이 62.5인 풋옵션 가격이 9월 11일 1,000원에서 테러사건 다음날인 12일 장중 한때 54만5,000원까지 폭등, 50만5,000원으로 마감된 것. 11일 이 풋옵션을 매수했다가 이날 장마감 때까지 포지션을 유지했으면 하루 사이에 무려 504배의 수익률을 올린셈이다.

경마나 경륜에서 터지는 초고액배당이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니 일반인들로서는 기가 찰 일이었다. “주식시장은 일부 예찬론자들이 얘기하는 ‘자본주의의 꽃’이 아니라, 투기판에 불과하다”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이날만큼 잘 맞아떨어진 날도 없었다.

도대체 옵션이 어떤 상품이길래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KOSPI200은 그렇다 치고 옵션이란 말 자체가 생소할 뿐더러 풋옵션이나 행사가격 등의 용어들은 입안에서만 뱅뱅 도는 입장이니 복잡한 계산은 모두 사양하고 ‘이거 완전 도박판이구만’하며 혀 한번 차주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거시적 분석과 철저한 계산등 첨단 금융기법이 총동원되는 옵션을 도박으로 평가절하하기는 이미 늦었다.

국내에서도 주가지수옵션에 이어 이달 28일 개별주식옵션이 등장해 다시한 번 옵션 열풍을 몰고 올 조짐이다. 개별주식옵션 개설을 계기로 옵션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지수옵션과 개별주식옵션

옵션이란 미래의 지정된 날짜에 약속한 가격으로 사거나(콜옵션) 팔(풋옵션) 수 있는 ‘권리’를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옵션의 가격은 곧 ‘권리’의 가격이고 보통 ‘프리미엄’으로 표현된다. 이미 개설돼 있는 KOSPI200 지수옵션은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행사의 대상이 KOSPI200 지수(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0개종목 주가를 지수화한 것)이고 개별주식옵션은 종목 하나 하나가 대상이다.

개별주식옵션에서는 우선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7개의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종목만을 대상으로 각종 옵션상품이 만들어진다.

현재 KOSPI200 주가지수 옵션은 추상적인 지수를 대상으로 해 일반인들이 분석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개별주식옵션은 접근이 보다 용이할 전망이다. 개별주식옵션은 만기일에 차액을 현금이 아닌 실물로 결제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지수옵션과의 차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옵션의 개념을 살펴보자. 우선 해당 주식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판단될 경우, 콜옵션을 매수하면 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30만원인데 A씨는 1개월뒤에 40만원은 갈 것으로 생각한다. 30만원에 주식을 사서 1개월을 보유하고 있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1개월 뒤에 가서 30만원으로 삼성전자를 살 수 있다면 효과는 똑같다.

특히 현재 자금이 30만원이 안돼 주식을 살 수 없다면 ‘1개월 뒤 30만원에 삼성전자를 살 수 있는 권리’만을 소액의 프리미엄(옵션가격)을 주고 사두는 게 더 낫다.

이제 A씨는 행사가격 30만원의 콜옵션 매수자가 된다. 한편 B씨는 삼성전자에 대해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B씨는 1만원(프리미엄)을 받고 A씨에게 콜옵션(권리)을 팔았다. 1개월 뒤 삼성전자 주가가 30만원을 넘는다면 A씨는 권리를 행사해 B씨로부터 30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현물시장에 팔아 차익을 챙긴다.

30만원 밑이라면 A씨는 굳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도 되고 B씨는 프리미엄을 이익으로 굳힌다.

다시 말해 콜옵션은 행사가격보다 행사시 주가가 높아야만 이익이 발생한다. 한편 옵션 ‘매수자’는 이익이 없을 경우 권리 행사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현물주식을 사서 들고 있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가 잘되는 셈이다. 한편 매도자는 매수자의 권리 행사시주식을 사와서 매수자에게 팔아야 하는 의무를 진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풋옵션을 산다. C씨는 주변 여건상 현재가 30만원인 삼성전자 주식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1개월 뒤 삼성전자를 30만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1만원을 내고 D씨로부터 샀다. 1개월 뒤 주가가 30만원 밑이면 C씨는 주식을 사서 D씨에 30만원에 살 것을 요구하고 D씨는 이를 사야만 한다.


9ㆍ11 풋옵션 대박의 원리

현재가가 30만원이라면 ‘행사가 30만원 삼성전자 풋옵션’보다 행사가 20만원 가격이 싸고 행사가 10만원짜리는 훨씬 더 싸게 형성된다. 20만원 풋옵션이 권리행사를 하려면 주가가 20만원 밑으로 떨어져야 하고 10만원 풋옵션은 10만원 밑으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행사가격이 현재가와 너무 많이 벌어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옵션을 외가격(OTMㆍOut of The Money)옵션이라고 한다.

풋옵션에서는 행사가격이 낮은 경우, 콜옵션에서는 높은 경우가 해당된다.

여기에 지난해‘911 테러’직후 풋옵션 대박의 원리가 담겨 있다. 9월 11일까지 KOSPI200 현물지수는 66.55였다. 거래 상대방 간에 권리행사를 마쳐야 하는 만기일(9월 13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KOSPI200지수가 62.5 밑으로 내려올 수는 없었다.

행사가 62.5 풋옵션은 권리행사를 포기하고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고 가격은 바닥권인 1,000원(0.01포인트)에 형성됐다.

그런데 다음달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말았다. KOSPI200지수가 급락해 결국 62.5에 훨씬 못미치는 58.59로 마감됐고 풋옵션 62.5 가격은 폭등했다.

이 풋옵션 매수자들은 대부분 거래가 부진해 미처 처분하지 못했거나 혹시나 하고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매수했던 개인들로 파악된다. 주로 매도입장에 서서 프리미엄만을 안전하게 챙기던 대다수 증권사들은 이날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옵션의 목적은 헤지와 지렛대 효과

그러나 옵션의 실체는 그런 대박이 아니다. 실제 10월 옵션만기일에도 9월과 같은 대박을 노린 개인들이 말도 안되는 행사가격대에 수없이 뛰어들었지만 모두 깡통을 차고 말았다.

옵션은 적은 금액으로도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 삼성전자 같은 고가주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증시 하락시에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한 것도 매력이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주식을 사는 동시에 주가 하락에 대비해 소액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해당 주식의 풋옵션을 사두는 식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헤지원칙이 철저해 개별주식옵션 시장에 관심이 높다. 한 옵션 전문가는 “국내 개인들은 대부분 대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매수’포지션만 고집한다”며 “이런 현실이라면 ‘옵션시장은 주식투자 인생의 맨 마지막에 찾아가는 막장과 같은 것’이라는 말이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성훈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2/01/23 17:05


진성훈 경제부 bluej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