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정상화, 이제부터가 문제다

김정기 위원장 사퇴로 파행 일단락, 위성방송 문제 등 난제 산적

행정마비 상태까지 빠졌던 방송위원회의 사태가 김정기 위원장의 사퇴로 정상을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방송계는 그 일차적인 열쇠는 조만간 대통령이 임명할 후임 위원장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2000년 2월12일 통합방송법에 따라 방송정책 결정권과 방송사업자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출범한 방송위는 최근 나형수 사무총장의 사표 제출을 계기로 총체적 난국에 휩싸여 행정마비 사태에 빠져 있다.

나 총장은 "방송위가 마비상태에 빠져있다. 이 난국을 타개하는 길은 인적쇄신밖에 없다"며 사표를 냈다. 방송위는 전체회의에서 사표를 반려했으나 나 총장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방송위 노조도 결의문을 내고 "방송정책을 세울 주무기관으로서 권위가 허물어지는요즘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개편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농성을 벌였다.


정책 일관성, 방송위 권위 회복해야

이같은 사태는 방송위 출범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장 큰 난맥상을 보여준 것은 지난해 11월 방송위가 발표한 방송채널정책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부터, 디지털 위성방송(KDB)을 통한 MBC SBS 등 서울 지상파 TV 재송신을 2년 뒤 전면 허용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지역방송들이 일제히 "지역바송 말살정책"이라며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혓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불과 한달도 안돼, KBS 토론프로그램 출연해 "위성방송의 시장 진입상황을 봐서 지상파 TV 재송신 문제를 재고 할 수 있다"고 밝히느 등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해 방송위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문제가 확대되자 국회 문화관광위는 16일 법안소위를 열어 방송위가 결정한 지상파 TV의 위성방송 재송신 문제에 대한 개정안에 합의해 방송위의 정책 결정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방송위는 또 중간광고, 광고 총량제등 시청자 단체와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제도를 앞장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해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방송사나 시청자단체에서 방송위의 존립의미마저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밖에 위성바송사업자와 홈쇼핑 채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일어난 의혹과 김정기 위원장의 공금유용 의혹까지 불거져 방송위는 방송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 다다르자 김정기 위원장은 방송계의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18일 사퇴를 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방송위가 독립서과 권위를 회복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방송 최고의 기관으로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경륜이 있는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 어느때보다 방송위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은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장관, 성균관대 방정배 교수, 법조계의 한승헌, 조승형 변호사 등이다.

잔여 임기가 1년밖에(2003년 2월까지) 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강대인(姜大仁) 부위원장 체제로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적쇄신, 정치적 중립 등 '산 넘어 산'

그러나 누가 위원장을 맡든 방송위의 위상정립과 정상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백적이다.

우선 김 위원장 사퇴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지상파 TV 채널운영, 중간광고 도입 여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 원만한 해결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주무부서안 문화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케이블 방송을 통한 경인방송(iTV)의 전국 재송신 금지 등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자칫 지금까지의 방송위의 정책 결정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여야 나눠먹기식 위원 구성으로는 정치적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방송위의 정상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인적쇄신을 통해 방송위의 신뢰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형식ㅈ거이 아닌 실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북대 언론 심리학부 김승수 교수는 "국회에서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도 당리당략을 배제해야만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고 이해 당사자에 무관할 수 있는 고도의 도덕적인 양식, 전문성, 조직 장악력, 대외협상력을 두룬 갖춘 사람이 위원장의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2002/01/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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