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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민심잡기 개각, 약발에 의문

[정치풍향계] 민심잡기 개각, 약발에 의문

김대중 대통령이 보물발굴 게이트, 윤태식 게이트 등각종 의혹사건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대폭 개각 카드를 빼 들었다.

청와대측은 원래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시작되는 2월4일 이전에 개각을 마무리할 생각이었으며 최근의 정국 상황 때문에 개각을 앞당긴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보물발굴 게이트에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깊숙이 개입돼 있고 여기에 청와대 이기호 경제수석과 국정원, 해군 지휘부, 해양경찰청 등 국가중요기관이 연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흉흉해지자 개각으로 국면 반전을 꾀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각과 더불어 DJP회동 등 DJ행보에 관심 모아져

그러나 개각 폭이 예상보다 작은데다 개각 내용도 국면을 현저히 바꿀 만한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개각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은 전면 개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않은 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표시하며 대여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늘 그랬듯이 일부 발탁 인사들에 대해 이런저런 하자가 제기될 경우한동안 개각후유증이 계속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개각과 상관 없이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씨 문제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될 수 있었던 것은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윗선이 있을 수밖에 없는 증거라며 몸통 규명요구 공세에 주력하고 있다.

DJ 정부의 부정부패문제를 물고늘어지는 것은 한나라당이 민주당 젊은 후보들의 세대교체 공세에 맞서는 전략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2월1일 임시국회가 개회되면 국회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도 이형택 게이트와 윤태식 게이트 등에 대해 집중공세를 펼 방침이다.

개각시기와 맞물려 이뤄진 DJ-JP 회동도 정가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해 9월3일 임동원 당시 통일부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로 DJP공조가 파기된 후 처음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오홍근 청와대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각계 지도층을 만나왔으며 이번 회동도 그 연장선 상에서 생각하면 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측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도 만나서 의견을 들을 용의가 있다며 이 총재와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은 “정국상황이 혼란스럽고 국민의 걱정이 많은 시점에서 대통령과 정당의 책임자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민심수습 대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내각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짐작할 수 있는 사안이 못 된다”고 자락을 깔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권 일각에서 내각제 고리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여야의 대선후보 및 지도부 경선, 6월 지방선거 공천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돼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회동은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JP는 최근 이수성 전 총리 등과 만나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개헌 추진 문제에 대해 의견을교환한 바 있어 최소한 JP자신의 견해를 DJ에게 피력했을 가능성은 높다.


한나라당 “정계개편 노림수 아닌가” 경계의 시선

아연긴장하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DJP가 모종의 수를 내면 ‘다 먹게 된 밥’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개각과 DJP회동 등을 싸잡아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진 데 따른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규정, 격렬히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뒤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한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여권 주변에서는 DJP가 정계개편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실적으로 김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추진할 수단이 없는데다 무리하게 정치에 개입할 경우 임기후반의 국정수행자체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세무조사 때문에 사이가 벌어진 보수언론들이 그 같은 정계개편시도를 좌시할 리 없다. 이 같은 사정을잘 읽고 있는 김 대통령이 무리한 정치개입은 할 수도 없고 할 의지도 없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DJP가 관계를 개선할 경우 정계개편을 추진하기보다는 일정기간 국정협력 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뒤 지방선거에서 일부지역의 연합공천을 시도하는 정도가 최대한일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2/01/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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