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미국發 훈풍에 증시 날갯짓

‘역시 그린스펀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거장’다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주 후반 미국경제가 침체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낙관론을 펴기 시작하면서 국내주가는 무섭게 돌진하는 ‘황소장세(상승랠리)’를 이어가게 하는 보약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는 그동안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미 증시가 모처럼 상승장으로 돌아서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국내증시가 황소 장세를 연출하는데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대세를 형성하면서 비롯되고 있다.

그동안 경제연구소에서 제기돼온 바닥 탈출론은 진념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주초 지난해 10~11월을 전후로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고 진단하면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진 부총리가 이에앞서 “경기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일부 지표가 호전된 것에 대해 너무 촐싹대선 곤란하다”며 쿨헤드(Cool head)를 강조한 것과 사뭇 다른것이다.


생산ㆍ투자 등 증가세 불구 경기 조가회복론엔 부정적

이번 주는 바닥탈출론을 확인시켜주는 핵심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어서 시장을 출렁거리게 만들고 있다.

29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산업동향을 보면 재고가 감소하는 가운데 생산이 전년동기보다 3%가량 증가하고, 투자, 도소매 판매, 건설 등도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경제가 장기간 침체터널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청신호로 풀이된다.

2월 1일에 나오는 1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가 바닥을 완전히 탈출했는지 여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달에도 수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두자릿수의 감소세가 확실해 경기 조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재경부는 이같은 경제지표의 흐름을 들어 “하반기 이후 과열될 우려가 있으니, 경기부양 속도를 조절하라”는 일부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며, 현재의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증시와 수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경제도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린스펀이 비관론에서 낙관론으로 전향한 데 이어,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번주 발표되는 각종 지표들이 경기회복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9일(미국시간) 발표되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95.7로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시카고의구매자 관리지수도 전달보다 올라갈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점치고 있다.

도카이은행의 로버트 맥기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 지표가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경기후퇴국면이 끝났거나, 끝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바닥탈출 양상은 29일 발표되는 지난해 12월 내구재 주문현황, 1월 소비자 신뢰지수,30일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연방기금 금리 결정을 위한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발표내용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증시는 지난주에 이어 주초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5일 연속 상승하며 18개월만에 770선을 탈환했으며, 이번주초에도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 업종별 순환매속에 상승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하고 있다.


DJ 집권말기 경제정책 향방가를 개각

이번주는 전격단행된 개각이 최대이슈다. 당초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개각은 이기호경제수석의 보물선 사건 연루에 따른 분위기쇄신과 민심이반을 타개하기위해 앞당겨졌다. 경제팀의 경우 이기호 경제수석이 낙마하고, 일부 경제팀의 물갈이가 이뤄졌다.

신 경제팀은 부분교체라는 점에서 현재의 정책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 기용된 인물들도 정권초기에 적합한 선발투수형이 아닌 마무리투수형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선 현 거시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 정부 경제정책을 마무리해야 할 새로운 경제팀은 심기일전해서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의 처리를 가속화하고, 양대선거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것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야 시장은 신뢰감을 갖게 되고, 증시와 금융시장도 안정될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릴 경우 겨우 침체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우리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고, 어렵게 쌓은 구조조정도 사상누각이 될 우려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디스 에쎄 등 국산 담뱃값이 내달 1일부터 갑당 200원씩, 마일드세븐 등 외국담배는 150~200원씩 오르게 돼 애연가들의 주머니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의춘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2/01/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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