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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대 역전극의 서막…필승에서 필패로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32)

결승 3국이 벌어진 후 1주일 여 동안 이세돌은 승패에 관계없이 행복했다. 모처럼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번기였는데도 비금도의 홀어머니는 큰 싸움을 앞둔 막내가 안쓰러워 산 넘고 물 건너 천리 길을 달려 상경했다.

막둥이가 즐겨 찾는 낙지와 가오리, 게장 등 두 보따리가 넘는 짐과 함께. 지내놓고 보니 모정만큼 지고지순한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창호와 이세돌은 대국전날 밤 각자 자기 방에서 TV드라마 '태조 왕건'을 시청했던 모양이다. 마침 궁예가 목숨을 다하는 장면이 방영되던 날이었다.

최종국 며칠 뒤 이창호의 동생(영호)이 관리하는 '이창호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이 떴다. "…그 장면을 형과 함께 보면서 나는 문득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기존 황제가 다음 세대에 밀려 왕좌에서 물러나는 모습이 마치 바둑계 판도에 대한 암시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린 이세돌과 한 방을 쓴 이상훈 3단은 같은 시각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재있는 조치훈을 후원하기로 한 형 조상연의 맘 같은 것이 아닐까. 승부사와 그 주변 사람들의 대 승부를 앞둔 심리적 고통은 일반 팬들로선 상상을 초월한다.

스승의 날이기도 했던 5월15일. 이세돌의 스승인 권갑룡 6단이 대국장으로 찾아왔다. 천둥벌거숭이같던 이세돌을 키웠던 그가 제3국은 도저히 직접 봐야겠다며 대국장에서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18살 이세돌이 오늘날까지 성장하는데 조금씩이나마 일조를 했던 인물들이 대국장안에 그득했다. 이젠 잔치 상만 남은 분위기였다.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바둑도 질 수 있는가.'

150수 언저리에서 그만 필승의 바둑을 필패의 바둑으로 만든 것은 의외였다. 후반 무려 70수 가까운 수순은 이세돌이 아쉬움과 미몽(迷夢) 속에서 그저 두어본 것에 불과했다. 흑7집반승. 계가 후 이세돌이 "그렇게 많이 져 있었느냐" 고 놀랐을 정도였으니까.

필자를 비롯한 몇몇 바둑전문가들은 "3국에서 끝내지 못하면 대 역전패를 당할 지 모른다"고 이미 예상한 바, 이세돌이 한판을 추격 당하자 불길한 예측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 패배는 대역전극의 서막이었다. 중반까지만 해도 단연 흐름은 이세돌의 것이었고 검토실의 분위기도 파장 그 자체였으며 18세의 나이 어린 황태자의 대관수여식만 남았다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TV생중계를 정규방송관계로 마치던 조훈현 9단의 말에도 이미 이 바둑이 끝나 있음을 알린 바 있다. TV를 시청하던 바둑팬들은 역사적인 세대교체의 장면을 보지 못하는 불만의 소리는 높았지만 이세돌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변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창호의 마지막 승부수에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그만 돌아올수 없는 길을 떠난 것이다. 속기파인 이세돌이 평소에 초읽기까지 몰리는 법이 없어 초읽기에 대한 습관이 부재한 것이 패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세돌의 실착은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 마치 경험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무기인가를 보여주듯 이세돌의 '몰 경험'은 한번 실수 다음에 연달아 또 실수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무너져 내렸다.

이세돌은 후반전에 어떻게 수를 메웠는지 의심스러웠다. 이 모습이 '천재소년 이세돌'의 모습이던가. 후반전 동안은 그의 뇌 회로가 고장난 듯했다.

[뉴스화제]



·유창혁 9단 신예에 덜미…연승행진 마감

안달훈 4단이 유창혁 9단의 연승행진을 저지했다. 안 4단은 22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제36기 국민Pass카드배 패왕전 본선 제14국에서 유 9단을 239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백3집반 차이로 제치고 결선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안 4단은 본선 제15국에서 안조영 6단에게 승리를거둘 경우, 유 9단에 이어 두 번 째로 결선에 진출하게 된다.

유창혁 9단은 조훈현 이세돌 서봉수 등 쟁쟁한 멤버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대망의 싹쓸이 우승을 노렸으나 13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8월 21일 본선 제1국에서 조훈현 9단에게 승리를 거둔 이래, 파죽의 13연승을 질주했던 유 9단은 안 4단에게 가로막혀,전기 이창호 9단이 기록했던 18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2/01/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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