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93)] 몸을 위한 환경운동, 금연 (1)

흡연에는 핑계가 있을 수 없다

어떤 한국 사람이 싱가포르로 여행을 갔더니 이런 표어가 걸려 있었다.

"Smoking kills you." 이걸 본 그 사람은 담배를 더 많이 피워댔다. 이유를 물으니 "그거 담배 맛 죽여준다...라는 뜻 아닌가요?" 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애연가에게는 모든 것이 담배를 피워야하는 핑계다. 바로 이것이 다름 아닌 니코틴 중독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흥분하거나 불안하거나, 기쁨과 쾌감을 느끼게 되면, 체내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 도파민은 신경과 신경 사이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흥분이 가라앉으면 곧 분해되어서 없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담배를 피워서 니코틴이 몸 속에 들어 오게되면 이 도파민이 정상보다 과다하게 발생한다. 과다하게 발생된 도파민은 또 한 동안 체내에 계속 남아있게 된다. 흥분된 상태가 오래 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흥분된 상태를 지속하려는 신체적/정신적 관성 때문에 흡연자들은 담배를 계속 찾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니코틴 중독의 과정이다.

마약중독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미국은 아예 2년 전부터 담배를 1급 마약(마리화나는 2급 마약)으로 분류해서 관리에 들어갔다.

더구나 애연가의 천국으로 소문난 러시아도 올해 들어서 "흡연 제한법"이라는 법까지 만들어서 금연운동에 돌입했다.

요즘 우리나라도 이주일씨의 폐암선고 이후 온 나라가 금연에 목숨을 걸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성인남자의 흡연률이 세계 1위(68%)다. 거기에다 과거 10년 넘게 성인남자의 암사망률도 1위였던 위암의 자리를 1998년 이후로 폐암이 차지하고 계속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법석을 떨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흡연이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1956년에 밝혀진 사실이다.

담배연기 속에는 니코틴, 타르, 비소, 페놀, DDT와 같은 40여종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폐, 기관지, 후두 등 호흡기 질환과, 혈관수축으로 인한 고혈압, 혈관손상에 따른 변이성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 헤아릴 수 없는 질병의 온상이다.

더구나 주변사람에겐 3배나 더 위험한 죽음의 연기가 담배다. 애연가들은 말한다.

"사회에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흡연이다."

하지만 담배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신체에 가하고 있다. 광우병이나 유전자조작식품에 민감했던 만큼만 흡연에 민감하면 될 것을 말이다.

사실 필자는 애연가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흡연가나 마찬가지다, 집안 어른들이나 주변사람들이 끈임 없이 피워대는 담배연기 때문에 줄곧 간접흡연자였던 것이다.

올해와 같은 이 뜨거운 금연 열기가 나의 간접흡연도 멈추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누구나 환경오염문제에 과민하다. 하지만 막상 자기 몸의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소홀하다. 금연은, 자기 몸을 위한 환경운동의 시작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1/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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