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커트 코베인, 지워지지 않는 너바나의 전설

■커트 코베인, 지워지지 않는 너바나의 전설
(이안 핼퍼린ㆍ맥스 월레스 지음/이수영 옮김/미다스북스 펴냄)

1970~80년대 미국은 ‘성공의 윤리’가 가져다 준 장밋빛 희망에 들 떠 있었다. 뉴욕 월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워싱턴은 국제 정치의 타워 컨트롤로, 할리우드는 20세기 대중 문화의 발원지로서의 위상을 한껏 떨쳤다.

하지만 그 같은 번창의 이면에는 더욱 커지는 빈부 격차와 소외감으로 절망의 나날을 보내는 계층이 있었다. 이들 빈민층 출신의 젊은이들은 풍요가 넘치는 미국 중심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슬럼가에서 가난에 찌들린 채 마약과 섹스를 탐닉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커트 코베인은 이처럼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대변해준 어둠 속의 우상이었다. 로큰롤이 유일한 삶의 의미였던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불행했던 인생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몸부림 쳤다.

거칠고 반항적인 사운드, 도발적인 가수, 파괴적인 무대 행위를 통해 그는 상업화에 물들어가는 자기 자신과 기성 세대에게 끊임없이 도전했다. 무대 위에서 자위 행위를 했으며, 동성과 진한 키스를 하고, 속옷을 입고 공연하는 등일탈 행위들을 스스럼없이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스물일곱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유서 마지막 부분에 쓰여진 것처럼 커트 코베인은 ‘점차 희미하게 사라지기보다 한 순간에 타버리는’ 극적인 삶을 택한 것이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을 살다간 천재 록 가수 커트 코베인(1967~1994년)의 인생을 담은 ‘커트 코베인, 지워지지 않는 너바나의 전설’(미다스북스 펴냄)이 출간됐다.

커트 코베인은 1990년대초 ‘네버마인드’ ‘유테로’ 등의 앨범으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던 인기 그룹 너바나의 리드 싱어.

코베인이 떠난 지 8년째가 되는 최근 그의 삶과 죽음이 다시 관심사가 되는 것은 그의 인생 자체가 당시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 연방이 해체된 이후 미국은 유일 강대국으로, IT 선도국으로, 사상 유례없는 10년간의 장기 호황을 구가했다.

그 어느 세력도 미국의 절대적인 힘에 도전할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거칠 것 없이 보인 미국은 지난해 911 테러와 경제 불황으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코베인의 우울했던 인생 이야기가 다시 주목 받는 것도 이것과 무관치 않다.

이 책은 코베인이 어린 시절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8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삐뚤어지기 시작하는 소년기, 기타를 치며 록 스타의 꿈을 키우는 청년기, 무명 밴드를 따라다니며 마약과 섹스에 탐닉한 시절, 아내 커트니와의 사랑과 결혼 등 코베인의 성장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후반부에서는 순수한 음악에 대한 그의 지독한 열정과 인기,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순수 사이에서 갈등하던 모습,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해 제기되는 타살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기성 세대에 거침없이 도전한 음악인 코베인, 그의 반항적인 외적 이미지와 달리 섬세하고 나약했던 내면 속의 진실을 통해 당시 미국의 허울뿐인 자화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30 18:3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