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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산책] 세계화와 한국의 이념정치

세계화와 한국의 이념정치- 한국 예외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지난해 여름 비록 저급한 ‘색깔론’이라고 비난은 받았지만 이땅의 정당들 사이에서도 ‘이념논쟁’의 형태를 띤 공방이 오갔다. 굳이 ‘이념논쟁의 형태를 띤’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같은 공방을 우리 정당들의 본격적인 ‘이념논쟁’ 혹은 ‘이념경쟁’으로 평가하는 데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고, 보수ㆍ진보간의 입장차가 명확하지 않으며, 고질적 지역주의로 진정한 정책대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이 땅에서 정당들이 이념경쟁의 형태로 정책대결을 펼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계간사상’ 겨울호에 발표한 논문 ‘세계화와 한국의 이념정치-한국 예외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이 같은 ‘이념논쟁부재론’을 반박하는 글이다.

그는 “비록 지역주의, 연고주의, 패거리 정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는 90년대 중반이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그것은 정당 정치의 이념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이 같은 현상은 일련의 정치변화를 초래했으며, ‘중도수렴’이라는 이념논쟁의 세계적 추세를 닮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보수-진보’로 구분 짓는 서구의 이념 체계는 그 정책노선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보수주의자는 질서, 권위, 윤리라는 전통적인 도덕적 가치의 유지를 추구하고, 진보주의자는 관용, 자유, 인권을 강조하며 기존의 가치체계에 도전하는 특성이 있다. 양 진영간의 특징 및 차이는 경제, 안보,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생생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 교수는 논문에서 먼저 이 같은 보수-진보의 이념체계가 점차 통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를 주창한 보수 공화당의 레이건이 ‘뉴딜정책’의 민주당 카터를 꺾고 대통령이 됐을 때까지만 해도 이 같은 도식의 이념 경쟁이 존재했다.

그러나 재정안정과 자유무역, 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 이념을 부분 수용한 민주당의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 보수-진보의 이론은 중도화, 통합화 돼 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번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의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거의 동일한 정책노선을 견지하며, 이념의 중도수렴 현상을 입증했다. 유럽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 교수는 한국의 경우에도 “정당간의 이념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한국적 맥락에서의 정통보수주의로 자주국방, 개발국가, 공동체적 복지주의, 가부장적 평등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박정희주의’를 꼽았다.

이를 부정하는 정도에 따라 이념의 공간에서 보수-진보의 자리가 매김 된다고 보고 있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진보진영은 사회주의를 출발점으로 해, 80년대 김대중의 사민주의-90년대 중반이후 김대중의 ‘제3의 길’ 노선-97년 이회창의 개혁적ㆍ포용적 보수주의, 그리고 ‘고전적 자유주의’의 순서로 층이 나누어 진다.

‘제3의 길’을 집권 이념으로 내세운 김대중 정부가 광범위한 개혁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이념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모용린 교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이념 논쟁은 시종 일관된 논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보았다.

“지난해 여름 한나라당의 김만제 정책위 의장이 제기한 ‘김대중정부 사회주의적 정책론’ 공방은 ‘색깔 논쟁’으로 비화해 사회적 우려를 자아냈지만 이는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에서의 언론과 정부와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땅에서 전개될 이념경쟁의 방향과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이념의 중도수렴’이라는 장기적 추세를 따르면서, ‘3金정치’의 종식과 지역주의의 약화에 힘입은 발전적 의미의 양당 체제가 구축되고, 이념경쟁 및 정책대결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향후 전망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그는 “한국정치의 미래는 호남이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영남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패턴이 상당기간 유지되면서 이념 변수의 중요성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될것”이라고 예측했다.

모 교수는 논문 말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념논쟁 자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은 그것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라며 “주어진 역사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념을 가진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야말로 정치 선진화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문화과학부 차장 chkim@hk.co.kr

입력시간 2002/01/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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