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스캔들의 원점은?

청와대 이기호 경제수석은 1월 25일 오후 들어 여태껏 부정하던 보물선 인양사업에 어느 정도 개입 했음을 밝혔다. 이를 지켜보며 문짝, 즉 게이트를 보도하고 있는 언론들은 이런 추문과 부패의 스캔들의 원점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생각해 봤다.

적어도 “기사와 뉴스는 역사의 초안이다”는 고전적 책무에 충실하려는 기자들이 한번쯤 되물어 볼 의문이다.

엉뚱한 해답이 될는지 모른다. 서울의 조선일보는 사주가 세무조사로 구속된 신문이어서인지 모르지만 1월 14일 김대중 대통령 연두회견을 ‘역사의 뉘앙스’를 갖고 보도했다.

“작년 회견이 야당과 언론 등 비판 세력을 향한 선전포고형 강성 기조 였다면, 올해는 일체의 전선(戰線)형성을 피하면서 국민에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연성 기조였다. 이날 김 대통령은 쉰 목소리가 가끔씩 잠기는 등 피곤하고 지친 모습 이었다. 지난해 시종직 선적이고 활달한 어조로 회견을 이어 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런 게이트파문의 원점을 2001년 연두회견에서 김 대통령이 밝힌 “국민 사이에 언론 개혁 여론이 높다. 언론개혁 대책을 세워야 한다”와 ‘원칙과 법’을 강조하며 ‘강한 정부론’를 강조한 점에두는 듯 한 인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일고 있는 엔론사 파산 및 정치인 개입, 아프간 테러전쟁 종식과 포로 처우 및 재판, 경기회복 문제 등과 관련해 부시 2년차 정권에 묻는 미국 언론의 의문은 색다르다. 2002년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 정치 스캔들의 원점은 ‘클린턴의 부적절한 성관계’가 원점이라는 암시다.

클린턴을 대통령직에서 내몰기 위해 어느 언론보다 앞장섰던 타블로이드판 신문 뉴욕포스트는 1월 17일자에서 캘리포니아 파세패서디나에서 가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1998년 1월 17일은 르윈스키가 “23세의 전 백악관 인턴, 클린턴과 ‘성적 관계’를 가졌다”는 주인공으로 맥드럿지의 인터넷에 올려진 첫날이다.

르윈스키는 24시간 영화체널인 HBO가 오는 3월 3일께 방영할 다큐멘터리의 홍보를 위해 공개 인터뷰에 나왔다.

그녀는 “건강한 유머가 험악한 신문, 비평, 공격을 견디어 내게했다. 짓궂은 개인적인 농담과 건강한 농담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내 이름 르윈스키가 부정한 섹스의 상징이 되는 것은 정말 나에겐 잔혹한 것이다. 나는 비록 역사기술에 있어 짤막한 각주(脚註:Footnote)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역사적 진실과 거짓의 틈 사이를 사실로 채우고 싶다”고 영화출연 이유를 댔다.

이런 르윈스키의 마음을 꿰뚫어서가 아닐 것이다. 30여년간 CBS와 NBC의 국제문제 담당기자이며 백악관 출입기자로 여러 차례 보도상을 수상한 마빈 칼브는 지난해 12월 “하나의 추문 이야기-클린턴, 르윈스키 그리고 미국 언론을 더럽힌 13일간”이란 306쪽 짜리 책을 냈다.

1987년부터 하버드 대학 언론정치 공공정책 연구소 교수였고, 현재 워싱턴 명예소장인 그. 클린턴과 르윈스키를 보도한 미국 언론의 기자, 편집국장, 보도국장, 언론학 교수, 역사학 교수들을 인터뷰해 스캔들의 진실을 쫓고 있다.

칼브는 클린턴 스캔들의 원점을 1998년 1월 13일로 잡고 있다. 뉴스위크지의 특별검사 담당기자인 마이클 이시코프가 익명의 어느 남자독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이다.

“당신이 쫓고 있는 존스와 윌리(클린턴 재임시 백악관 자원봉사자)외에도 르윈스키라는 인턴으로 일하는 여자가 있다. 취재 해보라”였다. 이시코프는 르윈스키와 함께 근무하는 린다트립, 그녀의 출판 주선자 루시안 골드버그 등과 접촉해 르윈스키가 클린턴과 집무실에서 ‘성적관계’를 가졌음을 알아냈다.

1월 16일 르윈스키가 스타 검사 팀에게 연행되고 대통령이 법적 방해와 위증교사등 혐의로 조사 받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 냈다.

그러나 ‘성적 관계를 가졌던 트립과 르윈스키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아직 얻지 못하고 있었다. 1월 17일에는 존스에 대한 성적 추행 사건으로 클린턴이 비밀증언을 할 예정이었다.

이시코프와 뉴스위크의 편집인, 편집국장 등은 이 스캔들 보도를 위해 7시간 동안 논쟁했다. 이스코프는 “이 사건은 대통령직이나 국가안보와 관련이 없다. 그가 거짓말 하고 있고 집무실에서 추행을 일으킨 것, 또 이를 부인토록 교사한 것 등은 탄핵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편집인 리차드 스미스는 “우리는 일간신문이 아니다.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르윈스키가 이야기를 만들었음이 밝혀지면 특종은 그 해명할 기회를 잃는다. 좀 더 취재 해야 한다”라고 논박하며 마감일인 이날을 넘기도록 했다.

칼브는 결론 짓고 있다. “미국언론은 워터게이트와 클린턴 스캔들로부터 자만에 빠져 역사적 초안 기록자로서 정확한 사실을 기술 해야 하는 ‘고전적 임무’를 등한시하고 있다.

그 대표직인 증거가 소스(뉴스원)를 ‘막연하게’, ‘애매하게’, ‘불분명하게’ 적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1월 22일자 스캔들 첫 보도에는 4건의 소스가 나오나 14명이 실명이고 19명이 익명 요구자로,11건이 ‘알려진 바에 의하면 ‘등으로 애매하다.

“이런 언론의 퇴락,쇠락을 인터넷과 TV의 극성, 언론 기업의 트러스트화로 변명하지 말라. 몇몇의 좋은 언론인이 지금의 경쟁적 관행을 고전적 관행으로 복귀할 때 언론은 다시 살아난다.”

왜 스캔들의 원점을 찾느냐는 대답이 여기에 있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2/01/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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