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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선택'의 자유가 당신을 옭죈다면?

[TIME] '선택'의 자유가 당신을 옭죈다면?

행복추구에 관한 수많은 결정속에 사는 현대인

세상에 이럴수가! 엔론사 파산은 우리에게 이제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우리 자신들에게 달려있다고 웅변한다. 은퇴 후연금에서부터 의료비와 전화 서비스까지 일상의 모든 결정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려야 한다.

선택은 좋은 것이다. 미국인들은 선택권이 곧 자유의 증거이며 혁신과 번영의 원천이라고 여긴다. 부(富)란 더 나은 쥐덫, 특히 요즘 유행하는 컴퓨터 덫을 잘 설치해 놓은 사람에게 흘러간다.

반면 수백가지 치약 중 무엇을 골라야 할 지 몰라 쇼핑 진열장을 두리번거리는 슈퍼마켓 고객들은좋은 것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현명한 선택' 요구하는 사회

스탠포드 대학의 마크 레퍼 심리학 교수와 콜럼비아 경영학 부교수 쉬나 라이엔거는 간단한 연구결과로 이 사실을 입증했다. 한 슈퍼마켓에 여섯 가지잼과 스물 네 가지 잼을 시식할 수 있는 부스를 설치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고객들은 더 많은 선택이 있는 부스를 선호했다. 지나가는 고객의 60%가 스물 네 가지 시식대에 머물러 시식한 반면, 네 가지 잼 시식대에는 40%의 고객만 발길을 멈추었다.

그러나 선택이 많으면 오히려당황하는 법이다. 3%의 고객만이 스물 네 가지 부스에서 잼을 샀고 30%의 고객이 네 가지 잼 부스에서 잼을 구매했다.

스물 네 가지 잼 부스가 고객들에 제공한 수많은 선택권에 압도돼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잼을 살 돈 정도는 절약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던지는 수많은 선택권, 그 중에서도 삶과 직접 연관된 아주 중요하고 복잡한 결정에 관한 선택권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라고할 수 없다. 책임이란 자유에 수반하는 대가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과제와 결정에 노출되어 무기력해지고, 마비상태에 빠져있다. 선택을 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혹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이 늘고 있고,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 전문가들조차 신뢰감을 주지 못하거나 부패해 있다.

수많은 선택 속에서 당황하고 있던 사이에 엔론 사태가 터졌다. 엔론 사건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엔론사의 파산을 이끈 윤리부재와 속임수가 사회 곳곳에 폭 넓게 퍼져있으며, 그 중 상당부분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제2의 엔론사가 당신의 월급까지 파먹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회사 간부와 감사 책임자, 주식 분석가들이 주주의 이익이란 본연의 임무를위해 일하지 않고 온갖 자문료의 명분으로 뇌물을 챙기고 사태를 왜곡시킨다면 말이다.

실제로 1998년부터 2000년 사이 397개의 회사가 관련자의 부정이 밝혀지면서 회계 결과를 다시 작성해야 했고, 선빔이나 센던트 같은 큰 회사들조차 사기를 주장하는 주주들에게 합의금을 지불했다.

정부가 완화시킨 것은 실업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뿐 만이 아니다. 각종 사업규제도 완화시켰다. 그것이 우리가 선거를 통해 선택한 방향이며,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에서 더욱 자유로워진 회사들이 재정이나 의료 같은 중대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을 부패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이들 전문가에게 자신의 노후나 은퇴 후를 대비한 생계 혹은 의료(미국은 우리와 달리 의료보험이 강제보험이 아닌데다 의료보험비가 상당히 비싸 의료 및 건강은 노후대책의 핵심 중 하나임) 대책을 상의하고 있으며 대체로 이들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고 있다.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은 우량주식보다 불량주식을 우리에게 팔고 자신은 이익을 남긴 수많은 주식 전문가들과 재정 전문가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9월 11일 테러이후 수개월간 미국인들은 놀라운 단결된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엔론 추문은 돈 문제가 개입될 경우 우리는 철저하게 혼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은퇴 문제만 해도 그렇다. 1985년에 사원들에게 연금을 보장한 회사는 11만4,000개였다. 2000년에는 그 숫자가 3만8,000개로 줄었다. 그 밖에 개인연금제도나 사원이 주축이 되어 추진된 각종 연금제도가 수백만 미국인들에게 소개되어 1990년에 주식 투자에 따른 이익을 나누어 주었다.

그 중에는 적어도 서류상으로 백만장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연금제도는 이제 아무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미래의 이익은 얼마나 우리 스스로 현명하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2년전만 해도 현명한 투자는 매우 쉬운 일처럼 여겨졌다. 이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리고 8,282개의 뮤츄얼 펀드를 선택하는 데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준비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좀더 믿을만한 조언을 구하기 위한 간절한 열망을 반영하듯 대형 투자자문회사인 챨스 슈와브의 광고 방송은 한 가족 주치의를 내세워 광고를 찍었다.

이 광고에 등장한 의사는 자신이 돌보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환자에게 투자 자문을 해준다. 그리고 이 광고는 이렇게 반문하고 있다. “당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투자 자문가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이제 30년 동안 이자가 고정된 전통적인 모기지(mortgageㆍ주택저당)가 더 유리한지, 경제상황에 따라 이자가 오르내리는 가변 이자식이 유리한지, 아니면 혼합형이 유리한지 계산해 보아야 한다.

부모들은 수많은 교육 조달 방식 중 어느편이 자녀들 대학 교육을 위해 적합한지 결정해야 하고, 설명을 들어도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여러 가지 의료보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저녁 시간을 방해하던 장거리 전화는 옛말이 됐다. 이제는 무선 전화 서비스 업체들의 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엔론사가 주도한 탈규제화의 결과로 미국인들은 전자제품 하나 고르는데도 골머리를 앓는다.

싼 제품을 사면 고장률도 그만큼 높을 것인가? 누가 속시원하게 답해줄 수 있을까? 인터넷이 이끄는 신기한 세계에 접속하기 위해서 집안의 가장들은 케이블 TV 모뎀을 써야 할지, dsl 전화 모뎀을 써야 할지, 아니면 위성을 이용할지 선택해야한다.


많은 선택권은 결코 축복이 아니다

많은 선택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일 수 있다.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숙제가 적다면, 또 믿을 만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축복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해답을 구해야 할 것인가, 정부 규제를 늘려야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공화당은 사회보장연금을 위한 개인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현재의 추세는 계속될 것이고, 커다란 흐름의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당신의 사회보장연금 운용결과는 당신이 얼마나 주식을 현명하게 선택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연금 뿐만 아니라 인생의 전 영역에 대해 내린 당신의 결정이 당신을 살 찌울 수도 낭패로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전문화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 훈련을 할 것이다. 그 근거들이란 이윤추구에 급급한 전문가들이 아니라 의뢰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는 가까운 친구나 동료들이 될 것이다.

투자, 의료, 통신 분야처럼 실생활과 직접 연관이 되는 중대한 결정을 이제 당신 스스로 내려야 한다.

김경철 주간한국부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1/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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