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J의 세계] 거칠지만 살아있는 언론

사회를 보는 또 다른 눈, '1인다역'의 비디오 저널리스트

SBS-TV ‘생방송 모닝 와이드’, 중앙방송의 ‘논 픽션 TV Q채널’, 각종 문화 센터의 강좌….

가깝게는 지난해 9월 열렸던 ‘제 4회 서울 국제 다큐멘터리 영상제’에 참가했던 솔직한 영상들은 안방에서 느긋이 TV를 시청하던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기아와 살륙의 현장에서 포착된 영상은 TV나 영화에서 보던 그것이 아니었다. 손으로 샅샅이 훑는 듯 살아 있었다. 모두 6㎜ 비디오의 렌즈에 포착돼 안방까지 온 영상이다.

소형 카세트만한 비디오 테이프가 담은 영상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숨결이 바로 곁에서 느껴진다. 그들의 동작을 쫓느라 렌즈는 흔들리지만, 그것은 오히려 인간성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대형 스튜디오 카메라(ENG 카메라)나 8㎜비디오 등 기존의 굼뜬 영상 제작 하드웨어로는 도저히 담아 낼 수 없는 현장감속으로 시청자는 빨려든다.


사회 모순 고발하는 대안언론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산하 비디오 저널리스트 강좌는 현재 14기째 이어져오고 있다. 촬영, 편집 등 6㎜ 비디오 조작법을 배우고, 대안언론 운동으로 구조적 모순을 생생하게 고발하자는 것.

빨리 치고 빠지는 특성 때문이다. 일본 대사관앞 정신대 할머니들의 시위 당시, 자그마한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뙤약볕 아래서 분주히 움직였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디오 저널리즘은 또 온라인 신문인 ‘백수신문’ ‘참신문’ 등 인터넷 정치학(e-politics) 공간에 살아 있는 동영상을 제공, 조회수를 높이는 실질적 공신이기도 하다. 바로 인터넷 정치학의 손발, 비디오 저널리스트다.

엄밀한 의미에서 비디오 저널리스트(VJ)란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기획, 취재, 촬영, 편집, 기사 작성, 리포팅 등 관련 작업을 혼자서 전부 다 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알던 기자가 펜과 수첩을 손에 놓지 않고 다니는 것 처럼 하루 24시간 카메라를 쥐고 있다. 취재 대상이 결정되면, 혼자서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인터뷰와 촬영을 동시에 해 낸다.

진정한 VJ는 PD, 카메라맨, 작가 등 세 가지 모두를 한몸에 구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국내 방송계에서는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 모두 VJ라 부르는 것이 관례다. 이러한 VJ가 우리 일상의 전면에 부상한 것은 저렴한 제작비에다 생동감 넘치는 화면 때문이다.

그들이 일상에 전면 부각한 것은 SBS-TV의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시청자의 눈을 끌만한 새로운 포맷의 프로를 선보이면서부터. 이전의 ‘VJ특공대’나 ‘현장속으로’ 등 프로에서 간간이 1회용으로 선보여 왔던 VJ제작물을 본격적으로 선보이자는 것이었다.

“컴퓨터 잘 못 다루는데, 배울 수 있는지요?”

문을 연 첫날 오후 8시에 맞춰 수업을 들으러 온 1기생 유현웅(62)씨. 비디오 저널리즘이 방송 종사자의 관심 대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욱 사실적이고 생생한 현장을 타인에게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열려있다. 8회 과정을 떼고 나면 현장 촬영과 취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 새롭게 도전

수출업체 대표로 있다, 2년 전 퇴직하고 그 동안 못 다한 취미 생활을 심화하기위해 왔다. “해외 다니다 보면 아까운 장면이 눈에 많이 띄죠. 두고 두고 보고 싶은 장면은 동영상으로 잡아 두고 싶어요. 지금이 딱 적기죠.”

유씨는 비디오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곳을 알고 개강일에 맞춰 왔다.

국내에서 비디오 저널리즘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이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구비한 곳은 현재 이곳뿐. 위성 방송이 디지털화하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시사, 교양 등 채널수가 적어도 100여개로 증가할 상황에서 콘텐츠 수요 폭증에 미리 대비하자는것.

공중파방송과 지역 방송과연계,제작 의뢰가 오면 인력을 연결해준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02)2631-7014~5(www.vjcenter.com). 1기생들은 모두 8명.

“특수영화 그래픽으로 방송 컨텐츠를 제공하는 프로덕션에서 6년 동안 근무하다 독립했어요. 3D 작업을 계속해 오다, 더 깊이 공부를 할까해서 왔죠.” 춘천 애니메이션 연구소 킴스컴 김상훈씨.

“4년 동안 브라질에서 생활하다 보니 카메라맨이 하고 싶었죠. 아직 아마추어 수준인데, 방송사에 출품하기도 했어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찍어서 편집하려구요. 그동안 쭉 관심이있었는데, 딱히 배울 데도 없고 비싸서요.”

이밖에 “호기심에서 배우고 싶어 왔다”는 사람들. 제 1기 9명 수강생들의 답은 제각가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영상물을 만들어 주위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장병욱 주간한국부차장

입력시간 2002/01/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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