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J의 세계] 33인의 VJ가 만든 현장 다큐

1월 12일 12회로 종영된 ‘33인의 전설’은 일천한 한국 비디오 저널리즘의 찬란한 첫 발자국이었다. 국내 33인의 대표적 비디오 저널리스트를 동원, 일반인들은 좀체 가지 않는, 혹은 갈 수 없는 곳의 현장과 사람의 숨결을 포착해 보냈던 프로였다. 파출소, 소방서, 심야 지하철역의 귀가 전쟁, 농한기 노름 현장….

‘패닝(상하좌우로 한번 쓱 훑는 것)-줌인(중심 피사체로 확대해 들어가는것)-줌 아웃(피사체에서 빠져 나오는 것)’ 등 일반 시청자가 지겹도록 보아 온 기존의 다큐 프로의 카메라 동작선은 여기서는 절대 금물이다.

피사체에 밀착,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붙는 집요함에서 피사체의 호흡 하나까지도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떨림조차도 여기선 인간적 체온이었다.

‘33인의 전설’이란 형식은 KBS 교양국에 있다 SBS로 옮긴 김종찬 CP(부장급)의 제안을 발전시킨 것. 전국의 교통사고를 특정 시점에 VJ들을 동원해 동시다발적으로 찍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특정 시의 공간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최초의 시도였다.

이 프로의 발진과 함께 지하에 숨어 자기 작업에 충실하던 VJ 33인이 6㎜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어느 시점에서 각지의 소방서, 지하철등을 동시에 깊숙이 들어가 본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해주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최근 윤태식 게이트와 관련, 담당 PD가 구속된 ‘33인의 전설’은 VJ가 만드는 ‘패트롤 25시’로 이름을 바꿔 생생한 현장을 계속 재현해 낼 계획이다.

장병욱 주간한국부차장

입력시간 2002/01/31 17:3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