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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마트의 몰락… 전세계 유통업계 대파란 예고

월마트 등과의 출혈경쟁이 파산 부채질

미국 제2의 대형 할인체인점인 K마트의 몰락으로 전세계 유통업계에 대변혁의 회오리 바람이 일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할인체인점간 시장쟁탈전이 103년의 역사를 지닌 K마트의 파산 보호 신청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수도권과 부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에서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업체를 포함한 대형 할인체인점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K마트의 몰락이 예사롭지 않다.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 회생가능성 희박

K마트의 최고경영자(CEO) 찰스 코너웨이는 1월22일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 파산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제너럴 일렉트릭 캐피털과 JP 모건 체이스 등으로부터 모두 20억 달러의 담보부 자금제공을 확보한 상태이며, 구조조정을 최대한 앞당겨 내년 중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월가에서는 회생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파산 보호 신청으로 47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에 대해서는 지불유예를 받았지만 엔론파산과 현재의 미국 경제 전반에 비춰볼 때 경영 정상화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K마트측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에 깔려있는 2,114개 체인점(직원 25만명)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500여개를 정리하고 인력감축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타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경쟁업체인 업계 1위 월마트와 3위인 타겟이 K마트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 공략에 나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자산규모가 170억 달러에 달하는 K마트가 끝내 무너질 경우 미국의 소매유통업체로는 사상 최대의 파산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한때 미국 할인구매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K마트의 침몰은 월마트 등과의 출혈경쟁에 따른 자금압박이 1차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세바스챤 스퍼링 크레스지가 1899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중심가에서 모든 상품을 5센트 또는 10센트면 살 수 있다는 모토로 '파이브 앤 다임 스토어(five-and-dime store)'를 창업할 당시만해도 할인구매는 획기적인 판매전략이었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온 이 작은 편의점은 13년만에 85개 체인점으로 성장했고 1920년대 중반에는 '그린프런트 스토어(greenfront store)'로 확대되면서 기반을 다져갔다.

60년대에는 연간매출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뒤늦게 뛰어든 월마트와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침체를 면치못한 판매 실적이 좀처럼 개선기미를 보이지않자 2000년 7월 41세의 코너웨이를 CEO로 영입해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추진했으나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코너웨이는 2,500만 달러를 투입해 '블루라이트'라고 명명한 가격인하 경쟁을 다시 촉발시켰으나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월마트의 대대적인 반격에 무릎을 꿇어야 었다. 쇼핑시즌이었던 지난해 12월 매출(55억2,000만달러)만 보더라도 K마트는 전년 동기에 비해 2,000만 달러 감소했는데도 월마트는 288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 증가해 K마트의 운명을 암시했다.


판매전략 부재ㆍ투자실패 등이 원인

국제적인 신용평가 기관들도 K마트의 신용등급을 1월 들어 잇따라 하향조정하면서 파산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4일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4단계나 내렸고, 무디스도 이틀뒤 선순위 무보증 채권 등급을 'B2'에서 'Caa1'으로 2단계 인하했다.

급기야 21일 주요 식품공급업체인 플래밍사가 7,800만 달러의 미수금 결제를 요구하며 납품중단을 선언하고 나서 결정타를 가했다.

미국 전역의 K마트에 야채 등 식료품을 지난해부터 10년간 공급키로 계약한 플래밍사가 등을 돌리자 시중에서는 "식품공급 부족으로 2, 3일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K마트는 결국 하룻만인 다음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날 S&P와 무디스는 K마트의 신용등급을 각각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준인 'D'와 'Caa3'까지 내렸고 지난해 최고 13.55달러였던 주가는 70센트로 폭락,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K마트를 파산으로 몰아넣은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엔론 사태 이후의 불안한 금융시장 여건도 한 몫을 했지만 전문가들은 판매전략 부재와 투자 실패를 근본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체인점 대부분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점포 부지 구입대금이 엄청난데다, 소비자들의 기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낡은 물류시스템이 아킬레스건이었다.

우선 시내 한복판에 체인점이 들어서는 바람에 교통체증으로 물품을 제때에 수송하지 못한 것이 최대의 골칫거리였다. 게다가 도심지역에 살던 주요 고객인 백인 중산층이 80년대 이후 점차 교외로 빠져나갔는데도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도 돌이킬 수 없는 패인이었다.

결국 잘 팔리지 않는 재고만 창고에 쌓여가고 잘 팔리는 물건은 제때 공급받지 못해 팔지도 못하는 '구멍가게'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에 비해 62년 할인소매업계에 뒤늦게 뛰어든 월마트와 타겟은 저가품 판매전략과 깔끔한 매장관리로 서민층과 중산층을 집중 공략하면서 시장을 잠식해 들어왔다.

특히 저비용, 저가로 '박리다매' 전략을 내세운 월마트는 대부분의 체인점을 땅값이 싸고 교통이 편리한 고속도로 교외에 배치해 고정비용과 물품수송 측면에서 K마트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월마트는 점포부지 대금에서 절약한 자금으로 최신 물류시스템을 설치하는데 투자했고, 고속도로망을 따라 제때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미국 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소매업체로 자리잡아갔다.

경기침체도 불구하고 지난해 총 매출액이 1,932억 달러로 K마트의 370억 달러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것도 이같은 판매전략 덕이었다. 더구나 월마트는 포천지가 4월 발표할 예정인 올해 500대 기업 중 1위로 떠올라 K마트와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 체인 긴장, 물류시스템 정비에 나서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할인소매업계는 월마트와 타겟이 K마트의 기존 고객을 놓고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마트 고객 중 저가품을 선호하던 서민층은 월마트로, 깔금한 매장 스타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타겟에는 중상층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경기부진으로 K마트의 경우처럼 물류시스템 혁신에 미진했던 대형 백화점 체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닷컴(amazon.com)과 야후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계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유통업계 재편 등 대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정정화 국제부 기자 jeong2@hk.co.kr

입력시간 2002/01/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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