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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은 國事에 바쁘셔셔…"

김영환 장관 동생 운영 다림비젼, 세무조사 '봐주기' 의혹

장관인 형을 등에 업은 벤처비리인가, 아니면 투자금을 빼내기 위한 소액주주들의 억지 주장인가?

이른바 ‘4대 게이트’가 나라를 온통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에서 벤처비리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진원지는 대전 대덕밸리의 ㈜다림비젼.

지방의 조그만 벤처기업인 다림비젼의 비리 의혹이 4대 게이트의 틈바구니 속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회사 대표 김영대(44)씨가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또 이 회사의 전신은 바로 김 장관이 1991년 설립한 다림시스템이다. 김 장관은 정치 입문을 준비하기 위해 94년 이 회사를 당시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인 동생에게 매각했다. 다림시스템은 원래 공장자동화 관련 회사였으나 김 대표가 인수하면서 동영상 압축기술과 보안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정보통신업체로 변모했고 이름도 다림비젼으로 바뀌었다.


사기 등 혐의로 피소, 외화도피 외혹도

다림비젼의 주주인 김모(44ㆍ전K증권 근무)씨는 지난해 8월 다림비젼의 김영대 대표를 대전지검에 고소했다. 혐의는 사기, 배임, 횡령, 사문서 위조,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한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이어 올 1월 초에는 이 회사의 소액주주 26명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와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감사원, 국세청 등에 냈다.

이들은 “김 대표가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 부실기업인 다림비젼을 우량기업인 것처럼 실적을 조작하고, 투자자들을 속여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도록 한 것이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림비젼이 97년부터 2000년까지 위장 거래처를 내세워 실제 물품의 거래 없이 매출을 50억원 이상 허위로 부풀렸다며 이 회사 전 간부가 작성한 가공매출 자료와 김 대표의 e메일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특히 증거자료 가운데 김 대표가 지난해 9월 미국법인에서 본사에 보낸 e메일은 ‘미국 회계사에게 부탁, 미국자료를 거짓으로 해 우선 한국자료에 맞춰 신고했는데 미국 회계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관할 서대전세무서의 주식변동상황 명세서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00년 5~6월 자신의 주식 33만여주를 액면가(500원)의 30~40배인 1만5,000~2만원에 집중 매각, 60여억원의 양도차액을 얻은 동시에 유상증자를 통해 56만여주를 액면가의 6.4배인 3,200원에 다시 확보했다.

소액주주들은 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김 대표가 주주에게 통보하지 않고 임의로 주주의 인장과 신주인수포기서를 위조, 실권주를 자신과 친인척, 일부 직원에게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림비젼은 유상증자 직후 20억원을 김 대표의 개인 소유인 다림비젼 미국법인(DARIM VISION Corp)에 투자, 이 법인의 주식을 액면가의 30배로 인수했다.(이 약정서의 ‘갑’은 다림비젼 대표이사 김영대, ‘을’은 미국 법인 소유자인 김영대이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가 해외로 자금을 빼돌린 것”이라며 외화도피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유상증자에 주주들을 참여 시키지 않은 것은 향후 우수 인력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기 위한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서 였으며 주요 기관투자가의 양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다림비젼이 미국법인에 투자한 것은 사세 확대를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외자 유치를 순조롭게 진행시키기 위한 작업”이라며 “미국법인은 미래 가치를 추정할 때 30배수의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분식 회계와 관련, 김 대표는 “직원들이 회계를 잘 몰라 실수가 발생한 것일 뿐 고의적인 회계 분식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영대 대표 세무서장에 세금감면 청탁

소액주주들은 다림비젼의 비리 의혹에 김 장관의 그림자가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 장관을 향한 의혹의 눈초리는 다림비젼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모아진다.

다림비젼은 99년 말 수십억원의 허위 매출ㆍ매입 신고를 한 사실이 적발됐지만 소액의 세금만 추징 당한 채 종결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 대표가 세무서장에게 세금감면과 선처를 청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형인 김 장관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99년 인천 남동공단의 한솔씨앤씨가 부도나면서 남동세무서가 조사에 착수, 다림비젼과의 허위 거래 관계가 드러났고 관할 세무서인 서대전세무서에 위법사실을 통보, 조사를 의뢰했다.

서대전세무서는 당시 세무조사를 벌여 98년도에만 수십억원의 위장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적발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사를 중단했다.

또 2000년 10월 다림비젼이 6개 회사와 29억3,000여만원의 허위 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했으나 10개월 후인 지난해 7월 가산세 4,000만원을 물린 뒤 종결 처리했다.

현행법상 허위 매출ㆍ매입 거래를 했을 경우 경제질서 교란행위로 간주, 거래액의 10%를 세금으로 추징토록 규정돼 있어 다림비전은 2000년에만 최소 3억~6억원의 가산세를 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림비젼의 경리실무자 박모씨는 당시 미국에 체류중이던 김 대표에게 보낸 e메일에서 ‘세무서 인사이동 전에 세무서 관계자를 만나 잘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대전지방국세청)청장님 보다는 실무자인 세무서장님에게 직접 전화로 부탁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부사장과 함께 서장을 만나 뵙겠습니다’라며 로비 사실을 보고했다.

또 당시 서대전세무서장 이모(57)씨는 “세무조사가 진행 중일 때 김 대표가 사무실로 찾아와 선처를 부탁했으나 조사과장을 통해 현행법상 어렵다는 얘기를 전했다”며 “당시 김 대표가 김 장관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로비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서대전세무서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지난해 ‘대전지방국세청장이 김 장관과 같은 충청 출신이고 대학 동문이어서 다림비젼을 많이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회사 경영에 간여하거나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고 청탁을 한 적도 없다”고 일체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김 장관은 또 이 사건에 자신을 계속 결부시켜 보도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성 e메일을 취재기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형이 장관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을 ‘게이트’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단기 수익을 얻으려던 투기성 주주들이 자금을 빼내가기 위해 나와 회사를 음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무혐의 처리에 "봐주기 수사" 항소

대전지검은 지난해 11월 이 고소사건을 형사부에 배당, 조사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자 고소인측은 “봐주기 수사”라며 곧바로 대전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는 “이유 있다”고 받아들여져 검찰이 지난 22일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재수사는 형사부가 아닌 특수부에 배당됐다. 고소사건을 특수부에서 담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전지검 이충호 특수부장은 1차 조사에 대한 봐주기 의혹을 의식한 듯 “모든 고소 내용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로비 여부와 세금감면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보유한 고위 공무원도 수사 대상이다. 대전시청 고위 간부 1명이 다림비젼 주식 6만7,000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한 공무원과 언론인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실제 주주 확인작업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고소인과 다림비젼의 전ㆍ현직 직원 등 참고인 조사를 거의 마쳤으며 조만간 김 대표를 소환, 조사한 뒤 혐의가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건이 벤처기업 대표의 개인 비리 사건으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게이트’로 확대될 지, 또는 무혐의 처분으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성우 사회부기자 swchun@hk.co.kr

입력시간 2002/01/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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