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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이형택이 힘은 어디서?

'국정농단' 이형택이 힘은 어디서?

이형택씨, 보물발굴사업 국가기관들 줄줄이 개입, 정권 핵심부로 번져

해경, 정보사, 해군, 해양수산부, 산업은행, 금융감독원, 검찰, 국정원, 그리고 청와대. 이용호게이트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국가기관들이다. 총체적 권력비리임을 말해주는 대목이자 그 끝이 어디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이유다.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이 사건은 검찰의 부실수사가 부른 특별검사팀의 수사 개가로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 ‘국기문란 사건’으로까지 말하는 이 사건의 중심에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자리하고 있다. 사건은 이씨가 국정원과 해군, 산업은행 등에 보물 발굴사업 지원 로비를 벌이는 과정에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청와대와 권력 핵심부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특히 이씨는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신분과 여권실세와의 친분관계 등을 이용,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수석 외에 또다른 청와대 인사와 여권의 실세의 개입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기호 수석 연루 시인, 윗선은 없나?

이 수석은 1999년 12월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한 이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엄익준 국정원 2차장에게 지원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석은 25일 오후까지도 국정원에 대한 청탁 사실을 부인하다가 차정일 특검팀이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뒤늦게 연루 사실을 시인했다.

특검 수사나 당사자들 주장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자. 우선 국정원이나 해군 간부와 안면이 없는 이씨는 ‘예금보험공사 전무’라는 직함만으로 이들을 찾아가 면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 수석에게 국정원 및 군 간부 소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 수석 등을 만나 “보물발굴 사업이 국부 창출 등 나라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논리로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동업자간에 지분 약정까지 한 이씨가 국익을 운운한 것은 차치하고라고 고위 공직자들 마저 연루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국익’을 내세우는 처사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밀실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

동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보물발굴 사업에 어떻게 국가기관들이 총체적으로 연루될 수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은 또 다른 사람의 입김 여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경제수석은 국정원과 군의 업무와는 관련이 거의 없다.

청탁을 들어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이 수석 외에 또다른 청와대 고위인사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DJ의 정치자금 관리인’으로도 알려진 이형택씨는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보물 발굴탐사 및 각종 금융 지원을 청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씨의 보물발굴 사업이 여러 경로를 통해 김 대통령의 귀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여권 인사는 “이씨의 배경 때문에 청와대 수석 어느 누구도 이씨와의 면담 및 지원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해 이씨 파문에 연루된 인사가 더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천용택ㆍ임동원 국정원장 몰랐을까?

이 같은 추론들 때문에 당시 천용택ㆍ임동원 국정원장도 소개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수석이 국정원장을 제쳐두고 엄 전 차장에게 직접 부탁을 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이수용 당시 해군참모총장에게 지원을 요청한 국정원장 보좌관(당시 육군소장)이 직속상관인 원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국정원장이 이 수석의 부탁을 받고 엄 전 차장을 소개했거나 최소한 사후 보고를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두 전 국정원장은 부탁을 받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수석이 국정원과 군 간부 이외에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연결시켜 주었을 공산도 크다.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와 발굴사업에 참가한 S건설 등은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회사채 인수와 해외전환사채(CB) 매각에 성공, 청와대와 경제부처 고위관계자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밖에 이용호씨가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친분관계가 있는 모 방송사 이모 라디오편성국 부장에게 1,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돈의 성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장은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 대선캠프를 수차례 찾아갔던 것으로 알려져 이씨가 이 부장을 통해 홍업씨에게 접근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장을 소환, 돈의 성격을 조사할 방침이나 이 부장은 최근 회사측에 연수를 신청한뒤 7일 호주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소환은 불투명하다.

대검은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이 부장을 조사했으나 ‘이용호씨로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계로 돈을 받았을뿐 홍업씨와는 관계가 없다’고 진술했고, 이용호씨도 이 부장과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해 무혐의 처리했다”고 말했다.


전ㆍ현직 군 고위관계자 등 조사 불가피

이형택씨의 보물발굴 사업 로비과정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무리한 특검은 이번주부터 핵심인물들을 차례로 소환, 사건의 실체적 진실로 차근차근 접근하고 있다. 특검은 이기호 수석 소환에 앞서 이형택씨를 불러 보물발굴 사업 지분 계약경위 및 청와대 국정원 해군 등을 상대로 한 로비내역을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씨가 이 수석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 또다른 고위인사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황 조사중이어서 이 수석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또 국정원의 경우 99년말 엄 전차장에 이어 후임자인 김은성씨, 김형윤 전 경제단장, 김모 경제과장 등이 보물사업에 개입, 해군 해경 등에 지원 요청까지 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들을 소환키로 했다.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는 99년말-2000년초 천용택-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에 대한 보고 여부도 추궁 대상이다.

특검은 이와함께 엄 전차장의 지시로 보물발굴 사업에 개입한 단서가 포착된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 한철용 육군소장과 이수용 해군참모총장 등 국정원 해군 해경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재작년 이씨 진정 사건 수사라인이었던 임휘윤 전부산고검장(당시 서울지검장)과 임양운 전광주고검 차장(당시 서울지검 3차장) 등도 차례로 소환 조사키로 했다.

특검은 이덕선 전군산지청장(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장)에 대해 진정인ㆍ피진정인간 합의 종용 등을 이유로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로 적용,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치자금 조성’ 의혹 제기

한나라당은 27일 이형택씨의 보물발굴 사업과 관련해 10대 공개질의서를 냈다.

한나라당은 질의서에서 "이기호 경제수석의 입장표명은 이 수석 선에서 차단막을 설치해 더 윗선으로 의혹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정권핵심의 기획된 의도 아니냐"면서 "엄익준 당시 국정원 2차장이 `신뢰성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그 이후에 벌어진 전 국가기관을 동원한 발굴지원 사업은 또 다른 권력핵심의 영향력하에 이뤄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나라당은 또 ▲이용호씨가 보물발굴을 미끼로 주가조작을 한데 대해 경제수석이 몰랐을 리 없고 ▲국가예산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20조원의 발굴 프로젝트라면 대통령 내외에게 사적으로라도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3조원의 배당금에 비추어 여권의 정치자금 조성용이 아니냐는 의혹 등을 제기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과신철학과 온정주의, 이너서클만이 믿을수 있는 존재라는 패거리 의식, DJP연합에 의한 기형적 정권탄생이 불행의 씨앗" 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주변에 대한 총체적 점검에 나서고 문제가 있다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실은 또 "현 정권의 비리유형과 양태, 등장인물을 보면 가히 비리백화점을 방불케한다"면서 현 정부 출범후 제기된 친인척, 아태재단, 청와대, 장차관급 인사의 구속이나 비리의혹 38건을 소개한 `DJ정권 상층부 부정부패 관련실태'란 자료를 배포했다.

손범규 부대변인은 "윤태식 게이트 연루설로 검찰조사를 받던 국정원 직원이 공무에나 사용가능한 공용여권을 갖고 해외로 도피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국정원이 이를 방조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하며, 국정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성규 사회부기자 vega@hk.co.kr

입력시간 2002/01/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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