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치시대,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

1월 17일 민주당 정동영 의원 사무실에 동아방송대 방송보도학과 전희락 교수를 비롯한 미디어팀이 속속 몰려들었다.

정 의원이 전날 제주에서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한 후 방송된 KBS ‘뉴스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연설투의 말투 등 문제점이 집중 거론됐다.

대권을 향해 뛰는 사람들은 대개 이처럼 TV 정치에서 후보의 이미지가 투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이미지 창출과 관리를 위해 미디어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의 중요성은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간의 TV 토론회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고어 후보는 풍부한 식견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고 엘리트적인 이미지로 유권자를 붙잡지 못한 반면, 무식하고 저돌적인 인상의 부시는 오히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대권 장악에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은 올 들어 미디어팀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특히 김근태 정동영 한화갑 의원, 노무현 김중권 이인제 고문, 유종근 전북지사 등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각각 3~5명의 TV 토론회 준비팀과, 코디네이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등 3~5명의 분장팀으로 구성된 미디어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밖에 외곽에서 이들의 이미지 메이킹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젊은 후보 ○○○’ ‘준비된 대선 후보 ○○○’ ‘서민과 중산층의 친구 ○○○’처럼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강한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전술을 추진하고 있다.

전희락 교수는 “연설문이나 토론 내용 구성뿐만 아니라 분장의 형태, 제스처, 의상 등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 방송 토론 등에 출연시킨다”고 말했다.

배국남 문화과학부기자

입력시간 2002/01/31 19:17


배국남 문화과학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