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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공론화, 깃발 오르나?

여론서 공론화, 정파간 이견 등 장애물 많지만 '정계 안테나' 촉각

민주당내 최대 원내ㆍ외모임인 ‘중도개혁포럼’(회장 정균환 의원) 에서 내각제 공론화의 깃발을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내각제를 고리로 한 정계개편 논의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제에 돌입하기 전 2월말께 내각제를 추진하는 정치세력이 총 집결,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내각제 추진을 전면적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은 자민련 밖에는 없으나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에도 내각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발적 분위기, 동조세력 만만찮을 듯

그렇다면 과연 내각제고리가 신당 창당, 또는 그에 버금가는 대규모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로 작용할 수 있을까. 대략적으로 나마 그 가능성을 따져 보기 위해서는우선 민주당내 내각제 추진세력의 규모와 이들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개포’의 정균환 회장은 이에 대해 “23일 중개포내일부 의원들의 간담회에서 내각제 논의가 나온 것은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일단 얘기를 꺼내 보니 내각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더라”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특히 지역적 색채가 상대적으로 희박한 수도권 지역 의원들과 자민련과 지역기반이 겹치는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상대적으로 더 내각제 찬성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또 의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내각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내각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로 돼 있다. 때문에 민주당내에서 실제로 내각제가 추진될 경우, 만만찮은 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봐야 한다.

중개포에서 내각제가 논의될때 순수한 제도적 우월성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외연확대, 자민련과의 관계 모색, 반 한나라당ㆍ반 이회창 전선 구축 등의 정치적목표와 연관돼 거론됐다는 점도 음미해야 할 대목이다.

즉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 내각제로 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97년 대선과정에서 당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를 고리로 ‘DJP 단일화’를 성사시켰을 때 DJ쪽 국민회의 진영이 마지못해 소극적으로 내각제에 합의할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민주당 내에서 무시못할 ‘자발성’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각제에 대한 민주당내 의지와 함께 또 한가지 주목되는것은 순수 내각제가 아닌 다른 권력구조로의 타협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이다.

중개포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상순수 내각제에 우려되는 요소가 있다면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도 유력한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단점을 보완할수 있는 제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이번 대선 정국에서의 정치적 활로 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수성 전 총리가 자민련김종필 총재를 만났을 때 넌지시 이원집정부제의 운을 띄웠고 김 총재도 이에 대해 명확히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정계개편의 고리가 순수 내각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추진과 관련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는 ‘중개포’의 정균환 회장이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 합당 등 정계개편의 필요성에 공감, 내부적 기반 조성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구로을 재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정균환 회장과의 교감 속에서 이인제 노무현 정동영 한화갑 상임고문 등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접촉, 자민련, 민국당 과의 합당 등 인적 외연의 확대 필요성을 부지런히 강조하고 다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선주자들 반응 제각각, 자민력 반색

민주당 의원들의 내부의지는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폭발성이 있고 자민련도 “진지한 자세라면 환영한다”는 반응이지만 그렇다고 내각제 논의의 필요 충분 조건이 갖추어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단을 인정,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바람직한 권력구조 형태에 대해서는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이인제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상임고문과 유종근 전북지사는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를 선호하는 쪽이다.

특히 이 상임고문은 집권할 경우 1년 이내에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사실상 대선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모두 자민련, 민국당 등 과의 연합공천 또는 합당을 목표로 내각제를 거론하는 것은 97년 DJP 단일화 당시의 내각제 약속과그 이후의 약속파기를 떠올리게 하는 ‘국민 기만’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내각제 논의를 인위적 정계개편 음모로 몰아가는 한나라당의 공세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화갑 김중권 상임고문 만이 내각제 선호를 밝히고 있으나 이들도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를 전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내각제 추진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회창총재와 당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주류가 개헌 문제에 있어서는 내각제를 반대하고 있는 점도 내각제 추진파로서는 부담이다. 내각제를 고리로 한나라당내에서 이탈세력을 확보하지 않고는 정계개편의 의미가 크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비주류인 이부영 의원은 내각제 개헌 논의를 “정권연장을 위한 음모”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대선전 개헌을 주장할 정도로 개헌 논의에 심혈을 쏟고 있는 민주당 중진인 김근태 정대철 정동영 상임고문도 내각제가 아닌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를 상정하고 있다.

정대철 고문도 합당 등 정계개편이 이뤄지려면 2월말 이전에는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나 정 고문은 내각제론자가 아니라 중임 정ㆍ부통령제론자다.

한나라당쪽을 단념하고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등 만으로 합당 등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일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민주당의 지도급 인사들은 정계개편이 실행에 옮겨지더라도 민주당의 주도권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못박고 있다.

또 민주당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어렵사리 채택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제등 정치개혁 과업이 차질없이 실현된다는 전제하에서만 정계개편이 의미가 있다는 점도 확실히 해두고 가자는 분위기다.

이인제 상임고문 등 민주당 유력대선주자들은 이미 시동이 걸린 국민참여경선제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정계개편 논의가 흘러갈 경우 이는 특정 대선주자 흔들기 차원을 넘어선 ‘민주당 흔들기’라며 벌써부터 강력 반발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민련 김종필 총재나 영남 정서를 이유로 정계개편을 통한 여권 대선주자 구도의 변화를 바라는 민국당 김윤환대표를 주춤거리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중심으로 정치권의 물밑에서 활발한 타진과 접촉이 이뤄지더라도 이것이 실제로 정치적 실체로 현실화하기에는 많은 변수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입력시간 2002/01/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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