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한국정치의 후진성

‘1인 보스정치’는 ‘지역 감정’과 함께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고질적인 병폐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 선거가 끝나면 예외 없이 문제가 되는 각종 정치 자금 비리도 엄밀히 따지면 이런 보스 정치의 부산물이다.

인사와 공천권을 쥐고 있는 상부 조직에 자금이 몰리고, 그 자금이 다시 하부로 뿌려져 보스의 통제력을 공고히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와 대선에서 시도되고 있는 국민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제도는 그래서 신선하고 기대도 크다. 그간 중앙당에서 지명한 후보 중에서 선택하는 피동적 위치에 있던 당원이나 지역민들이 후보 선발 단계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역 민의를 더욱 충실히 반영하는 후보자를 고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투표율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선 후보자들도 달라질 것이다. 그간 공천권을 독점하고 있는 중앙당 핵심부 줄대기에 급급했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 민의를 수렴하는 데 더욱 충실해 질 것이다. 선거 후 중앙당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당선자들의 변신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됐다.

물론 40년 넘게 계속됐던 오랜 정치 관행이 단 한번에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욕이다.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중앙당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대다수 후보자들이 아직 지역 민의 보다는 당 보스의 낙점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몸에 배인 관행을 일시에 떨쳐 버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관행 보다 더 강력한 것이 법과 제도다. 경선 제도가 이번 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다면 그 파장은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올해는 각당의 후보 경선, 6월 지방선거, 8월 국회의원 재보선, 12월 대통령선거 등 그야말로 선거의 해다. 상향식 공천제의 첫 단추가 잘 꿰져야 하는 이유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2/02/05 19:26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