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누가 뛰나] 전국은 지금 '유세 중'

상향식 공천제 도입, 설 연휴 표심잡기 동분서주

전국이 선거 열기로 달아 오르고 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기위해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여 온 예비 후보자들이 설 연휴를 맞아 본격적인 유권자 접촉에 나서 전국이 유세장화하고 있다.

설 연휴는 전국민의 4분의 3 이상이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기간이다. 각종 선거 출마를노리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호기다.

이미 설 연휴 전부터 지역구 마다 비공식적인 간담회나 사랑방 좌담회, 동창회, 동문 모임 등의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 주민 경조사 때도 유독 정치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출마후보자들 ‘얼굴 알리기’ 분주

1998년 지방선거에 비해 예비후보자들의 지역구 현장 활동이 빨라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정당은 이번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원과 일반 시민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중앙당에서 일방 통보식으로 지명하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 후보자를 경선으로 뽑기로 하고 후보 선출권을 각 시ㆍ도지부에 위임했다.

한나라당도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등의 후보 선출 시에 전 당원이 참여하는 당원 직선제를 추진키로 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서대문 갑(위원장 이성헌), 을 지구당(위원장 정두언)은 1월 29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서대문 구청장 후보를 대의원 1,116명이 참가한 가운데 경선으로 선출, 첫 상향식 공천제를 실행에 옮겼다.

한나라당에서는 정병국(경기 가평ㆍ양평) 의원을 비롯해 소장파 의원과 원외 위원장들로 구성된 미래연대 회원들과 수도권 의원ㆍ위원장 등 상당수가 당원 직선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도 경기도지부가 경기지사후보 선출에서 전도민 경선제를 도입키로 확정했으며, 서울시지부도 제한적인 시민참여 경선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밖에 정동영(전북 전주덕진) 문희상(경기 의정부) 설훈(서울 도봉을) 천정배(경기 안산을) 의원 등 상당수 의원들도 기초단체장 후보 선출에 당원 직선제를 채택키로 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중이다.

지역 감정이 강한 우리 선거 풍토에서 정당의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하향식 정당 공천이 주를 이뤘던 예전 선거에서 예비 후보자들은 정당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 핵심부에 줄대기가 지상 과제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부터 당원과 민초들이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제가 시작되면서 예비 후보자들은 이제 평당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다시말해 ‘본 게임’에 앞서 ‘예비 게임’이 하나더 생긴 것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3월말까지 6ㆍ13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경선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어서 이번 설 연휴는 예비 후보자들에게 놓칠 수 없는 절대절명의 기회인 셈이다.

정치 전문 컨설팅사인 민기획의 박성민 기획실장은 “양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경선 문제로 아직 지방선거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상향식 공천제 도입으로 1998년 지방선거때보다 훨씬 열기가 높은 게 사실”이라며 “지난 선거에는 공천 확정 후보자들이 구체적인 선거 전략을 요구하는 의뢰가 많았는데 지금은 후보자 경선에 관한 컨설팅 의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예전과 바뀐 선거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방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각종 탈법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경북도 선관위는 지난달말 시장 입후보자 예정자를 위해 달력을 배포한 박모(72)씨 등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M온천 대표인 박씨는 이 온천 실소유자인 박모(40)씨와 짜고 문경시장 입후보 예정자인 실소유자 박씨의 아버지(64)를 위해 달력 4만부를 제작, 배포했다. 대구시 선관위는 최근 구정 홍보 자료를 통해 자신의 업무 추진 실적과 계획 등을 홍보한 임모 구청장과 이모 구청장에 대해 각각 경고 조치를 내렸다.


벌써 과열, 탈법사례 증가예상

지금까지의 선거법 위반 건수를 살펴보면 지방 현장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제2회 지방선거가 실시됐던 1998년 6월 5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선거법위반 혐의로 총 2,047건을 적발했다.

이는 첫 지방선거가 있은 1995년 6월 28일부터 2회 선거가 있은 1998년 6월 4일까지의 적발건수(1,740건)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보통 선거 위반 적발은 선거 일이 가까워 질수록 급증한다는 점에 비춰 보면 올해 지방 선거는 역대 가장 불꽃 튀는 선거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선관위측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조직을 확대ㆍ개편하는 등 공정선거 관리에 팔을 걷어 붙였다. 선관위는 올해 1월초 16개 각 시도위원회에 166명의 인력을 증원하는 한편, 지방243개 구ㆍ시ㆍ군 위원회 내에 있는 서무과를 홍보과로 개칭 했다.

또한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불법 선거 운동을 막기 위해 5명의 전문 검색요원을 새로 사이버 전담 팀에 배치했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1995년 첫 지방선거와 IMF 외환위기 상황이었던 1998년 제2회 지방선거 때는 솔직히 경험과 인력 부족으로 선거 관리에 치중했던 게 사실”이라며 “두 번의 경험과 행정 전산화 구축으로 이제 선거 관리 문제가 완전히 해결돼 이번 선거에는 불법 선거에 대한 단속과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 했다.

선관위는 이번 설 연휴에 예비 후보자들이 귀향 활동을 펴는 과정에서 탈법 선거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설 연휴 특별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동 단속반을 편성해 주민들이 모이는 곳을 암행 순찰할 예정이며, 불법 선거 고발 창구를 열어 고발이 들어오는 즉시 현장 출동이 가능한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6월 13일 광역자치단체장 16명, 기초자치단체장 232명, 광역의원 690명, 기초의원 3,490명 등 총 4,428명을 뽑는 지자체 선거가 거행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새 제도를 도입하는 시험 무대이자 이에 따른 각종 탈법 행위도 예상된다. 시도되는 바람직한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의 각성과 노력이 절실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05 19:32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