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누가 뛰나] 민주 '불패신화'에 한나라 '와신상담'

지방선거 승패 가를 최대 격전지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사실상의 ‘대선 전초전’ 성격이 짙어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의 백미인 서울시장 선거는 불패신화를 이어가려는 민주당과 첫 승리를 꿈꾸는 한나라당의 유례없는 대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선수지명에 골몰

1995년 조순 후보, 98년 고건 후보를 내세워 연승을 거둔 바 있는 민주당은 타이틀 방어를 위한 선수지명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당내에서 여러 후보군들이 시장출마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예전처럼 당 지도부가 선뜻 손을 들어줄만한 ‘대어’가 없는 게 고민이다.

후보군으로는 먼저 서울출신 의원인 이상수 총무와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공천경쟁에서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무는 최근 지지자 모임인 ‘포럼 서울비젼’을 창립하는 등 출마를 위한 발판다지기에 나섰다.

이 모임에서는 정책 및 공약제시를, 후원회인 코끼리 이상수와 함께 하는 모임을 통해서는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지지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 총무와 함께 시장 후보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김원길 전 복지부장관은 지난달 말 개각으로 물러난 뒤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 의원은 장관 재직시에도 꾸준히 대의원들을 접촉하는 등 시장 공천에 공을 들여왔으며, 장관과 당 정책위의장을 두루 거친 관록을 앞세워 ‘경제 시장’의 이미지를 한 껏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들외에도 파격적으로 30대의 김민석 의원을 추천하는 이들도 있으며, 서울시 부시장을 역임한 이해찬 의원, 여성시장 감으로 오르내리는 추미애 의원, 미국통인 유재건 의원 등도 거명되지만 실현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 당 지도부의 속마음은 고건 서울시장에게 가 있는 상태. 이미 고시장이 수차례 고사의사를 밝혀 왔지만 당선 가능성으로 보면 고건 카드가 가장 확률이 높다고 보고 설득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력한 대선 예비주자로 거론되는 고 시장이 ‘이기면 본전, 지면 빈털터리’가 되는 소득없는 싸움에 나서겠느냐”며 불출마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물망에 오른 후보군 중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예전처럼 당밖에서 ‘깜짝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홍사덕 이명박 싸움으로 압축된 한나라당

역대 서울시장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한나라당은 “이번만큼은 다르다”며 서울시 입성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본선은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으므로 예선전이 사실상의 결선”이라고 까지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 공천에는 전 국회부의장인 홍사덕 의원과 이명박 전 의원이 바짝 다가서 있다. 홍 의원은 이전 지역구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대의원 표단속에 나섰고, 이 전의원도 자신의 옛 지역구인 종로를 중심으로 한 강북지역 세 확산에 열중하고 있다.

홍 의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앞세워 당내 경선을 준비중이고 이전의원은 기업인 출신의 경제전문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방침이다.

현재는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홍 의원을 이 전의원이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지만 이들의 공천경쟁에는 대선이라는 또다른 변수가 있어 주목된다. 대선의 얼굴 마담격인 선대위의장 자리에 홍 의원이 가장 적격이란 이야기가 이회창 총재주변에서 대두되면서 의외의 방향으로 교통정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외에 서울출신의 서청원 의원과 임명직 시장 출신인 이상배 의원도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타진 중이지만 서 의원은 차기 국회의장을, 이 의원은 당 지도부의 낙점 만을 바라고 있다. 지난번 시장 선거때 낙선한 최병렬 부총재는이 총재 이후의 ‘당권’을 위해 시장 꿈은 완전히 접은 상태다.


드러나지 않는 제3의 후보

95년 조순 후보가 당선될 때 무소속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박찬종 후보 같은 강력한 제3의 후보군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때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으로 짭짤하게 충청권과 인천을 챙겼던 자민련은 이번에도 연합공천을 통한 지역사수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자체 후보를 내세워야 할 경우 선뜻 내밀 카드가 없어 고민중이다. 당내에서는 임명직 시장을 역임한 박세직 전의원 정도가 유일한 후보감이다.

민국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지기반인 영남권에는 후보군이 더러 있지만 수도권에는 극심한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무소속으로는 김창준 전 미국연방하원의원이 지난해 출마의사를 표명한 바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움직임없이 여론을 살피고 있다.

염영남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2/02/05 19:37


염영남 사회부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