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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류에 신용대란 암운

금리 상승기류에 신용대란 암운

막 내린 저금리시대, 시중금리 인상으로 기업·가계에 큰 부담

산업생산이 증가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등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2년 넘게 이어졌던 저금리 기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시중 금리가 불과 5개월만에 30%가까이 상승하고, 제2금융권 예금금리가 잇따라 인상된 데 이어 대출금리마저 꿈틀거리고 있다.

금융연구원 등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은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며 “지난해 저금리 상황에서 돈을 빌린 기업이나 가계의 경우 이자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커다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중금리 7%대까지 상승할 듯

아직까지 일반 시중은행 예금과 대출금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금리가 매일 변동하는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미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지난해 9월말 4.45%에 머물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개월을 조금 넘긴 2월1일에는 5.99%로 1.54%포인트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시중은행 변동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만기 CD금리도 4.41%(지난해 9월말)에서 4.86%로0.45%포인트나 올랐으며, 하나ㆍ한미ㆍ외환ㆍ신한은행 등은 최근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0.2~0.5%포인트 인상했다.

시중금리가 속등하면서 서민 가계에 이자상환 압박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하락하던 일반은행의 가계 대출금리가 13개월만인 지난해 12월 7.25%로 11월(7.17%) 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반석 연구위원은 “시중 은행들이 겉으로는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신규 대출에 대해서만 금리를 인하하고, 기존 대출금에 대한 금리조정은 경직적으로 운용하는 바람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의 움직임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5개월만에 4%대에서 6%를 돌파한 시중금리는 앞으로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금리의 추가상승을 장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우선 경기가 회복되면, 자금수요가 살아나며 이 경우 ‘돈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도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가 ‘적정 금리’라는 경제원리와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4%대와 3%대라는 사실을 결합시키면 올해 안에는 시중금리가 최소 7%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금리격차 확대, 신용불량자 급증 우려

금리 추가상승 전망의 타당성은 지표 움직임으로도 확인된다. 금리 상승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성인 ‘장ㆍ단기 금리격차’가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급등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주요 펀드매니저들이 단기 채권은 사들이고 장기 채권은 내다 팔면서 장ㆍ단기 금리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리가 바닥에 도달했던 지난해 9월말에는 장기 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와 단기 금리인 1년만기 통안증권 금리의 격차가 0.19%포인트에 불과했으나 12월에는 0.57%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특히 2002년 이후에는 1월2일 0.67%포인트이던 금리 격차가 하루에도 0.03~0.04%포인트씩 늘어나면서 26일에는 1.01%포인트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의 마감으로 대출금리가 인상되면 기업과 가계 모두에 큰 부담이 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30대 그룹 소속 상장사의 21%가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대출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가계 부문’이다. 기업들은 경기회복으로 주식시장이 살아나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지난해 금융 부채가 평균 40%이상 늘어난 일반 가계의 경우 고스란히 금리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저금리 기조 아래서 가계대출이 급팽창하면서 가계부문의 부실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2001년말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54조4,591억원으로 전년 말(106조2,272억원)에 비해 무려 45.4% 증가했다. 총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98년 말 27.7%에서 2000년말 34.9%, 지난해말 43.9% 등으로 급속히 늘어 50%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계 부채의 또 다른 축인 신용카드 사용액도 98년에는 30조원 가량에 불과했지만 지난 해에는 5배 가량인 150조원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1월25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을 자제하고 기업여신을 확대하기 위해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은 총액한도 대출을 적게 받도록 기준을 변경키로 했다”며 급증하는 가계 부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신용불량자 급증도 저금리 시대 마감의 후유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월20일 발표한 ‘2001년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 현황’ 자료를 보면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총 개인신용불량자는 245만명으로 2000년말보다 1년 동안 36만6,000명(17.6%)이 늘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2일 신용불량정보의 등록기준을 강화한데다 △신용카드 사용인구의 급증으로 카드 연체자 및 통신요금 체납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20대 신용불량자가 지난해말 현재 40만8,000명으로 총 불량자의 16.7%를 차지, 전년의 12.8%(26만7,000명)보다 3.9%포인트 증가했다.

신용불량자의 급증과 관련,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 은행들이 벌인 가계대출 경쟁과 저금리 기조로 가계 빚이 최고 수준에 달한 상황에서 금리가 반등세로 돌변, ‘개인신용 대란’의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유자금 단기운용이 바람직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은 저금리 시대의 종언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은행 예금과 대출금리까지 움직이지는 않고 있지만 3개월 뒤에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금리변동의 영향이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조흥은행 서춘수 팀장은 “은행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장기보다는 단기로 여유자금을 굴리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입기간을 짧게 함으로써 금리 상승분을 적용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윳돈이 생기면 다른 곳에 투자하기 보다는 저금리 시대에 빌린 대출금부터 먼저 갚는 것 역시 또다른 방법이다.

조철환경제부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2/02/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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