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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

특검팀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

이형택씨 배후 향해 포위망 압축, 정치자금 연루 가능성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겠어.’ 지난해 12월11일,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이 ‘개업’할 때만해도 분위기는 냉소적이었다.

60일간의 정규 수사기간 마감(2월8일)이 5일 앞으로 다가 온 2월3일. 서울 삼성동 한국감정원의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던 차정일 특검의 얼굴은 평소처럼 무뚝뚝했다.

경쟁 언론사의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그렇지만) 우리에게 일거리를 주니까 수사를 해봐야지”라며 운을 남겼다. 손사래부터 치거나 언론 때문 못해먹겠다는 식의 자세가 아니었다.

다소 빈정대는 투였지만 언론보도도 훌륭한 제보라는 식의 반응에서 오히려 여유와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특검팀은 요즘 신바람이 날 법하다. 당장 특검팀 앞으로 선물이 답지하고 있다. 잘봐달라는 설 맞이 떡값이 아니다. 한끼 식사비로 쓰라는 소액의 격려금에서 먹고 힘을 더 내라는 보약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보낸 진짜 촌지(寸志)가 특검 사무실로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영감님(검사)’에 대한 시민들의 러브콜 공세는 보기 드문 일이다. 특검팀 때문에 살맛이 그나마 남아있다는 국민들까지 있다. 노태우 정부 초기(1988년)에 구성된 부천 성고문 사건 특검팀도 명망이 높았지만 지금의 특검팀에는 못 미친다. 특검팀이 기대를 휠씬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몸통 향한 특검팀 칼날

당초특검팀의 최대 승부처로 이용호씨의 주가조작 사건과 검찰총장이었던 신승남씨의 동생 승환씨의 구속여부가 꼽혔다. 특검팀은 냉소에 오기라도 부리듯 곧바로 깃털(신승환씨 구속)을 꺾더니 이제는 몸통(권력형 비호세력)까지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가 무혐의 처분한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씨(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청와대 국가정보원 등을 상대로 보물발굴사업 지원로비를 폈다는 혐의를 포착, 2월1일 구속했다.

자칫 이용호씨와 신승환씨의 로비사건으로 쪼그라들 뻔했던 이용호 게이트가 권력비리 사건인 이형택 게이트로 발전한 것이다.

특히 지난 주에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이기호씨의 개입사실이 드러나고 ‘대통령 최측근’이 문제의 보물발굴사업에 관심이 있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 ‘청와대 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검팀이 현재까지 잡은 가장 큰 ‘대어’는 이형택씨다. 특검팀이 2월1일 구속한 이형택 씨에게 적용한 죄목은 크게 두 가지.

첫번째는 이용호씨의 조흥 캐피탈 인수를 돕기로 하고, 1997년 윤모씨 명의를 빌려 7,000여만원에 경락받았던 자신 소유의 강원 철원군 임야 2만7,000여평을 이씨에게 2000년 8월 2억8,000만원에 판 것이다.

이형택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주택을 구입하는데 잔금이 부족해서”라고 말했지만 조흥 캐피탈 인수를 돕기로 한 데 대한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특검팀은 설명하고 있다. 이형택씨는 부동산 매각 뒤 위성복 조흥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흥 캐피탈을 인수할 좋은 사람이 있다”며 이용호씨에게 조흥 캐피탈을 넘길 것을 청탁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출처 불명의 ‘뭉칫돈’포착

두번째는 이형택씨가 보물발굴 수익의 15%를 받기로 하고 1999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청와대·국정원·해군 등에 보물발굴 사업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형택씨가 발굴업자들과 지분 약정을 맺고 공증을 받은 시점은 2000년 11월이지만 사실은 1999년 말 이형택씨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이미 동업자들에게 약속받았다고 특검팀은 주장하고 있다.

이씨가 ‘국익’을 내세웠지만 ‘개인적 이득’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이형택씨 구속은 수사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국면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검팀 관계자도 “지금부터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기호전 청와대경제수석이 ‘최고위’ 관계자.

경제수석(이기호씨)의 말 한마디에 국정원 해군 해경 등 지휘계통을 엄격하게 따지는 기관들이 이용호씨 개인사업을 지원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정원 차장과 국정원장 국방보좌관이 개입했는데도 국정원장이 무관하다는 것 역시 이치에어긋나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특검팀은 몸통 중의 몸통 또는 최후의 배후를 캐내기위해 최대 결전을 벌여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이와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은 1999년~2001년 이형택씨 본인 계좌 및 1999년 하나은행 등에 차명으로 개설한 계좌추적 결과 나타난 수억원대의 입·출금내역.

특검팀은 이 돈이 로비 대가로 이용호씨로부터 받았을 수도 있지만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형택씨는 최후의 배후에 대해서는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계에 오랜 동안 몸담았던 이씨는 정치자금을 관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결정적인 물증인 돈에서 증거를 포착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이씨는 2월1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발굴사업을 지원했을 뿐 대가관계는 없었다”고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검팀은 이에 맞서 다각도로 관련자들을 압박해 최후의 배후로 가는 돌파구를 열어보려고 애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차 공략 대상자는 이기호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택씨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이런 작전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영장에 따르면 이형택씨의 지원요청을 받은 국가정보원은 1999년 12월29일 국정원 목포출장소가 해경을 동원해 탐사작업을 벌인 뒤 보물매장 ‘현지 발굴책임자인 오세천의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사실이 아니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이기호씨와 “뻘이 깊고 물살이 세 매장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해경의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특검팀은 또 “이 보고서가 당시 국정원 경제1과장 김모씨를 거쳐 엄익준(작고)2차장에게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보고서 어디까지 전달됐나?

국정원의 보고서가 당시 국정원장이던 천용택 민주당 의원과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나 청와대 고위층에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기호씨를 상대로 왜 허위발언을 했는지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2000년 8월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도군청 이모 계장으로부터 ‘매장물(야마시타 보물) 자료’라는 제목의 문서와 함께 발굴사업과 관련한 브리핑을 받은 사실도 확인하고 진도군청의 개입여부도 조사 중이다.

이 문서에는 보물 분포ㆍ발굴상황과 문제점, 개선안으로 문화관광부, 해양수산부, 하천관리청, 산림청 등 관련기관과의 협조체제 강구, 업무량이 많아질 경우 군ㆍ경 장비 사용 협조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이형택씨와 김형윤씨(전 국정원 경제단장)가 신승환씨를 이용해 신승남(전 검찰총장)씨에게 수사중단 압력을 넣으려 한 부분과 관련, 신승남씨 등 관련자들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정규수사 기간이 만료되는 2월8일께 사건의 윤곽을 발표하고 1차 30일, 2차 15일 등 45일간의 연장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2/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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