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특집- 방송] 산으로 간 곰돌이의 야생일기

자연다큐, 겨울 울릉도·한국의 맛 등 다양한 프로

가족은 해체되고, 가정은 파편화하고 있다. 핵가족을 넘어 1인 세대 가정이 등장하는등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사라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고향이라는 단어에 위안을 받고 그곳에 사는 부모를 떠올리면 따사롭기까지 하다. 설은 그 위안과 따사로움을 직접 느끼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KBS MBC SBS 등 방송사들은 특집 드라마, 다큐멘터리, 오락 등 다양한특집 프로그램을 설 연휴에 내 보낸다.


▦ 드라마

시청자에게 가장 사랑 받는 장르가 드라마다. 방송사는 각각 한두편씩의 설 특집드라마를 준비했다.

MBC가 마련한 ‘가화만사성’(13일 방송)은 요즘 신세대 부부를 통해 본 가족의 신풍속도를 담았다. 기존의 가족 모습에서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적지 않게 볼 수 있는 살림을 하는 남편, 돈을 버는 아내가 주인공이다.

남편의 실직으로 빚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불만으로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신세대의 달라진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남편이 아내를 경쟁력 있는 인물로 훈련시키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려나간다. 대학시절 사고(?)를 쳐 어린 나이에 부부가 된 한수(강성민)와 미혜(허영란)는 아이 키우랴, 맞벌이하랴, 살림까지 서툴기 그지 없다.

같은 회사 동료인 이들 부부에게 구조조정으로 인해 둘 중의 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 두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가장인 한수가 살림을 하고 미혜가 직장에 남기로 합의한다.

전업남편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한수는 아내에게 능력 있는 직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내조도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이들 부부가 못마땅하다. 이들 신세대 부부들은 삶의 형식보다는 내실을 기하는데 충실한다.

설날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화투다. SBS가 설 특집으로 마련한 ‘화투’(13일 방송)는 70년대 초반부터 최근 모습까지 담은 드라마다. 제작진은 “어려운 시대 가족을 위해 도박에 운명을 걸며 한탕주의에 빠진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화해를 통해 가족애를 보여주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70년대 초 아들 셋, 딸 하나를 둔 트럭 운전사 두호(이덕화)는 화투판을 떠나지 못한다.

결국 아내(선우은숙)의 설득으로 마음을 잡고 기름장사에 나서지만 화투를 치는 도박꾼을 만나 다시 화투에 손을 대고 가산을 모두 탕진한뒤 가출한다.

여러 곳을 전전하며 도박으로 돈을 벌지만 나중에는 속임수가 들통 나 돈도 잃고 손가락마저 절단되는 곤경에 처한다. 각기 성격이 다른 자식들이 초라하고 힘없는 아버지와의 빚어온 갈등을 다른 방식으로 화해하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이밖에 KBS도 두 편의 특집 드라마를 내보낸다. KBS 2TV에서 11,12일 방송하는 ‘사랑’은 한 남자가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거치면서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세 여성의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또한 KBS 2TV에서 13일 방송되는 ‘파도’는 속초 동명항을 배경으로 활어 판매장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들의 삶과 애환을 담았다.


▦ 다큐멘터리

한편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드라마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많은 감동과 의미를 주기도 한다. SBS에서 1년 여에 걸쳐 제작한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 가슴곰’(11,12일 방송)은 시청자가 좀처럼 보기 힘든 곰 방사 실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400일에 걸쳐 네 마리의 세끼곰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전과정을 취재, 촬영했다.

이 다큐 제작 동기는 99년 국립환경연구원에서 G-7프로젝트의하나로 실시된 야생동물 복원을 위한 방사 실험이었다. 이 다큐는 사육곰에서 태어난 새끼곰에게 인간이 야생훈련을 시켜 어미곰으로부터 교육 받지 못한 야생성을 회복해 성공적으로 자연에 적응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네 마리 곰 중 한 마리만 제외하고 세 마리가 지리산에서 4계절을 지내고 동면에 성공해 선진국에서도 어렵다는 곰 방사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증언한 것이다.

이밖에 KBS는 독특한 기상 조건으로 육지보다 따뜻하면서도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울릉도의 자연생태와 어촌의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겨울섬, 울릉도 이야기’(12일 방송)와 세계 속의 한국음식 현주소를 알아보고 세계음식으로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있는 코리아 세계를 간다(12, 13일방송)를 내보낸다.


▦ 오락ㆍ예능 프로그램

방송사가 가장 많이 설 특집으로 준비하는 것이 오락 예능 프로그램이다. KBS는 인기 가수 및 개그맨들이 출연해 모창 경연을 벌이는 ‘초특급 가요제’(11일 방송), 각 지역 사투리와 풍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팔도 노래자랑’(12,13일 방송), KBS 각종 프로그램 녹화현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NG장면을 모은 ‘즐거운 NG세상’(13일 방송)을 방송한다.

MBC가 마련한 설특집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아이들이 출연해 장기를 선보이는 ‘별난 재주, 별난 아이’(11일 방송), 산악인 엄홍길씨, 조경철 박사 등 명사들이 출연해 노래 경연을 벌이는 ‘명사들의 음악캠프’(12일 방송), 모창의 달인들이 경연을 펼치는 ‘팔도 모창가수왕’(13일 방송), 10대 가수부터 50대 가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가수들이 나와 게임과 노래대결을 벌이는 ‘올스타 가요 청백전’(12일 방송) 등이있다.

SBS는 역대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람들이 나와 진정한 노래의 황제를 뽑는 ‘도전!1000곡 황제전’(10일 방송), 홍경민 하리수 등 연예인들이 나와 목소리 대결 등 각종 게임을 벌이는 ‘올스타대격돌’(12일 방송), 사진사의 갓난아이 10초안에 웃기는 방법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콜럼버스의 대발견’(13일 방송) 등을 설특집으로 준비했다.

배국남 문화과학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06 17:45


배국남 문화과학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