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지구환경보고서 2002

■지구환경보고서 2002
(월드워치연구소 지음/ 오수길·진상현·남원석 옮김/ 도요새 펴냄)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말 그대로 ‘지구 서미트’였다. 이들은 지구인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를 논의했다. 사상 처음이었다.

이로부터 10년 후인 2002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구 서미트가 또 다시 열린다. 정식 명칭은 ‘지탱 가능한 발전에 관한 세계 정상회담’으로, 의제는 역시 환경이다.

‘리우+10’인 이 회담에는 각국 정상과 경제계 대표, 비정부 조직(NGO) 등 수 만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참가 국가 및 지역은 약 180개, 대통령이나 총리만해도 100명을넘는다. 세계 최대 규모 회의다.

환경 문제는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종합적인 것인 동시에 어느한 나라에만 제한되는 사항은 아니다. 전 지구적인 문제다.

이 책은 국제 민간 환경 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가 ‘올해 지구 건강을 진단’한 결과다. 환경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다고 평가 받는 이 보고서는 1984년부터 매년 초 발표되고 있다.

올해 판은 조금 특이하다. ‘요하네스버그 세계 정상회담 특별판’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오는 9월세계 정상회담에서의 의제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총론 격인 1장을 제외하고, 기후 변화 협약, 농업, 독성 물질, 국제 관광, 인구와 삶의 질, 자원 분쟁, 글로벌 거버넌스를 다룬 7개의 장의 끝 부분에 의제 목록을 싣고 있다.

리우 정상회담의 성과는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기후 변화와 생물종 다양성에 관한 국제 협약이고, 또 하나는 지탱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40개장의 계획, 즉 의제21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그 후 10년간 얼마나 성취되었는가. 보고서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지난 10년간 최대 과제였던 것은 기후 변화였다.

인간이 기후 변화를 야기했다는 증거들이 제시됐음에도 온실가스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탄소 배출량은 지난 10년간 9% 이상 증가했다.

이 부문에서 가장 실망스런 국가는 교토의정서 이행 포기를 결정한 미국이다. 물 부족 역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물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물 부족은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생물종 다양성은 감소하고 있다. 산림은 갈수록 황폐해 지고 있으며,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각종 질병이 다시 나타났다. 결핵과 말라리아가 문제가 됐던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무엇을 어떻게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세계 경제는 지구의 자연과의 새로운 균형을 발견할 것인가.

또 앞으로 몇 십년 간 늘어날 20억~30억의 세계 인구 뿐아니라 오늘날 10억이 넘는 가난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세계 지도자들의 논의 장소가 요하네스버그 정상 회담이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정의롭고 환경적으로 건강한 세계’를 만들긴 위한 논의여야 한다는것이다.

보고서는 911 테러에 주목한다. 만일 리우 정상회담의 사회적 생태적 목표들이 달성되었다면 그 같은 테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우 정상 회담은 부분적으로 세계경제를 환경적으로 덜 해롭고 사회적으로 더 평등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리우 회담의 긴장이 풀려감에 따라 우루과이라운드라는 세계 무역협상은 1995년 들어 세계 무역기구(WTO) 출범을 위한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WTO 규정들은 리우 협정의 정신과 모순되었고, 어떤 경우는 분명히 협정의 자구와도 모순이 있었다.

따라서 지탱 가능하고 안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와 호혜의 원칙에 바탕을 둔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주 긴급한 일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테러는 또 아주 중요한 점을 말해주고 있다. 빈곤과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테러 전쟁과 같은 적극적이고도 자금력 있는 전 세계가 참여하는 전쟁이 필요하다.

정책은 선택이고, 시급한 것일수록 우선 순위가 빠르다. 미국은 테러 이후 하룻밤 만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바꿔버렸다. 지구 공동체도 이와 같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1월 10일 발표된 보고서를 완역한 것으로, 세계에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출판됐다.

환경운동연합의 출판팀 도요새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 보고서를 번역해 내놓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려는 노력이 높이 평가 받을 만 하다. ‘한국판 보고서’를 기대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력시간 2002/02/0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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