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선거시대] 현실 외면한 아날로그 선거법

첨단 디지털시대 못따라가는 법체계, 저비용 고효율 정치외면

2월 5일 낮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내수동 대우빌딩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는 노무현 의원측과 이를 막는 선관위 직원 40여명간에 한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다.

40분여의 몸싸움을 벌인 끝에 노 의원은 사무실 진입에는 성공했으나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측의 강력 저지로 이날 열려던 ‘대선주자 초청 특별 열린 인터뷰’는 무산됐다.

오마이뉴스 측은 이 사건을 기사와 동영상으로 즉각 자사 사이트에 올렸고, 이날 하루 동안 이 기사의 페이지뷰는 무려 160만회에 달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민주당 김근태 고문은 대학로 한 인터넷 카페에서 네티즌들과 인터넷 정담회를 갖고 그 내용을 동영상 생중계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선관위의 제지로 화면 없이 음성으로만 중계를 해야 했다.

김 고문은 중앙선관위에 유감 표시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한 해명과 시정 조치를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내 강력히 항의했다.

최근 사이버 홍보전에 대한 관심은 가속화하는데 반해 선거법 체계는 아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인터넷 선거 홍보활동에 족쇄

현행 선거법이 허용하고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 홍보 활동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후보자는 선거일 120일 전부터,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는 선거 60일전부터 신문이나 방송을 통한 공개 초청 토론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사이버 상에서는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인터넷 상에선 오마이뉴스, 딴지일보(www.ddanzi.com), 프레시안(www.pressian.com)등 종합일간지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인터넷 보도 매체들이 많이 있다.

이들 인터넷 매체 중에는 하루 1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사이트도 있다. 이들 인터넷 신문들은 실제로 대중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당국에 언론 매체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종 제한을 받고 있다.

신문의 경우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관한 법률 규정에, 방송의 경우 방송법에 따라 선거일 120일 전부터 후보자들의 초청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들은 정통부의 정보통신법에 뉴스 서비스업으로 등록돼 있을 뿐 언론 매체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앙선관위가 사이버 상에서 허용하고 있는 선거 관련 조치는 ‘본인 홈페이지를 이용한 홍보는 가능하다’는 정도가 전부다.

현재 선거 후보자가 법적 선거 기간(후보자 등록이후) 이전에 당원 이외의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견, 정책, 정치 활동에 관한 내용을 e메일로 보내는 것도 사전 선거운동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일반 네티즌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 대해 지지나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도 불법이다. 심지어 포탈 사이트에 정치적 문구가 들어있는 광고를 싣는 것도 사전 선거운동으로 처벌 된다.

인터넷은 쌍방간의 의사 소통을 최대의 장점인 매체다. 법적으로는 예비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소통을 불법으로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 사이버 상에서는 이런 원칙이 무너진 지 오래다. 누구나 한 두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정치인이나 선거 후보자들의 홈페이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실제 예비 후보자들의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는 지지나 반대의사를 밝힌 네티즌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네티즌 스스로가 특정 정치인의 팬 클럽이나 안티(anti)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현실에서는 이미 보편화 돼 있는데도 단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시 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


구태 못벗은 선거법 보완 시급

경남인터넷벤처기업협회 고문인 권영상변호사는 “인터넷 매체는 방송법의 영향을 받지 있지 않아 설립이 자유로운 반면 기존의 방송 매체가 갖는 후보자 공개 토론회 같은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터넷 매체들은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언론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제한적으로 나마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선거법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부 당국과 중앙선관위도 인터넷 매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선관위 저지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무산된 오마이뉴스는 7일 헌법재판소에 ‘서울시 선관위의 인터넷 신문 선거기간 전 토론회 개최 불법 규정’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한데 이어 9일에는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한 문화관광부에 오마이뉴스에 대한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문광부는 9일 ‘인터넷 신문은 동일한 제호로 연2회이상 계속적으로 발행하는 신문 통신 잡지 기타 간행물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그간의 보도 내용과 사회적 역할 등을 감안해 볼때 오늘날 급속한 정보통신 수단의 발달에 따라 정보 통신을 이용하여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언론이라 할 수있다’고 답변했다.

문광부는 ‘업계에서 정간법에 의한 인터넷 신문 등록의 장단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향후 관련 업계 등의 의견이 수렴되고 국회에서 정간법 개정이 논의될 경우 이를 적극 검토,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선관위 한 관계자는 “현행 선거법에는 인터넷에 관련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인터넷의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이버 홍보 범위를 늘리고 국민 경선제와 사이버 토론회 개최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법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외국선 인터넷 선거·투표 확산 추세

최근 외국에서도 인터넷 선거와 인터넷투표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애리조나주 민주당은 2000년 3월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선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를 인터넷으로 치렀다.

투표결과 1996년 1만2,800명이었던 투표자가 무려 8만5,970명으로 7배나 증가하는 성가를 거두었다. 같은 해 소수 정당인 개혁당도 인터넷으로 선거를 했다.

또한 영국 집권 노동당은 올해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인터넷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독일도 2010년 이전에 온라인으로 총선을 치를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 정부와 여당도 2004년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 운동을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이제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사이버세계는 상호 정보가 흐르고 상거래가 이뤄지는 21세기를 대표하는 대중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직 우리 선거법은 아날로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세를 거르지 않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인터넷 정치 광고, 포털업체도 뜬다

e폴리틱스(전자정치) 시대가 도래하면서정치 관련 인터넷 컨설팅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관련 인터넷 업체로는 크게 선거 관련 업무를 주로 대행하는 정치광고 대행사와 정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정치 포털 사이트로 나눌 수 있다.

정치광고 대행사로는 민기획, e윈컴 연우기획 등 10여개사가 있는데 거물급 정치인들의 선거 관련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주로 지역 여론조사, 선거 운동 기획 및 컨설팅, 정치 광고, 홈페이지 구축 및 운영 등 주로 선거와 직결된 업무를 대행해 준다.

정치 포털사이트들은 주로 정치 관련기사 제공이나 네티즌 여론 조사 등 정치 관련 콘텐츠 제공을 주업무로 삼는다.

정치인의 인기도를 측정하는 포스닥, 정치 광고 제작을 주로 하는 폴컴, 정치 관련 주제를 대상으로 네티즌 즉석 투표를 하는 아이워치코리아와 보트코리아 등 20여 곳이 있다. 최근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정치 포털사이트들도 선거 컨설팅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19 19:47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