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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비주류, 뭉치면 손해?

김덕룡·이부영·박근혜, 당 개혁 문제 각기 다른 행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당 개혁 문제를 놓고 이회창 총재에 맞서 온 비주류 3인방의 공동전선에 미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당내의 사정은 비주류 3인방에게 그리 유리하게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15일 전당대회 준비기구인 선준위에서 경선방안을 확정하면서 비주류를 향한 주류측의 강공 드라이브는 더욱 거세졌다.

선준위는 비주류측의 반대에도 불구, 정치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최대 쟁점이었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의 국민 참여비율을 30%로 확정했다.

또 비주류측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 문제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대선후에 실시할 것’이라는 약속을 당헌 당규에 명문화 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선준위가 중립기구를 표방하지만 구성원의 대다수가 주류 그룹의 이해를 반영한다고 볼 때, 주류측은 비주류 3인방을 향해 ‘따라 오려면 오고 오기 싫으면 말아라’ 라는 식으로 통첩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류측의 노골적인 공세에도 불구, 비주류 3인방은 그다지 큰 결속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3인 3색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3인 연대에 소극적 자세

선준위 논의과정에서 언론에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박근혜 부총재는 선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3인의 공동대응에 대해선 ‘생각이 같은 부분에선 한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는 식의 원칙론만 말할 뿐 이를 구체화할 적극적인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김덕룡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쟁중단을 요구하며 시작했던 100일간의 침묵선언을 17일로 마감하고 이 총재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가급적 말을 아낀 탓인지 이 총재를 향한 비판이 가장 신랄하다.

비주류 3인의 연대에 대해선 “세 사람의 뜻과 다른 선택을 이 총재가 한다면 그 이후의 대응방안을 함께 의논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리 무게는 싣지 않았다.

그는 또 집단지도체제와 관련,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면 선거운동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류측의 논리에 대해 “이 총재 혼자서 원맨쇼를 하면 선거운동이 잘되고, 우리당의 다른 사람들은 방해꾼들이라는 것이냐”면서 “이것이야 말로 전체주의적 유아독존적 사고방식”이라고 반발했다.

이부영 부총재는 알 듯 모를듯한 아리송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부총재가 기존 당원과 일반 국민이 6대4로 참여하는 국민 경선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것”이라며 “최근 이 총재를 만나 이 같은 중재안을 냈다”고 전했다.

박 부총재는 대선 후보가 당대표를 맡아선 안된다는 것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이 부총재는 “집단지도체제를 이번 전당대회에서 도입하는 대신 당대표가 대선후보를 겸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부총재는 “박 부총재가 이 제안 마저 거부하면 당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이 부총재의 제안이 주류측이 아닌 박 부총재를 겨냥하고 있는 점은 눈 여겨 볼만하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선 “이 부총재가 이 총재와의 독대에서 상생의 길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가에선 3인의 이 같은 미묘한 입장 차이가 이회창 총재를 향한 감정의 차이에도 원인이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김덕룡 의원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회창 총재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1997년 대선때 이 총재가 아들의 병역 문제로 인기가 급전직하하며 위기를 맞았을 때 내가 나서서 조순씨를 데려 오는 등 이 총재를 지켰었다”며 과거사를 거론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 총재가 자신을 지지하는 지구당 위원장들을 상당수 교체하고 자신을 철저히 비주류로 만들어 소외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김 의원이 이 총재에 대해 지닌 감정은 차갑다.

박근혜 부총재와 이 총재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15대 국회 후반인 ‘박정희기념관’ 건립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에서 연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 측근은 “지난번 부총재 경선에서 이 총재측에서 의도적으로 박 부총재를 비토해 순위를 추락시키고 주류측 인사를 포진 시킨 것이 박 부총재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이부영 총재는 15대 국회 말 원내총무를 하며 이 총재와 한배를 타고 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나머지 두 사람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 이 부총재가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낼 때도 이 총재를 보완하는 입장에 서는 경향을 보인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태생적 뿌리 달라 정치적 통거 회의적

정가에선 세 사람의 태생적 뿌리가 다르고 정치적 입지가 차이가 나는 만큼 3색 행보는 예정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부총재는 근본적으로 아버지인 박정희 전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보수쪽에 서 있고, 재야 출신의 이부영 부총재는 당내 개혁노선을 대표한다. 반면 김덕룡 의원은 지금은 비주류로 밀려나있지만 문민정권을 상징했던 인사로 이들 중 정치적인 중량감은 가장 큰 인물이다.

이런 상황탓에 세 사람이 일시적으로 공통의 목표를 위해 비주류 연대라는 느슨한 틀을 갖추고 있지만 결코 오랫동안 정치적 동거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 사람들이 많다. 실제 세 사람은 언제든 독자 행보를 할 수 있는 채비를 해두고 있다.

박부총재는 설 연휴를 전후해 1주일 가량 칩거하며 자신의 거취를 숙고했다.

박 부총재는 선준위안이 그대로 당론으로 확정될 경우 경선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탈당 여부에 대해선 “아직 그런 단계까지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히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당장 당을 뛰쳐 나가도 박 부총재가 서 있을 정치적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여권의 ‘영남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민주당의 경선레이스가 시작된 마당에 정계개편 등 지각변동이 없는 한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는 것도 승산이 희박해 보인다.

정가에선 박근혜 부총재의 실제적 정치적 노림수는 이 총재와의 경쟁 구도를 통한 당내 2인자 위상 확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선전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당대표와 대선 후보 분리를 내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 부총재가 국민경선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취약한 당내 기반을 ‘대중적 인기’로 만회하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박 부총재 캠프에선 최근들어 “주류그룹에서 박 부총재를 동키호테식으로 몰아부치며 고사작전을 펴고 있다”,“이회창 총재 주변의 몇몇 부총재들의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박 부총재는 당내 위상 확보가 어려울 경우에 대비한 탈당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며 당분간 정계의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가에선 “한나라당에 남아있기엔 이미 주류측과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탈당ㆍ당내투쟁 기초, 앞길 험난

김덕룡 의원과 이부영 부총재의 경우 여건만 조성된다면 탈당해 민주당의 개혁성향 의원들을 포함해 재야인사들과 신당을 창당하는 그림을 오래전부터 그려왔으나 아직은 개연성으로만 남아있는 상태.

다만 이부영 부총재의 경우 당내 기반이 취약해 당권 도전이 다소 버거운 상태이나 김 의원은 아직도 상당히 당내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김 의원이 대선전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도 ‘정치개혁’의 명분 뒤에 나름의 정치적 고려가 배어있다.

이 부총재도 근본적으로는 3인의 개혁 움직임에 궤를 같이하고 있어 당분간 주류그룹과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근혜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 등은 선준위에서 전당대회 방안등을 확정하자 이 총재에게 “민의를 받아들이라”며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선준위 방안이 당론으로 확정되는 20일 당무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진로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0일 선준위안이 당무회의를 통과해 당론으로 확정되면 이들의 당내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고, 각자의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3인방이 당에 남아 ‘당내 투쟁’을 하든, 당을 뛰쳐나가 ‘제3의 길’을 모색하든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taeheelee@hk.co.kr

입력시간 2002/02/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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