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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누그러진 '부시의 축'… 대북 숨고르기

방한 앞두고 햇볕정책 지지·북미 대화 강조

부시 대통령이 1월29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이후 곧바로 북한에 폭탄이라도 쏟아 부을 것만 같던 미국의 살기등등한 자세가 최근 상당히 누그러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방한(2월19, 20일)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미국의 엄격한 상호주의 정책과 한국의 햇볕정책은 병존할 수 있다’며 북미 대결보다는 북미 대화가 1차적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순방 국가인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국 언론사를 상대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대량살상무기가 있는 나라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개 든 온건론, 대북공세에 비난

외교적 수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화법이어서 ‘햇볕지지’와 ‘상응한 조치’ 중 어느 쪽에 진의를 두고 있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의의 카우보이처럼 악당을 처단하기 위해 총을 곧바로 뽑아 들 것 같던 연두교서 발표 당시의 자세에 비해서는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이다. 지난해 911테러 이후 미국에 급격히 확산된 애국주의와 반 테러리즘 여론에 편승해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급격하게 높여갈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대북 공세가 오히려 한 박자를 늦추며 숨을 고르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직접적인 이유는 열광적인 지지 일변도였던 미국 여론에 온건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 동안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던 민주당 지도부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원 원내총무인 민주당의 톰 대슐 의원은 2월12일 PBS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이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위협과 이라크의 위협을 동일시할 수 없다”며 “북한의 경우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척 헤이겔 의원도 “미국은 채찍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유화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논조도 3개국의 특성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한꺼번에 악의 축으로 몰아 부치려는 부시 행정부의 토끼몰이식 강공정책에 대해 비방을 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10일 ‘북한도 자체 축(軸)을 갖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빌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한뒤 “북한은 국제협정 준수능력을 보여온 점에서 이라크와 다르고, 테러행위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이란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는 핵전쟁이나 화학전쟁이 아니라도 한국과 3만7,000여명의 주한미군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 가공할 만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도 11일 미국 외교협의회의 연구원 모튼 아브라모위츠와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은 한반도에서 위험스러운 결과를 단계적으로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약화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입지를 더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비슷한 요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햇볕정책, 변화 불가피 할 듯

국제적인 여론도 악의 축 발언을 계기로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대해 성토를 하는 등 국제적인 반대여론도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경우 적극적인 노력도 한몫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얼마전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좌절감을 느낀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회생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의 방향선회를 다른 시각에서 풀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엔론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부시행정부가 국면전환을 하고, 국방예산도 확보하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이 이런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악의 축 발언은 애당초부터 엄청난 겉포장에 비해 무게가 실리지 않은 상징적 표현 인데다 이미 효용을 상당부분 달성한 만큼 반대를 무릅쓰고 강하게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악의 축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미국 언론은 악의 축으로 지목된 3국중 이라크에 대한 군사 작전의 명분에는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라크야 말로 가장 명백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군사 작전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방법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햇볕정책 역시 부시 대통령이 지지의사에도 불구, 남북 중심에서 한미동맹 관계가 전제된 새로운 형태로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2/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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