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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稅風, 핵폭풍 되나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미국서 체포, 양대선거 앞둔 정치권 파장 예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2월14일 정계입문 6주년 기념오찬 간담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총풍과 세풍, 의원 빼내기로 시련이 겹칠 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이틀뒤 세풍사건의 주역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미국(현지시각 15일)에서 체포됐다. 1998년 8월 미국으로 도피한지 3년6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수사 재개도 이뤄지게 됐다.

물론 미국이 이씨의 신병을 우리 수사당국에 넘기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수사가 곧바로 재개될 수는 없다. 다만 법무부가 이씨의 조기 송환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중이어서 의외로 빨라질 수도 있다.


선거자금 모금 실체ㆍ배후 규명에 초점

특히 세풍사건 수사 재개는 97년 대선과정에서의 불법 선거자금 모금의 실체와 배후를 캐는데 초점을 맞춰질 것으로 보여 수사진전에 따라서는 양대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핵폭풍급' 파문을 던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한나라당은 이씨 체포 과정에서의 정부 개입의혹과 여권의 정략적 이용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맞섰다.

민주당은 이씨 체포가 각종 게이트로 인한 수세 국면을 반전시킬 정치적 호재라는 판단에 따라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직접 지시 여부 ▦ 대선 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사용처 등에 주목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세풍 사건의 진상 규명을 바랄 뿐”이라며 “한나라당도 자꾸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면 이 총재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인상만 줄 것이므로 법대로 처리되도록 도와 달라”고 요구했다.

김현미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기획체포’주장에 대해 “미국 FBI를 한국의 파출소쯤으로 여기는 기상천외하고도 궁색한 얘기”라고 힐난했다.

한나라당은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면서도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당직자들은 “5년간 한나라당을 괴롭히던 세풍사건이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또 터져 나왔다”며 대선경쟁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검찰에는 “공정수사를 하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남경필 대변인은 “정부 여당이 엄청난 호재를 만난 듯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여권의 숨은 의도가 밝혀져 제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며 “지역에서 만나본 주민들은 때가 되니 또 장난질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세정을 책임지는 국세청 차장이 여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자금을 모은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로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다”며 “정부는 이씨의 신병을 빨리 인도 받아 97년 이회창 후보의 대선자금 모금 경위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핵심열쇠 쥔 이 전차장

이씨의 도피로 중단된 세풍사건 수사는 99년 당시까지 수사결과 이씨와 서상목 전의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동생 회성씨가 주도한 것으로 잠정 결론났었다.

세풍사건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경우, 검찰이 가장 주목할 대목은 230억여원에 이르는 대선자금 모금액의 실체다.

이씨를 비롯한 주요 관련자 6명의 공소내용은 24개 기업으로부터 166억7,000만원의 대선자금을 모았다는 것이 골자지만, 이씨와 서 전의원, 회성씨가 각각 30억원과 40억원을 한나라당에 추가로 전달한 혐의가 포착돼 전체 모금액은 230억원에 이른다는 게 검찰의 추정이다.

99년 당시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또 세풍 자금 가운데 한나라당 공식계좌에 입금된 98억3,000만원과 서 전의원과 동료의원 등 20여명이 개인적으로 받아 사용된 10억여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120억여원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결국 검찰은 세풍 자금의 출처 및 용도 등과 관련, 이씨가 핵심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씨의 신병을 인도받는대로 이 부분에 대해 집중 수사하게 된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또다른 핵심 부분은 이른바 `국세청 불법 모금사건'의 배후 세력이다. 고교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었다는 게 서 전 의원 등 관련자들의 주장이나, 이씨가 고교 동기인 서 전의원의 부탁만으로 국세청 조직을 동원, 불법모금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모금과정에서 이씨가 이회창 총재와의 친분관계를 과시했고 모기업의 경우 돈은 이씨에게 줬으나 이 총재측으로부터 `감사전화'가 걸려왔다는 관련자 진술도 나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씨의 신병확보를 계기로 이러한 의혹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선 정치권에 핵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병인도 기간 단축이 관건

문제는 이씨의 신병인도 시기. 이회창 총재의 인지 및 개입여부가 세풍의 핵심 의혹이기에 12월 대선전에 이씨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검찰주변에서는 이씨가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년안에 신병이 인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이씨는 99년 12월 미국과 체결된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이듬해 2월 체포영장이 미 당국에 전달된 피의자이면서 교환교수로서 비자(VISA) 기간이 만료되면 불법체류자가 될 형편에 놓여있다.

이 중 인도조약은 양국간 사법관행에 의한 정식절차이지만 미 연방법원의 예비심리와 국무장관의 최종결정만으로도 5~6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씨가 인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식재판을 거쳐야 하기에 6개월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추방결정이 내려진다면 인도기간은 1~2개월로 단축될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인도에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1999년 12월 체결된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조속한 송환이 가능하도록 주미 대사관의 법무협력관을 통해 미 국무부에 협조요청을 했다”며 “인도조약외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 씨 송환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 관계자는 “관광비자로 출국한 이씨가 현재는 취업이 가능한 J등급 비자를 소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씨의 비자기한이 만료됐다면 정부에 의해 불법체류자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측의 추방명령 후 신병인도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3년 끌어온 재판, 새 국면에

이씨 검거에 따라 3년 넘게 끌어온 이 사건 재판도 새국면을 맞았다. 세풍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서 전 의원과 회성씨, 임채주 전 국세청장,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주정중 전 국세청 조사국장 등 6명으로 이중 불구속기소된 서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모두 구속기소됐다.

98년 11월 임 전 국세청장, 이듬해 1월 회성씨의 첫 공판이 각각 열리면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이중 대선자금 불법모금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99년말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원이 확정된 배 전 사정비서관을 제외한 5명은 아직도 1심이 끝나지 않았다.

이들 5명 중 김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등 4명은 일단 심리절차가 종결돼 검찰구형과 선고를 남겨놓고 있다. 다만 주 전 국세청 조사국장은 징역 2년6월 및 추징금 2,500만원의 검찰 구형까지 이뤄져 있다.

회성씨 공판과정에서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 "이석희 전 차장의 부탁으로 선거자금을 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방탄국회' 등 논란을 낳으면서 검찰의 체포를 피하다 99년 9월 불구속기소된 서 전 의원은 현재 17차 공판까지 진행됐으나 "이 전 차장의 압력이 아니라 나를 보고 동문 기업인들이 도와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 전 의원 재판과 관련, 손길승 SK 회장과 김준기 동부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 재판이 공전되고 있다. 이 사건 재판도 이씨 처리와 함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손석민 사회부기자 hermse@hk.co.kr

입력시간 2002/02/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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