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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산이 있었네] 지리산- 靈山①

너른 품, 깊은 골마다 정기가 그득

산은 언제나 그 곳에 있었다. 사람이 찾지 않았을 뿐. 올해는 산의 해. 국토의 아름다움에 사무치고 자연에 대한 사랑의 열병을 키우기에 산에 드는 것만한 게 있을까. 맑은 정기와 공기는 건강한 마음과 몸을 줄 것이다.

'길따라 멋따라'를 연재하던 권오현 차장이 우리의 명산을 돌아본다.



우리 땅에는 오악(五嶽)이 있다. 오행(五行)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로부터 지리적, 영적으로 나라를 떠받치는 존엄한 기둥으로 숭배를 받았다.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삼각산(북한산), 지리산이 그것이다.

3악은 북쪽 땅, 우리는 2악만을 대할 수 있다. 2악 중 국토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에 들어있는 산은 지리산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이 땅의 기운은 지리산에 이르러 거대한 태극문양으로 휘돌아치며 숨을 고른다.

반대로 남에서 북으로 치오르는 기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최공봉인 천왕봉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쓰여있다.

지리산은 한마디로 거대한 산이다. 전북, 전남, 경남의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둘레만 800여리, 면적은 14억5,600여 만평에 이른다. 넓기만한 것이 아니다. 기세도 우람하다. 남한 육지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1,915m)을 비롯해 해발 1,500m가 넘는 봉우리만 12개이다.

봉우리가 만든 골을 따라 20여가 넘는 산길이 있다. 많은 산꾼들이 '최고의 산'으로 꼽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산 남북으로 아름다운 두 개의 강이 흐른다. 북으로는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의 상류가 반짝이고, 남으로는 호남의 산록을 휘돌아치는 섬진강이 푸르다. 가장 먼저(196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당연하다.

산의 깊은 골짜기는 역사가 아플때마다 많은 이들을 불러들였다. 가까운 역사만 따져보아도 빨치산, 동학운동, 진주농민운동 등의 마지막 불씨가 지리산 자락에서 꺼졌다. 우리의 피와 설움과 탄식이 골짜기마다 깃들어 있다.

때문에 지리산은 '역사의 산'으로 불린다. 역사는 역사로만 멈추지 않는 법. 많은 이들의 영감을 자극했다.

'삼국유사'의 도적떼 이야기인 '영재우적'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 지리산 소재의 작품은 조선의 판소리에 이어 현대에 이르러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와 소설로 유장하게 흐른다.

지리산은 '신앙의 산'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이라고 했다. 신선이 내려와 살았다는 뜻이다.

여전히 숲 사이로 믿음을 알리는 향내음이 자욱하다. 역시 대표적인 것을 불교. 규모있는 절만 꼽아도 화엄사, 쌍계사, 송광사, 천은사, 법계사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이다. 한때에는 350여개의 절과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자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골짜기와 능선을 타고 거의 산꼭대기의 위치한 암자도 많다. 어떻게 저런 곳에 절집을 짓고 수행을 할 수 있었을까. 산과 믿음에 대한 놀라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서 지리산은 '살아있는 산'이다. 마음과 몸을 다스리고 올라야 한다. 맨운동화에 물병 하나 달랑 들고 마구 떠들면서 오르는 산이 아니다. 복장부터 다시 여미고 엄숙한 마음으로 한발 한발 디뎌야 한다. 산에 숙여해질수록 산은 더욱 기쁨을 들고 다가올 터이다.

권오현 문화과학부 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2/02/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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