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부시와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일본 한국 중국 방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진정한 제의를 전하기 위한 순방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비록 부시 대통령의 진정한 제의(real offer)가 북한 외무성에 의해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힘으로 변경시켜 보려고 망상 하고 있는 부시 패거리와 상종할 필요가 없다”고 거부 되었지만 그와 접한 동북아의 세 정상은 부시의 제의가 과장이나 오만이 깃든 것이 아님에 동감 하고 있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냉전의 최전방 전초기지인 도라산 역에서 아시아의 세 정상이 우려했던 ‘악의 축’ 발언을 재강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일본에 머물었던 2월 18일은 미국의 조지 워싱턴이 1789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대통령날. 이날 ABC TV가 성인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대 위대한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에이브라함 링컨이 20%로 워싱턴을 누르고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혔고, 케네디와 조지 부시가 2위, 레이건, 클린턴,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3위였다. 1년전 이날 1위는 18%인 레이건이었고 케네디가 2위로 16%, 링컨이 14%로 3위였다.

이색적인 것은 링컨이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양측에서 1위를 차지한 점이다. 링컨은 1년 사이에 공화당원 사이에서도 레이건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클린턴도 흑인들 사이에는 노예해방전쟁을 한 링컨을 제치고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됐다.

반면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곧잘 꼽히던 루즈벨트는 65세 이상 세대에서만 1위였을 뿐이다.

이런 ABC TV의 여론조사와는 달리 보수자유주의 계통의 전통 주간지인 ‘위클리스탠더드’는 2월 11일자에 ‘부시의 시대’라는 특집을 냈다.

이 주간지의 편집인과 주필, 수석 논설위원, 기고 논설위원 등이 집필한 부시의 모습은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규정한 레이건을 능가하는 ‘악의축’을 구축했고, 민주주의와 자유, 이를 지키기 위한 미국, 그 동맹국들과 함께 전쟁에 앞장선 ‘세계 대통령’“으로 요약된다.

이 주간지의 편집인 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주필 로버트 케이건과 함께 쓴 사설 ‘부시 시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부시가 9ㆍ11 대참사 후 미국민과 세계에 던지는 대외정책이 변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50년간 유지되어 온 대공산 봉쇄정책과 다르다. 위험스런 독재자들을 향해 이슬람 국가가 포함된 전세계가 독재자와 전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것은 제2의 베트남 전쟁이 아니며 9ㆍ11 대참사는 대량학살무기가 테러화할 때 어느 세계, 유럽이건 어디건 안전 하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은 그래서 정당성이 있다. 자유를 애호하는 세계인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 주간지 데이빗 브륵조스 수석 논설 위원은 이를 뒷받침하려는듯 이렇게 분석했다.

“부시의 인기도는 80%대다. 공화당이 미국을 잘 이끌 것이라는 데 49%(선거전 32%)가 동의한다. 대외정책에 대해 57%가 지지하고 테러대책에 대해서도 60%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많은 미국 여성들이 남성보다 전쟁을 더 선호하고 있으며 부시의 정책은 지지 하고 있다. 부시는 교육문제와 당내 자유주의파의 포용에 일단 성공했다. 그는 민주당의 루즈벨트, 자신이 존경하는 레이건을 능가하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여론은 예상하고 있다.”

이 잡지의 외부 기고가인 에머리는 1월 29일의 부시의 연두교서는 나라를 바꾸었다고 보고 있다. 비록 근소한 표차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열정을 갖고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근소한 표차가 장애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에서도 부시의 지지도가 여론조사 역사상 최초로 60%이상이라 밝히고 있다. 9ㆍ11 참사전 국민의 불만족도는 5%였다. 12월의 조사는 만족도가 70%, 불만족도가 28%다. 세상이 변한 것이요.

세상 사람이 변한 것이다. 9ㆍ11참사에도 불구, 국민들은 공황에 빠지지 않았다. 움츠려 들지도 않았고, 달아 나지 않았다. 대통령도 보통사람 대열에 끼였다. 그는 여우가 되기보다 끈질긴 고슴도치가 되려고 했다. 그리고 가능한 중간자리에 서서 좌ㆍ우의 극단을 피하려 했다.

이런 위클리ㆍ스탠더드의 부시에 대한 평가를 미국의 저명한 대통령 전기 평자며 역사가인 리차드 리브스 (‘케네디’(1993년), ‘닉슨’(2001년)의 저자)는 표준적(standand)이지 않은 평가라고 재평가했다. 그의 신디케이트 칼럼의 제목은 그래서 ‘대통령 부시 세계의 왕’이다.

그러나 리브스가 내린 분석의 진의는 이 주간지 평가가 혹시 부시가 동북아 3국 방문 중 주간지 기사를 읽고 ‘세계 대통령’인 것처럼 자만할까 염려 해서 쓴 것이다. 리브스의 절제된 언어 묘사는 닉슨을 ‘백악관에서 홀로’ 집권한 외로운 사나이로 표현한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장쩌민 중국 국가 주석이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김대중 대통령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 위원장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대화를 하고 싶다. 좀 더 국민에게 자유와 행복을 주라는 진정한 것”이었다.

북한은 미국 뉴욕에 유엔 대표부를 갖고 있으며 평양에도 미국인이 많다. 북한당국은 그들에게서 부시 대통령에 관해 쓸데없는 소식을 듣는 것 보다는 북한에 비판적인 보수자유주의 정론 주간지들을 구독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2/02/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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