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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메이션] 전쟁이 빚어낸 기억 속 인간존재의 의미

■ 야수의 잠
(앵키 빌랄 지음/이재형옮김/현실문화연구 펴냄)

2026년 8월의 어느 날 뉴욕상공. 핵 재앙으로 망가진 지구는 신자유주의 내부에서 태동한 마피아와 신종파, 종교 원리주의 등과 함께 등장한 몽매주의 교단의 위협을 받게 된다.

지구는 디지털화 된 인조인간과 인간이 함께 몸을 섞는 극도의 혼돈에 빠진다. 이때 나타나는 주인공 나이키 아트스펠드. BCMM(세계중앙기억은행)에서 일하는 기억력 전문가인 그는 역사와 기억을 혐오하는 몽매주의자 워홀 박사의 타깃이 된다.

나이키는 어느날 네푸드 사막에서 ‘독수리 사이트’의 여류 천제 과학자 레이라와 조우하게 된다. 한편 사상과 학문, 문화를 주요 타도 대상으로 삼는 몽매주의자 교당은 백지화 정책을 앞세워 체제 전복을 시도하며 ‘독수리 사이트’를 파괴할 음모를 꾸미게 되는데…

‘야수의 잠’은 ‘니코폴’로 국내에 알려진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작가 앵키 빌랄(52)의 하드커버 만화다.

이 작품은 SF 형식을 빌려 전쟁과 인간, 그리고 ‘기억’이라는 수단을 통해 인간애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빌랄의 그간 작품이 그렇듯 이 만화는 과거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전쟁을 2026년의 미래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보면된다. SF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연장선 상에서 강력한 현실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시공간 사이로 기억과 기억의 주체들이 찾아 떠나는 과정을 비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 무비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기억과 시간이 빚어내는 정체성과 존재의 문제,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상념을 진지하게 되새기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기억이 교체해 나오기 때문에 SF 판타지 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난해하다.

이 작품은 난해한 스토리 외에도 독특한 그림 형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채화와 파스텔이 섞인 듯한 어둡고 장중한 화풍은 바로크적인 느낌을 던진다. 황량한 미래 사회를 상징하는 회색빛 배경, 기계적이면서 어두운 등장 인물들, 그 속에서 언뜻언뜻 나오는 강렬한 원색 대비는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2/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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