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재혼이란?

“생생한 사례가 필요하다며 방송사에서 하도 사정하길래, 고심 끝에 한 커플 소개해 준 적이 있어요. 그러나 부작용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더군요.” 재혼 전문 회사 대표 김모씨는 아직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리 사회에서 재혼자들은 자신의 재혼 사실을 감추려 하는 게 일반적 추세다. 왜 그럴까? 방송 후 벌어진 일에 답이 충분히 담겨져 있다.

방송을 보고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친지나 친구들중 십중팔구는 돌변하기 일쑤였다. 수근거림은 물론이다.

“어쩐지 사람이 모가 났더라니, 그런 내력이 있었구먼…” 하는 빈정댐이다. 조롱이나 욕도 간간이 들렸다. 모난 돌일까, 재혼에는 초혼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감정의 앙금은 물론 자녀문제와 위자료 등으로 갈갈이 찢겨진 사람들의 결합이라는 현실적 무게는 의외로 크다.

결혼정보사들이 제시하는 ‘재혼성공 수칙’은 재혼이란 결국 당사자들이 어렵사리 수립해 나가야할 낯선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이들에 의하면 이혼자들이 재혼에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경우는 이혼 2~3년 사이에 재혼할 경우.

재혼 체크리스트들 또한 만만찮다. 건강진단서, 성격검사 등 신체적 사항은 물론, 호족 등본, 졸업증명서 등 사회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기본이다.

전 자녀의 양육비 문제, 새 배우자의 자식들이 친부모를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게 할 것인 지 등도 실제적 차원에서 확실히 해두고 넘어 가기를 강력 권고한다.

특히 서로 금전적 문제를 명확하게 해 두라는 조언은 재혼 부부의 ‘현실’을 깨우쳐 주기에 충분하다. 한번의 재혼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수도, 또 다른 이혼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재혼이란 결국 우리 사회의 통합력과 치유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최근 높아져 가는 재혼율은 우리 사회를 보는 새로운 준거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취재에 응한 분들께 감사한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27 14:43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