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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97)] 기모노(着物)

일본 전통 문물 가운데 '기모노'(着物)만큼 우리의 많은 오해를 받는 것도 드물다. 기모노라면 으레 여성용으로 여기는가 하면 여성의 기모노 차림을 성적인 관심에서 해석, '헤픈 성문화'의 상징으로 치기까지 한다.

속옷을 입지 않아 허리띠인 '오비'(帶)를 풀면 바로 알몸이 드러난다거나, 오비를 묶을 때 등뒤에 장식용으로 맺는 큼직한 매듭이 베개나 허리받침 용으로 고안됐다는 등의 얘기가 무성하다.

기모노는 '기루'(着る·입다)와 '모노'(物)의 합성어다. 애초에는 말뜻 그대로 의복 일반을 가리켰으나 서양문물의 전래 이후 양복과의 대비에서 '와후쿠'(和服), 즉 일본 전통 의상을 가리켰다.

현재는 한결 의미가 좁혀져 속옷인 '유번', 겹쳐 입는 상의인 '하오리'(羽織), 두루마기 등을 뺀 남녀의 원피스형 기본 의상을 가리킨다.

고분 벽화나 역사 기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일본의 고대 의상은 한반도와 거의 다를 바 없다. 지금도 신사의 무녀들이 입는 전통 의상은 삼국 시대 우리 의상과 흡사해 양국 복식의 같은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귀족 사회였던 헤이안(平安)시대 들어 일본은 중국과 한반도의 영향을 가미, 극히 형식성이 강한 복식을 정착시켰다. 오늘날 기모노의 원형인 당시의 복식에서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궁중 의상인'주니히토에'(十二單衣)이다.

93년 마사코(雅子) 황태자비의 결혼식 당시 모처럼 선을 보여 화제를 모았던 주니히토에는 말 그대로 열두겹을 입는 복식이다.

궁중을 중심으로 한 귀족 사회의 이런 복잡한 의상이 서민들 사이로 퍼져 가면서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간소화를 거듭한 결과가 오늘날의 기모노이다.

현재 미혼 여성용의 '후리소데'(振袖)나 기혼 여성용의 '도메소데'(留袖) 등은 주니히토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소화했다. 그래서 얼핏 원피스에 간단히 허리띠만 두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살과 직접 닿는 속옷인 '하다유번'을 입고 그 위에 중간 속옷인'나카유번'을 겹쳐 입으며 '고시마키'(腰卷)라는 하의 속옷을 따로 입는다.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오해는 '유카타'(浴衣)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카타는 '유카타비라'가 변한 말이다. 뜨거운 물 전체, 또는 온천·목욕물을 가리키는 '유'와 얇은 홑옷을 뜻하는 '가타비라'의 복합어로 목욕을 마친 후 물기를 빨아 들이기위해 걸치는 옷이다.

헤이안시대 귀족들은 베로 만든 유카타를 목욕 가운으로 즐겨 사용했다. 에도시대 들어 면과 대중 목욕탕인 '후로야'(風呂屋)의 활발한 보급으로 서민사회에서도 목욕 가운겸 잠옷으로 널리 사용됐다. 그러니 속옷을 따로 입을 까닭이 없다.

우리가 겨울에도 아파트안에서는 잠옷 차림으로 지내듯 에도시대의 일본 서민들은 유카타를 가정용 일상복으로 입기도 했다. 그러다가 19세기말 하오리를 비롯한 겹쳐 입은 옷이 개발된 후 비로소 서민들의 여름철 외출복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외출용 유카타는 목욕가운용과는 달리 속옷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름철 불꽃놀이나 각종 마쓰리(祭り)에는 화사한 유카타 차림의 젊은 여성이 물결을 이룬다. 유카타의 인기는 후리소데나 도메소데 등 전통 기모노에 비해 착용이 간편한 데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기모노는 견직물로 만들고 자수와 염색 등 손가는 데가 많아 어지간하면 100만엔이 든다.

반면 재질이 면인 유카타는 옷감에서 최종 가공까지 공장에서 만들어져 1~2만엔이면 충분히 장만할 수 있다. 유카타가 기모노에 비해 색상과 문양이 크게 화려한 것도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기모노는 흔히 대를 물려 입기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은은한 쪽을 택하게 되지만 유카타는 마음껏 튀는 색상을 택할 수 있다.

여성의 기모노 차림은 '오타이코'(お太鼓)라고 불리는 등뒤의 매듭이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오비 묶기에서 가장 많은 품이 들어가는 이 매듭을 제대로 맺기 위해서는 형태를 고정시키는 보조용 천인 '오비아게'(帶揚げ), 그 안에 두툼하게 넣는 '오비마쿠라'(帶枕)등의 보조 도구들이 필요하다.

장식성이 강하지만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어 베개나 허리받침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 오해는 '오비마쿠라'라는 용어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기모노는 우리 한복과 마찬가지로 감춤, 숨김의 미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관능적 여성미를 드러내는 장치라고는 목뒤의 깃을 크게 뒤로 젖혀 목과 어깨선 일부를 드러내는 것이 고작이다. 그것만으로도 일본 남성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목과 어깨선의 아름다움에 집착한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이니 더 이상의 연상은 부질없는 일이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2/02/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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