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첨] "역사는 DJ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

“새로운 일을 벌일 생각은 말고벌여 놓은 일을 마무리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2월 25일로 4주년을 맞은 김대중대통령에게 이구동성으로 주문(?)하는 말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김 대통령이 재임중 추진해왔던 일들은 많다.

하지만 일단 레임덕 상태에 들어간 김 대통령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취임 당시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일들을 돌이켜 보고 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김 대통령도 올 연두기자회견을 비롯해 기회있을 때 마다 “지금 새로운 개혁을 시작하려면 역불급(力不及)이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 9단인 김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의 행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적절하게 운신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마무리를 잘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 번 째가 바로 김 대통령의 아들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부정ㆍ부패설 등을 깨끗하게 규명하는 것이다.

이는 김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김 대통령의 잘못한 일들 중 하나가 지역 편중 인사인 만큼, 검찰을 비롯한 각종 사정기관들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저지른 전현직 고위급 인사들의 부정ㆍ부패를 뿌리뽑는 것이다.

두 번 째는 과거의 성과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업적으로 손꼽힐 만한 것은 우리나라가 환란 위기를 극복하고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었으며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된 부분을 감싸 안는 조치를 해야 할것이다.

세 번 째는 남북 문제를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서독도 1970년대 초 첫 정상회담을 한 이후 우여곡절끝에 통일을 이루었다.

김 대통령의 햇볕 정책으로 남북한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기회를 얻은 만큼 김 대통령은 ‘남남 갈등’이라는 불씨를 끄기 위해 야당을 비롯한 우리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수용, 국론을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이와 함께 월드컵과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등 중요한 국사를 사심없이 잘 치룬다면, 역사는 김 대통령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장훈 주간한국부 부장

입력시간 2002/02/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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