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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재혼, 강건너 불 아니다.

새 출발 이후의 가족관계 적응이 과제

재혼이 늘어나고 있다. 이혼하고 재혼한 커플들은 과거에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당당하게 새 출발하고 있다.

특히 재혼으로 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와 생활방식도 상당히 변화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의하면 2000년 결혼한 33만 4천쌍 중 부부 한쪽 또는 양쪽이 재혼인 경우는 13.1%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혼 비율은 1992년11.4%에서 2000년 35.9%로 매년 쉼없이 증가하고 있다.

남녀 혼인 형태에서 재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편이 13.1%, 부인이 14.5%. 남성에 비해 여성의 재혼율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혼인 건수가 1992년 이래 매년 감소하는 추세여서, 재혼이 더욱 눈에 띨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 재혼율이 높아

통상 남자쪽에서 높았던 국내의 재혼율이 여성 우위로 바뀐 것은 1995년 이후다. 바로 이 시기, 기혼자 중 재혼자가 남녀 모두 똑같이 10%를 기록하면서 앞으로 계속될 여성 우위 현상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재혼의 변곡점’이 형성된 뒤로 추세는 바뀌지 않아, 2000년의 경우 남성의 재혼율은 13.1%, 여성은 14.5%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초혼남과 재혼녀의 혼인 형태가 꾸준히 계속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는 여성의 재혼율이 상대적으로 증가 추세로 접어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부 재가 금지’ 관행이라는 유교 사회의 질곡이 파기, 페미니즘 등 여성권 향상 추세와 맞물려 여성 재혼이 결국‘개인적 선택’의 차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2000년 이혼하는 부부는 12만쌍, 이혼 자녀는 10만여 명에 이른다. 세 쌍 결혼에 한 쌍이 이혼하는 형국이다. 30년전에 비해 10배 증가한 것이다.

한국여성개발원 장혜경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재혼 가족의 적응 실태와 지원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단행본을 간행, 재혼이 점증하는 현실에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나라에서 재혼을 소재로, 실태에서 정책까지 포괄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 2001년 8월~10월 전국 108명(남성43명, 여성 65명)에 대해 실시한 조사의 결과다.

장씨는 이 연구에서 “이제 한국인은 다양한 기족 모습 중의 하나로서, ‘재혼 가족’이 정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급성장한 성(性)논의와는 반대로, 재혼에 대해서는 철저히 닫혀 있다. 재혼 문제는 따라서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아킬레스의 건이라는 것이다.

재혼은 복합 가족, 나아가서는 재이혼이라는 또 다른 분열상으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초혼 가정의 이혼율이 40%인데 비해 재혼 가정의 이혼율은 70%, 나아가세 번째 결혼일 경우엔 이혼율이 80~9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미 이혼했던 사람이 이혼 결심을 밝힐 경우, 주변이 만류하는 강도가 초혼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 또한 더해졌다. ‘이미 한 번 했는데, 두 번 못하랴’는 식의 심리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전 배우자에 대한 배려 필요

재혼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가족 체계를 수반한다. 재혼 부부 관계를 기점으로 계부모-계자녀 관계, 이복 형제 자매 관계, 전혼 배우자 등 이전에는 없던 친족 관계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재혼 부부 당사자에게는 심리적 갈등으로 작용한다. 재혼 이후 수시로 재연되는 다툼 중 수위가 재정 문제와 함께 전혼 자녀 문제라는 점은 재혼 부부의 현실을 방증한다.

친부모에 대해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죄책감, 자녀나 전배우자에 대해 성인들이 갖는 죄책감 등은 재혼 부부에게 지혜와 배려가 요청되는 이유다.

이혼이 잦은 미국의 경우 재혼 연구가 가장 활발했던 것은 1980년대 초반. 처음에는 재혼 가족을 초혼의 핵가족과 비교, 문제점을 강조하는 결손 비교 접근 등 문제 지향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재혼을 사회적으로 확립된 생활양식 규범의 하나로 간주하는 경향이다. 국내의 경우는 1990년대 조혜정씨 등 사회학자를 중심으로 잡지에 관련 논문이 실리면서 본격 접근이 이뤄졌다.

여성 단체들은 호주제 폐지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그렇지 못할 경우, 초혼 핵가족 혈연중심이라는‘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현실과는 철저히 괴리된 질곡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혼은 인간관계의 재생산이다. 지금껏 타인이었던 사람들이 자기 생활권의 하드 코어로 갑자기 진입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한국적 풍토이기는 하나 혈연ㆍ친족 중심주의와 핵가족제도라는 극히 상반된 시스팀의 결합이 그것이다.

시어머니 등 시댁 식구들이 재혼 가족의 일상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풍토가 재혼 가족에게는 대단한 역기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내 핏줄’인 손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새 며느리의 양육과 교육 방식을 일일이 간여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여전히 TV 드라마의 단골소재라는 사실은 재혼에 대한 집단 무의식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통계를 보자. 지난 2000년 가정법률상담소를 찾은 재혼자 42명 중 여성은 81%. 이들이 호소하는 문제 중 4할인 재이혼 문제를 차치하고 나머지는 양육친권, 호적관계, 양자관계, 부양관계, 계부에 의한 의붓딸 성폭행 등 친자녀와 계자녀 문제로 밝혀졌다.

장혜경씨는 “재혼 부부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최대의 고민은 자녀와의 성씨가 다르다는 점”이라며 “부계혈통주의에 기반한 부자동성(姓)을 핵심으로 하는 호주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 지가 향후 한국 사회에서 재혼 문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02/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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