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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허전한 옆구리 채워주니 좋죠"

재혼커플 최희환·이종순씨의 '알콩달콩 2년'

“언니는 엄마라고 불러야지, 아줌마가 뭐야?” 작은 딸 수영(7)은 쭈뼛대는 언니 효주(12)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아직 한 식구가 되기 전, 두 딸의 일을 되새기는 최희환(41ㆍ부동산마트 사장)씨의 입에 엷은 웃음기가 감돈다.

“우리집 튀밥, 평생 먹을 수 있어예?”경남 김해에서 같은 부동산 일을 하는 이종순(40)씨가 2000년 12월 해운대의 겨울 바닷가 해변을 거닐며, 그에게 건넨 한마디였다. 튀밥이란 경남 김해가 고향인 이씨집에서 강정을 부르는 말이다.

결국, 평생 동안 내가 해 주는 음식을 먹고 살겠느냐는 뜻.

리메리 회원이 인터넷상으로 제안한 부산에서의 번개 모임이었다. 채팅으로 친해져 있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쑥쓰런 프로포즈를 그렇게 주고 받았던 셈이다.

두 딸과 함께 지낸 지 어느덧 2년이란 세월이 흘러 가 있었다. 전 부인이 아이들까지 소홀히 하는 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바람나 있었다. 이종순씨는 전남편과 성격차이로 헤어진 지 6년째였다.

지난해 3월 1일, 행주산성 안뜰에서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 100명 중 리메리 회원이 과반수였다. 식은 올리지 않고 동거하기 일쑤인 재혼 부부가 당당히 결혼식을 올리는 데는 모두 부러워했다. 겉치레이기 십상인 주례는 물론, 두 아이도 빼고 한껏 홀가분해진 둘은 제주로 가 합환했다.


"가정의 소중함으로 갈등 이겨내"

“재혼은 달콤한 환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최씨가 파악한 재혼의 본질이다. 최씨는 집안일에 적극적이다. 빨래는 처음부터 그의 몫이었다. 식탁일도 마다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출발이었다.

그들은 종종 사소한 일이 발단이 돼, 격렬히 말다툼을 벌였다. 그럴 때면 “당신 때문에 숨이 막힌다”며 상대를 몰아 부칠 때도 있었다. 서로 만만찮은 원래 성격도 성격이려니와, 세월의 간극은 그만큼 컸다.

그러나 그 때뿐. 결국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깨닫게 됐다. 홀로 남겨진 것 같던 세월, 가족의 소중함에 새삼 뼈 저리지 않았던가.

“남은 시간 열심히 살자. 서로 불행하게 지냈으니 이제는 재미 있게 살자.” 이씨의 본심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일까, 먼저 풀을 꺾는 쪽은 부인.

오늘 밤도 이들 부부는 미운 소리 고운 소리를 안주 삼아, 맥주 서너병으로 서로를 다독일 요량이다. 뭐가 제일 좋으냐고? 최씨의 답은 단순 명료하다. “잘 때, 다리 하나 걸쳐놓고 팔베게 해 주니….”

리메리가 배출한 재혼 커플 1호인 이들은 현재 명예 회원으로, 소중한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온 라인상으로는 물론 오프 라인 만남에 걸쳐, 재혼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넘어 낸 자신들의 지혜 빌려 주기를 마다 않는다.

“이혼의 책임, 어찌됐건 50%는 나에게 있지요.” 최씨의 말이다.

때로 삶이란 재혼이라는 계기를 만나, 숙성하기도 한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02/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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