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국가 기간산업의 외국 종속화 위험"

반대/ 양성호 한국전력 노조 문화국장

“공기업 노조들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을 마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몰아 붙이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노조는 국가 기간산업이 민영화 되면 발생할 엄청난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대국적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그 진실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한전 노조의 양성호 문화국장은 “IMF 시절이었던 1998년 외자 유치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졸속으로 기획한 공기업 민영화를 정부가 아직도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민영화로 초래할 국가적 혼란과 파장을 생각해 하루 빨리 무리한 계획을 백지화 하라”고 주장했다.

양 국장은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로 공공성 훼손을 우선 꼽는다. 공기업이 민영화 된다는 것은 공적 독점이 사적 과점으로 소유 주체가 바뀌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런 소유 주체의 변화가 정부의 논리처럼 반드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적 과점이 이뤄지면 담합에 의해 공공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훨씬높다.

그리고 공기업과 달리 철저한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설비 투자비가 많은 발전소 건립을 미루거나 적자 철도 노선이 폐지되고 전력공급을 줄여 요금을 인상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 중단 사태와 영국의 철도 대란이 바로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국가적 혼란 초래, 공공요금인상 불보듯

양 국장은 민영화는 자칫 국가 기간산업을 외국에 종속화 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양 국장은 “민영화 대상 공기업은 하나 같이 에너지나 네트워크 같은 국가 기간 산업들이다. 만약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갔다면 비상 상황시에 엄청난 국가적 마비 상태가 올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공기업=비효율, 시장=효율’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는 ‘시장=수익성, 공기업=공공성’으로 바꿔 민영화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국장은 자신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분개해 하는 것은 정부가 노조의 민영화 반대 이유를 ‘고용 불안’ 같이 제 몫 챙기기로 몰아 붙이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주장처럼 민영화를 통해 경쟁력이 강화돼 소비자 요금이 인하되고 서비스 질이 향상 된다면 노조측도 투쟁을 덮고 정부를 적극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기간 산업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행정가가 아니라 바로 현장 노동자들이다.

그런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데는 정부의 계획이 단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말처럼 고용 불안 때문이었다면 벌써 정부측과 모종의 타협을 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민영화가 이뤄진다면 약간의 인원 감축이 있을 순 있겠지만 노조가 얻는 수확도 분명 있다.

그러나 공기업 노조는 이런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서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점을 국민들이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양 국장은 민영화는 결국 국민이 아닌 주주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단언한다. 민영화된 기업은 공기업과 달리 적정 이윤을 취하려고 할 것이고 이런 독점으로 배를 배운 기업의 이윤은 결국 몇몇 가진 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 국장은 “그간 공기업의 경영이 유리알처럼 투명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할 매각이나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가 유일한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정부 당국의 보다 신중한 검토가 있기를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말을 맺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2/28 14:12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