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본 로맨틱

사랑의 짝을 구하는 남과 여의 계절, 봄에 어울리는 영화로 영국 BBC가 제작에 참여한 2000년 작 <본 로맨틱Born Romantic>(폭스, 18세)을 소개한다.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영국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서민의 애환을 담은 소박하고 정겨운 영화다.

그러니까 잘 생긴 미남미녀, 돈 잘 버는전문직 청춘 남녀의 사랑 시소 게임이 아니라, 인물도 직장도 변변치 않은 3-40대 남녀의절실한 사랑 찾기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구질구질 하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살사 댄스 클럽을 주 무대로 하고있는 만큼, 신나는 리듬에 점차 몸을 맡기며 세상에 하나 뿐인 내 짝을 찾아가는 이들에게서 자신감을 물려받게 된다. 같은 영국을 무대로 한 두 편의 춤 관련 영화-탄광촌 소년의 점프로 시작되는 <빌리 엘리어트>와영국 실직자들이 궁여지책 끝에 배우는 스트립 쇼를 소재로 한 <풀몬티>와도비교 할 수 없을만큼 한심한 춤 솜씨.

그러나 내 사람에게로 향한 절절한 사랑이 남미의 정열을 상징하는 살사를 최단시간 내에 마스터하게해, 춤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수준이 된다.

데이비드 케인의 <본 로맨틱>은 4쌍의 사랑을 동시 다발로 진행시키고 있어, 얼굴과 사연을 구별하지 못하면 초반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댄스 클럽과 택시 안을 주요 무대로 삼고있어, 혼란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경제적인 연출을 한 미덕에 곧 빨려들 수 있다. 거기다 악센트가 강한 영어 대사가 귀에 익기라도 하면, 오랫동안 알아온 이웃의 이야기처럼 친근하게 여겨질 것이다.

록 스타를 꿈꾸었던 퍼거스(데이비드 모리세이)는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못해 아무말도 없이 약혼녀 모린(제인호록스)을 떠난 지 8년만에, 내 사랑은 그녀뿐이라고 불현듯 깨닫고 런던으로 돌아온다. 모린의 전단을 붙이고 거리를 헤매다 살사 클럽 엘 코라존에서 모린과 극적으로 해후하는데.

프랭키(크레이그 퍼거슨)는 아내와 이혼했지만, 돈이 없어 여전히 한 집에 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블라인드 데이트에도 실패해 홧김에 엘 코라존을 찾았다가, 미술 복원가 엘리노어(올리비아 윌리엄스)에게 반해 오래공을 들인 끝에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한다. 식탁에서 막 일을 치루려는 순간, 전 부인이 나타나 산통을 깨고.

소매치기 에디(지미 미스티)는 경찰에 쫓겨 얼떨결에 엘 코라존으로 뛰어든다. 목에 기브스를 한, 안경 쓴 노처녀 조슬린(캐더린 맥코멕)과 춤을 춰 위기를 모면한 에디는, 연고자없는 묘를 관리하는 이 까다롭고 엉뚱한 아가씨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이 세 쌍의 남녀를 자주 택시에 태우게된 남미 출신 운전사 지미(에드리안레스터)는, 이들의 사연을 귀동냥하게된다. 이들의 사랑을 돕다가 2년 전 사별한 아내에 대한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게된 지미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까.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2/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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