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96)] 잠꾸러기는 단명한다

일주일을 일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소망을 물어보면, 온종일 잠만 자는 것이 대부분이다. 매일매일 늦잠을 자면서 보내는 사람이 최고 선망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수면 부족 때문에 겪는 신체적 스트레스와 부작용은 누구나 경험해본 일이다. 실제로 수면부족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저하시키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결코 오래 잠을 자는 것이 몸에 나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늦잠 자는 사람을 더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러워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암학회는 최근 잠꾸러기는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수면 시간에 따라서 12%에서 40%까지 수명이 단축된다고 한다. 더러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해 보았지만,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수명까지 짧아진다면 잠꾸러기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로는 최적의 수면시간은 8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 사실에 대해서도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의 정신과 다니엘 크립케 박사팀이 30~102세의 미국인 110만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시간의 수면을 취한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았다. 최적의 수면시간은 하루 7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7시간대(6시간30분~7시간 30분)의 수면에 비해 8시간 수면한 사람은 오히려 12%나 사망률이 높았으며, 8시간 30분 이상을 수면하거나 4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7시간대 수면자에 비해 사망률이 15% 더 높았다.

9시간 수면하는 사람은 20%, 10시간 수면하는 사람은 35-40%까지 단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부족보다는 수면과다가 오히려 생명에 더 해롭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조사는 통계적인 분석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왜 7시간이 마법의 수면 시간인지는 숙제로 남아있다.

수면은 모든 생물에게 꼭 필요한 휴식의 방법이다. 사람인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정도를 잠을 자면서 보낸다.

물론 잠자는 시간이 모두 낭비되는 시간은 아니다. 충분한 잠은 하루동안의 피로를 풀어주고 가족이라는 사회적 단위를 유지시키는 기본이다. 그리고 수면중에도 뇌의 활동은 계속되고 심지어 학습까지도 계속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수면시간이 결코 낭비의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수면시간을 적절히 유지하지 않은 사람은 단명했다는 통계조사 때문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과대 해석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있다.

여하튼 부지런한 사람은 일할 시간이 모자라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일을 하고 게으른 사람은 잠잘 시간이 모자라 일할 시간을 쪼개어 잠을 자는 것이라면, 수면이 짧은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수면시간이 긴 게으른 사람이 상대적으로 단명하는 셈이니 세상은 부지런한 사람의 편이 아닌가 싶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조사가 조사자의 체중, 흡연, 운동, 수면습관 등의 다양한 변수와 함께 보다 세밀하게 조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오뉴월 개 팔자가 단명의 팔자”라는 결론은가능하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2/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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