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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해의 中國통신](22) 먼 귀성길…農民工의 설맞이

[배연해의 中國통신](22) 먼 귀성길…農民工의 설맞이

춘지예(春節.설)을 며칠 앞둔 2월7일. 상하이의 내륙해운 여객부두 대합실은 고향을 찾아가는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불을 준비해 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금연 표지에도 아랑곳 않고 피워대는 담배로 대합실은 안개바다를 이뤘다. 오후 5시30분 출발예정이던 여객선이 4시간이나 연착됐지만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상하이에서 창지앙을 거슬러 우한으로 향하는 70여 시간의 뱃길. 대부분의 승객들에게 인민폐 409위엔(6만5,000원)짜리 2등 객실은 사치였다. 필자가 탔던 '지앙위 13호'에는 1등 객실 자체가 없었다.

2등 객실이라고 해야 냄새나는 방에 시설이라곤 낡은 침대 두개, 모포, TV, 세면기에 불과하다. 한객실에 3층 침대 8개가 놓인 3인 객실이 여럿 있었지만 빈자리가 많았다.

다수 귀성객들이 이용한 배표는 일반석, 침대를 비롯한 지정된 공간이 없는 일종의 입석이다. 일반석 뱃삯은 45위엔(1만1,200원).

선상의 통로는 물론이고 심지어 화장실 앞까지 구석구석 빈공간에는 비룽르 펴고 드러누운 일반석 승객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를 안고 드러누운 여자와 부부로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보트피플'이 따로 없었다.

이들 일반석 승객은 이른바 농민공들이다. 내륙지역 농촌에서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와 중소도시로 나와 육체노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한달 수입이 기껏 500~1,000위엔(16만원)인 이들에게 2등 객실이나 3등 객실은 그야말로 호사일 수밖에 없다. 통로 바닥에서 옷을 두껍게 껴입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목적지까지 창지아의 강바람을 견뎌내는 것이 이들의 춘지에 귀성길이다.

이들의 식사도 잠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푼이 아까운 이들에게 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사치다. 준비해 온 음식이나 컵라면 등으로 배고픔을 달래는 것이 고작이다. 갑판에서 햇볕을 쬐던 한 농민공은 고향이 우한 근처라며 "1년만에 고향간다"고 웃음지었다.

상하이에서 돈벌이 4년째인 그는 매년 춘지에서 아내와 자식, 친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가족들에게 보내는 송금액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 추산에 따르면 올해 춘지에 기간 1억5,000만명에 달하는 민족대이동이 있었다. 이들 귀성객 중 압도적 다수는 농민공이다.

1999년 중국 노동통계연감에 따르면 농촌 노동력은 4억6,432만명(농촌인구는 약 8억). 이중 유동 노동력은 4,424만명에 달해 전체 농촌노동력의 9.5%, 전체 도시 취업 노동력의 21.1%에 이른다.

통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농촌 청·장년층의 10명중 1명이 도시로 나와있고, 이들의 도시 노동력의 5면중 1명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통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반론이 많다. 지금까지 누적된 농민공 수가 적어도 1억명은 넘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탈농향도 농민공 물결에 대해 일부에서는 잠재적인 정치사회적 불안요인으로 우려해 온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는 역기능보다는 오히려 농촌실업문제 해결이란 순기능을 중시하는 듯하다. 아울러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송금하는 돈이 내륙지역 재정수입에 기여하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구이저우성의 경우 1997년 한해 농민공 송금액이 50억위엔으로 성 GDP의 10%에 달했다.

농민공은 대체로 농촌지역의 상대적 고학력자로 노동력 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농민공은 도시의 발전경험과 자금을 내륙으로 전파함으로써 농촌을 발전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농민공이 중국의 도시·농촌 양극분화를 막는 섬유질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도시지역 역시 농민공이 없이는 정상적인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 춘지에를 앞두고 TV 대담프로에서는 농민공의 귀향기간 도시지역 3D업종의 노동력에 심각한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입력시간 2002/03/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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