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 한의학 산책] 절식과 자연치유

이달 초순에 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전라도에 있는 수녀원을 갔습니다. 칠팔 년 전에 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온 어린 수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과도한 노동으로 승모근이 아파서 잠을 못 이루고 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했습니다.

그것을 침과 물리요법으로 치료하면서 자연히 예비 수녀님들의 기도와 노동으로 이루어진 일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녀님들의 일상은 제가 생각하기에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딸이 되고자 하는 지극한 소망과 동료 수녀님들의 한결같은 사랑과 식구들의 간절한 보살핌이 없이는 이겨낼 수가 없는 일로 보였습니다. 이제 그 어린 수녀님이 종신서원을 하는데 그분의 식구들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저를 초청해주었던 것입니다.

수녀원이 있는 곳은 월드컵 경기장을 짓느라고 도로표지판이 아직 정비가 되어 있지않아 서울에서 새벽 다섯 시 반에 출발을 했는데도 도착해 보니 이미 미사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날 미사 시간 내내 서 있었습니다.

물론 미사에 참석해 본 사람들은 다 알 아시겠지만 저는 미사가 그렇게 긴 줄 미처 몰랐습니다.

미사가 끝날 즈음 종신서원을 한 일곱 명의 수녀님들은 머리에 장미화관을 쓰고 하나님의 딸이 된 기쁨을 노래했습니다. 스무 대여섯 살에 만난 어린수녀님도 이제 서른 중반이 되어 그 대열의 한 가운데에 서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수녀님이 이렇게 십자가앞에서 기쁜 노래를 부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주위 분들은 이미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수녀님의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마치 딸을 시집보낸 것처럼 시원섭섭하다고.

저는 이 수녀님을 만난 것을 계기로 여러 종교의 독신 수도자님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습니다. 수녀님의 생활이 믿음이 아니면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주위 성직자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개신교든 불교든 카톨릭이든 원불교든 가리지 않고 독신 수도자님들과 친하게 된 것입니다.

그분들 중 한 분이 말씀하시길, 성욕보다 식욕이 우선한다고 하시더군요. 아무리 수도생활을 하셔도 인간인지라 성욕이 생길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금식을 하게 되면 자연 성욕도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금식은 종교생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가모니가 깨닫기 전에 보리수 아래서 금식을 하셨고, 예수도 사십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을 하였습니다. 금식은 종교생활에서 중요한 것만이 아닙니다. 야생동물들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금식을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영양공급을 중단하면 생명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영양 공급을 중단해도 생명에 위해(危害)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절식요법은 여러 종교에서 수행을 목적으로 시작하여 종교에서 독립한 건강요법입니다. 민간요법으로 사랑받다가 현재는 부분적으로 의학적인 치료법의 체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영양공급 중단 상태를 절식이라고 하는데, 절식요법이란 절식과 절식 전후의 식이요법으로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입니다.

환자가 절식을 하게 되면 영양섭취가 끊어지므로 소화흡수에 대한 육체적인 부담이 사라지고, 정신적으로 적당한 자극을 받아 욕구불만이 없어지면서 자연치유력이 증강합니다.

영양섭취가 끊어지면 인체는 소화 흡수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서 다량의 노폐물, 화학첨가물, 공해 물질들을 분해하여 땀이나 소변, 대변을 통하여 배설합니다.

또한 환자는 정신적인 갈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게 되므로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정신력을 수양하고 단련하는 계기를 맞습니다. 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중 가장 큰 이유는 영양의 과다섭취이거나 불균형 섭취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잡는 데에 금식은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병이들었다는 것은 세포 하나하나의 대사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때 절식을 하게 되면 병든 세포의 대사를 촉진하여 자연이 부여한 능동적인 치유력을 이용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절식요법은 육체와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참된 건강상태를 추구합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03/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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