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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경기, 조심스런 봄 기지개

외환위기 이후 새 봄이 요즘처럼 희망과 기대로 다가온 적이 없다. 9ㆍ11 테러후 6개월도 채 안됐지만 국내외 경제 지평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불과 반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의 오만과 무지를 비웃는 목소리들이 나올법도 하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던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이제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우리 경제와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신중함을 잃지않았던 그린스펀 FRB의장이 최근 의회연설에서 올해 2.5~3%의 성장을 예상하자, 월가는 한술 더 떠 4% 이상을 전망치로내놓았다. 굳이 경칩(6일)이 아니더라도 겨우내 동면하던 개구리들이 깜짝 놀라 땅 위로 튀어 오를만한 굿 뉴스들이다.


물가불안ㆍ경기과열 등에 대비, 금리인상 목소리

이번 주 관심을 갖고 지켜볼 첫째 대목은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다. 물론 물가동향이나 수출부진 등을 감안할 때 통화당국이 콜금리(3.25%) 등의 금융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가 드러낼 경기 인식과 판단은 향후 정책방향을 점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특히 국내경기 회복을 주도하는 소비부문에 대해 한은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부동산 및 증시의 과열에 따른 물가문제 처방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계기다.

이와 관련, 학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물가불안과 자산가격 거품 우려가 커지는 만큼 상반기중 금리를 올려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걱정할 때가 됐다는 선제적 금리 인상론자들은 “내수확대 정책이 경기를 떠받치는데 성공했지만, 실질소득 개선을 수반하지 않는 물가불안과 가계부채 증가는 내년 이후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미국 국채시장이 이미 금리상승을 예상하며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에도 주목한다. 정책 당국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충고다.

사실 주초 대한 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분기 기업경기 전망’이나 전경련이 발표한 ‘3월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우선 상의 조사에서 1분기 때 80이었던 BSI가 2분기엔 무려 50포인트 이상 오른 133으로 집계됐다. 2000년 2분기 이후 최고 수치다.

또 전경련이 조사한 BSI도 지난 해 10월 75.9를 바닥으로 상승 반전, 6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며 경기회복 기준선인 100을 훌쩍 넘어섰다. 1월 중 생산이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10.2%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수출. 본격적 경기회복의 지표가 될 수출은 2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하며 12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조업일수 기준 하루 수출이 1월보다 늘어났고 수출품목의 단가가 오르는 등 질적측면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이 눈에 띈다. 2분기부터는 수출 증가율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이 장담하는 근거다.

지난 주 삼성그룹 계열사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12월 결산법인 주주총회가 8일 SK그룹 계열사 등 금주에도 이어진다.

올해부터는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코스닥은 한정의견 포함)로 나오면 즉시 시장에서 퇴출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서든 데스(SuddenDeath)’ 게임에서 패하지 않으려면 이 달 20일부터 집중될 공시내용을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금융당국은 회계감사 정보의 사전유출, 관련기업 주가 급등락 등의 혼란을 예상하면서도 대비책엔 손을 놓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회복 조심, 심상찮은 노동계 움직임

반가운 소식은 무디스가 이르면 3월 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우량등급 바로 아래단계인 Baa1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앞서 올려온 피치 평가단이 연례협의를 위해 25일 방한한다는 것이다.

피치가 현재 BBB+인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또 올릴 경우 처음으로 우량등급(A급)을 받게 돼 외환위기 이전의 대외 신인도를 완전 회복하게 된다.

이를 위해선 하이닉스 반도체나 현대투신 등 시장 불안 요인들을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 하이닉스의 경우 매각대금과 지불조건 등을 놓고 마이크론과 채권단이 갈등을 빚어왔으나 채권단의 수정제의에 마이크론이 긍정적 반응을 보여 최종담판이 주목된다.

최근 시장에서 독자 생존론이 부상하기도 했으나 “하이닉스는 어떤 식이든 세계적인 기업과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는 진 념 부총리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 푸르덴셜과의 현대투신 매각협상도 이르면 금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해외변수로 관심을 둘 사항은 5일(미국시간)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이 내놓을 서비스업 지수. 이미 발표된 제조업지수는 19개월 만에 기준점인 50(1월 49.9)을 훌쩍 뛰어넘으며 22개월 만에 최고치인 54.7을 기록, 뉴욕증시를 뜨겁게 달군바 있다.

또 6일 FRB는 베이지북(12개 지역연방은행 보고서)을 내놓는데 그린스펀 의장의 낙관적 경기진단을 재차 뒷받침할것으로 예상된다. 초점은 8일 나오는 2월 실업통계. 뉴욕 증시가 고공비행을 계속할 지, 다시금 가라앉을 지를 가름할 중요한 모멘텀이다.

이 봄, 최대 불안요인은 권력의 레임덕 시기에 편승한 노동계의 춘투다. 노사실력 대결 양상으로 번진 발전노조 파업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 단호한 처리를 강조한 것도 선거 등 정치계절과 맞물린 노동계의 움직임이 그만큼 심상치않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유식 경제부 차장 yslee@hk.co.kr

입력시간 2002/03/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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