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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팝스타 보노의 문화권력

[TIME] 팝스타 보노의 문화권력

독특한 카리스마로 아프리카 구원에 나선 세계적 로커

세계 최고의 록 스타가 아프리카 대륙을 위한 세계 최고의 자선가가 됐다. 그러나 보노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자선을 해야 하며,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다.

보노는 병적일 정도로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다. 그 자신도 자신의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자주 사과도 한다. 매니저의 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한후 보노는 자신을 향해 ‘못된 팝 스타’라고 스스로를 꾸짖는다.

팝 스타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팝 스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권력을 향한 그의 집착이 허황된 것이라면 그는 분명 과대망상증 환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문화권력자가 된 것일까. 그의 집착이 권력의 세계에서도 통하고 있다. 한달 전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 모임에서 그는 빌 게이츠와 마주 앉아 한 대륙(아프리카)을 구할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이틀 후 1억3,000만 시청자가 보는 슈퍼 볼 하프게임에서 노래를 불렀다. 한 주 스케줄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이다. 이 정도면 그가 좀 자만에 들떴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이 있을까?

그는 고개 하나만 끄덕거려도 스타디움 전체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소규모 모임에선 부드럽고 재주가 많은 사람으로 변신한다.

지난 어느날 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빌 앤드(and) 멜린다 게이츠 재단, 감리교회, MTV 와 DATA (아프리카의 부채, 자선,무역을 위한 단체)의 이사진들이 뜻 깊은 모임을 가졌다. 그들은 미국인들이 아프리카를 재정적 파탄에서 구하는 일이 미국의 국익과 직접 연결된다고 믿게 만들기 위한 여러 방도를 짜내려고 애썼다.

아프리카에 관한 논의가 대개 그러하듯 논의는 결국 또렷한 결말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 듯 했다. 자정이 가까워 올수록 모임의 생산성도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다.


22년동안 음악·정치적 영향력 유지

그때 U2의 보노가 들어왔다. 검은 가죽 재킷을 휘날리고, 트레이드 마크인 건달 같은 미소를 띠고, 그는 테이블 주위를 돌며 악수를 하고 볼에 키스를 해댔다.

마치 슈퍼맨이 다시 클라크 켄트(슈퍼맨으로 변신하기 전 평상시 모습)로 변한듯 진지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머뭇거리면 보노는 오히려 그들에게 다가가 이름을 기억해 부르며, “맞아, 보스톤에서 만났었죠!”라며 아는 척을 하기도 했다.

새벽 1시 무렵, 모임은 다시 활기를 되찾아 다음날 아침 있을 공화당 의원 30명과의 모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보노는 “공화당원들은 고집이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되어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 작은 모임의 에너지를 충전시켜놓고 록 음악의 신인 보노는 다시 사라졌다.

U2는 이번 주 ‘올 댓 유 캔트 리브 비하인드(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라는 노래로 그래미 상 8개 부문 후보로 올라있다. 지금까지의 록 음악 중 최고로 꼽히는 그의 앨범과 라이브 공연은 9ㆍ11 테러 이후 하나의 문화적 시금석이 되었다.

U2는 몇번의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22년 동안 음악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해온 유례없는 그룹이 된 것이다.

보노는 지난 3년 동안 라이벌이 없는 대형 록 스타에서 예리하고도 진지한 정치적 인물로 성장과 변신을 거듭했다. 그는 가장 세속적인 성인(聖人)으로, 또 록앤롤(roll& role) 행동주의의 상징으로 변신한 것이다.

시인이면서 정치인으로, 그는 자신의 행동 명분으로 아프리카를 재정적 위기와 보건 위기를 구하는 것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폴 오닐 미국 재무부 장관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소로스,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 ,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에는 보노와 만나기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보노가 “그저 나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록 스타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노와 예정된 30분간의 만남이 90분으로 길어지면서 오닐 장관은 마음을 바꾸었다.

“보노는 진지한 인물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많이 알고 있었다”고 오닐 장관은 전했다.

록 스타들은 대개 감상적인 사람으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 보다는 훼손되어 가는 자연이나 고통을 받고 있는 티벳인들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보노가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명 인사들의 전형적인 전례를 따랐다.

1984년에 U2는 밥 겔도프가 에치오피아의 기근을 구하기 위해 결성한 공연단에 참여했다. 대부분의 라이브 공연 참가자들이 공연 후 곧바로 떠나간 것과 달리, 보노와 그의 부인 앨레슨 스튜어트는 아프리카의 기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기 위해 아프리카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이디오피아 웰로의 한 고아원에서 6주 동안 일하며 아프리카의 기근을 체험했다.


빈곤국 부채탕감운동 '주빌레 2000'

보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개가 걷힌다. 텐트에서 걸어 나오면 밤새죽은 아이와 버려진 아이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더 심한 경우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살아있는 아이를 안고 와 ‘당신 아들이면 굶어 죽진 않을 테니 제발 데려가라’고 하소연 하는 것이다.”

보노는 마침내 주빌레 2000 운동이란 행사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주빌레 2000 운동은 미국을 포함한 부유한 국가와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52개 빈곤국들의 부채를 탕감해 주도록 촉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다.

대부분 아프리카에 있는 이들 국가가 갚아야 할 3,500억 달러 상당의 부채를 탕감해 줌으로써 이들 국가들은 그 돈을 공중 보건과 교육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부채탕감안을 협상한 하바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제프리 삭스 교수는 “우리 선진국들이 이들 나라의 보건 시스템 자체가 사라지도록 재정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뿐만 아니라 교육제도 역시 와해되었고, 그 결과 치솟는 사망률과 의약품의 절대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는 것을 원하는 미국인은 없다”고 말했다.

보노는 부채 경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지만 주빌레 모임의 비공식 대사로 임명되었을 때 가장 먼저 전문가인 삭스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록 스타로서의 명성과 카리스마를 이용해 워싱턴의 정치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식 로비를 시작했다.

심지어 클린턴 전 대통령은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장관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내 집무실로 들어온 날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그때 서머스 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이름도 이상한 웬 젊은이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나를 보러 왔습니다. 똑똑한 것 같기는 한데 혹시 그를 아시느냐?”고 물었다.

보노는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의 기본적인 효용을 뛰어 넘고 있다. 단순히 청중의 감상에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 청중의 인생관과 세계관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리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3/0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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