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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7龍 大격돌] 제주- '오름'정복…龍꿈에 한발 더

'한국의 뉴햄스셔'로 떠오른 제주, 역사적 첫 정치실험

한국 정치사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새천년 민주당이 대선후보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고 첫 경선지로 제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제주가 예비경선제를 실시하는 미국의 뉴햄프셔로 비교되고 있다.

뉴햄프셔주는 인구와 면적을 따져보면 미국의 3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미국의 대통령후보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10분의 1 지분을 갖고 있다는 캘리포니아주보다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뉴햄프셔가 가는대로 미국이 간다’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이다.


역대 대선결과와 일치한 제주 표심

민주당이 첫 경선지로 제주를 선택한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다. 민주당은 제주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감정과 편향성이 없어 큰 부작용이나 시행착오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대 대선 투표결과에서도 제주 유권자들의 선택이 대세와 거의 비슷한 비율을 유지한 점도 감안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모처럼 실시되는 국민경선제의 성공은 제주 경선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는 인식아래 경선 일정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제주도 지부도 최근 공명선거감시단(위원장 고성화)을 발족하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부정선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도지부는 민주당 경선제 발표이후 각자 7용(七龍)을 자부하며 안방 드나들 듯 제주를 찾는 대선 후보들에 대해 의전과 일정마련 등 세심한 배려를 해왔다. 제주를 방문한 후보들도 도지부의 입장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력지원에 만족해야 했다. 숙소도 고급호텔보다 오히려 민박을 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가 전북도에 청구한 도지사 출근현황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경선에 뛰어든 전북도지사인 유종근 후보는 지난 1월1일부터 2월23일까지 43일(공휴일 11일 제외) 동안 서울 18일, 첫번째 경선지인 제주도와 두번째 경선지인 울산 등지방 5일을 합쳐 모두 18회에 걸쳐 1~2일씩 23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이 바람에 유 후보는 같은 기간 동안 사흘에 한번꼴로 도청에 출근하는등 결석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들 물밑 활동, 경선열기 가열

· 인맥을 활용해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후보들의 물밑 활동도 치열하다. 이를 반영하듯 2월 26일 마감한 선거인단 공모에 6만5,000여명이 접수되는 열기를 띠고 있다. 이는 제주 총유권자의 20%에 이르는 숫자이다.

이 가운데 중복 접수와 인적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은 원서를 기각한 나머지 유효 신청자는 4만8,193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선거인단 경쟁률이 127대 1에 이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 신청자를 대상으로 27일 컴퓨터 추첨을 통해 378명의 선거인단을 선정했다.

이 같은 높은 경쟁률에 대해 제주인들의 경선 참여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동원 선거의 결과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일반 국민선거인단 공모가 시작된 2월 7일부터 23일까지 응모한 숫자는 3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마감 이틀사이에 3만3,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사실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각 후보 진영이 신청서를 확보해 놓고 신경전을 펼치다가 막판에 대거 응모했다고 판단하고있다. 이 때문에 ‘당심’을 ‘표심’과 일치시킨다는 국민경선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경선인 만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각 주자들의 운동원들에 의한 동원력에 의해 경선제의 취지가 왜곡되고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각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상대 후보들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지지세력을 무더기로 동원했다고 비난하는등 혼탁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는 응모신청서를 수만장씩 복사, 지역동원책들을 통해 할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금품제공설 등 혼탁 양상

김근태 후보는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일부 후보가 엄청난 돈을 들여선거인단 모집에 대규모 조직을 동원해 국민경선제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로는 금품살포와 향응제공 등을 통한 매수 및 회유 등 구태정치의 재발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후보측도 "일부 향응제공, 대가보장 등을 전제로 한 선거인단동원에 대해 선관위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인제 후보측은 “수만명을 상대로 한 금품 동원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고 노무현 고문측은 “당의 저변 확대와 국민경선을 홍보하는 차원에서의 동원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기대이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처음 국민경선제가 실시되는 지역인 만큼 다소의 부작용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인구가 많은 시ㆍ도로 갈수록 폐해는 줄어들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이 같은 후보간의 공방에 대해 김덕규 선관위 집행위원장은 "선거인단동원을 위해 돈을 뿌렸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며 "선거 감시 강화를 위해 당직자와 자원봉사단 중심으로 암행감시단을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선거인단(378명)이 확정됨에 각 대선주자진영이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직간접적인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여 선거전이 더욱 과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당규상 후보자의 개별접촉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형태의 접촉이 예상된다.


한국정치 1번지로 부상한 제주

제주도민들은 이 같은 국민경선제의 열기에 대해 놀라워 하면서도 내심 제주가 한국의 정치 1번지로 변화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제가 성공을 거둘 경우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도 이를 따라 제주를 첫 경선지로 삼을 가능성이 높으며 정치인들이 제주를 보는 시각도 그만큼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와 관련 제주의 지식인들은 경선 후보들의 사탕발림 같은 지엽적이고 지역적인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국가 대계를 위한 현명한 판단을 선거인단에 요구하고 있다.

양영흠 민주당제주도지부 대변인도 “제주가 첫 경선지로 선택된 것이 제주도 입장에선 좋은 기회가 될것”이라며 “파당적인 비판보다는 건전한 정치발전을 위해 여론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변인은 또 “당이 제주를 첫 경선지로 선택한 만큼제주 경선이 모범적이며 경선취지의 성공을 위한 바로미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구당도 노력하고 있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지구당 당원들이 각 지역별로 경선 취지를 홍보하는데 주력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떨어진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내놓은 국민경선제의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3월9일 제주시내 한라체육관에서 열리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제주선거대회’는 한국의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제주=김재하 기자 jaehakim@hk.co.kr

입력시간 2002/03/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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